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올해 남새농사가 잘 돼 북한 주민들의 김장 부담이 다소 가벼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수탈에 견디기 어려웠던 가정들은 따로 바치는 김치와 된장을 담그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한국에서는 김장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지금쯤이면 북한도 김장이 한창이지 않을까요?
문성휘: 네, 지금 북한의 산간지대들은 김장이 마감단계라고 합니다.
오중석: 네, 요즘 남쪽에서는 일년 열두달 언제나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김장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실정이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겨울양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김장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요?
문성휘: 네, 북한에서 김장은 한 가정의 생활형편을 짐작할 수 있는 척도입니다. 그만큼 김장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거죠. 겨울철 채소를 구경하기 힘든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있어서 김장은 식량과 꼭 같이 취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중석: 네,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 한창이라고 하는 올해 북한의 김장형편이 궁금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알져진 소식이 있는지요?
문성휘: 네, 올해 한국의 남새작황도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 역시 올해 남새가 아주 잘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북한은 알곡생산은 늘었지만 남새농사는 잘 안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김장철의 경우 장마당에서 배추와 무는 1kg 당 각각 북한 돈으로 1천원이었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북한의 한 가구에서 한해 김장용으로 드는 배추와 무는 얼마만한 량입니까?
문성휘: 북한은 겨울철이 길고 특히 겨울철 일반 주민들이 남새를 맛보기 어렵기 때문에 김장을 매우 중시합니다. 김장의 량도 남한의 두세 배가 되는데요. 북한 북부산간지대라고 하면 함경북도 길주 이북 지역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김장이 마감철인 북부 산간지대의 경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배추는 300kg, 무 200kg, 그외 양배추나 갓과 같은 남새가 약 100kg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음해 봄까지 그만한 량이 있어야 넉넉하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중석: 그렇게 계산을 해보면 김장용으로 남새가 대략 600kg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이만한 량을 장마당에서 사려면 북한 돈으로 얼마나 들까요?
문성휘: 네,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선 지난해 북한의 김장용 남새 값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김장철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소금 1kg의 값은 북한 돈 천원이었습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김장용 소금은 30kg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배추와 무도 지난해 kg당 북한 돈으로 1천원부터 1천5백원 사이었습니다. 값이 눅은 배추 kg당 천원짜리로 계산을 해도 300kg을 장만하려면 북한 돈 30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무도 200kg을 사려면 북한 돈 20만원이 들어야 했고요.
그 외에도 양배추와 갓을 비롯한 남새 100kg을 사려고 해도 최소한 북한 돈 10만원은 들어야 했다호 합니다. 여기에 지난해 마른 고춧가루의 값은 kg당 북한 돈으로 3만원이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김치를 맛있게 담그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마른 고춧가루는 얼마나 필요한가요?
문성휘: 4인 가족 기준으로 북한에서 김장을 하려면 마른 고춧가루가 6kg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지방에 따라 김치의 맛을 내기 위해 새우나 명태와 같은 여러 가지 해산물도 넣고 있습니다.
이런 걸 다 따질 때 지난해 북한의 북부산간지대에서 4인 가족이 충분하게 봄까지 견딜 수 있는 양의 김장을 하려면 비용이 북한 돈으로 대략 90만원, 이걸 중국인민폐로 환산을 하면 약 700위안, 한국 돈으로는 14만원이라는 값이 나옵니다.
오중석: 700위안, 한국 돈 14만원이라면 북한 서민 수준에서는 굉장히 큰 돈일 텐데요.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업지구에서 받는 한 달 월급이 약 백달러 가량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또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월급은 50달러 미만이고요. 북한에서 최상위라는 해외파견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을 가지고도 네 식구 한 가정의 김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북한의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이었고요. 올해는 값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우선 올해 김장용으로 쓰는 소금의 값은 장마당에서 북한 돈 백원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의 10분의1밖에 안 된다는 거죠.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올해 배추는 kg당 3백원, 무는 200원, 마른 고춧가루는 1만5천원이라고 합니다. 마늘 값이 kg당 북한 돈 1만원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또 이런 각각의 비용들을 다 합치면 올해 북한의 김장비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30만원,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만원밖에 안 든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한목소리입니다.
오중석: 지난해 북한의 김장비용이 한국 돈 기준으로 14만원 정도나 들었는데 올해는 한국 돈 5만원이면 된다니까 약 3분의 1로 값이 뚝 떨어진 셈이 되네요.
문성휘: 네, 아마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서 남새 값이 이렇게 떨어져 보긴 처음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김장비용이 이렇게 내리면서 예전에는 고춧가루도 못 넣고 대충 김치를 담그던 가정들에서 올해는 맛있는 김치 담그기에 신이 났다고 합니다.
오중석: 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런데 좀 전에 '북한에서 김장은 한 가정의 생활형편을 짐작할 수 있는 척도'라고 했는데 올해는 김장하는 것만으로 한 가정의 생활형편을 가늠하기는 무리가 있겠군요.
문성휘: 네, 올해는 김장만 가지고 한 가정의 생활형편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북한 주민들의 김장에서 특별히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면 김치의 맛을 살리기 위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생겼다는 건가요?
문성휘: 그런 건 전혀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은 가족들이 먹을 김치와 함께 이른바 '바치는 김치'라는 걸 가정들마다 따로 담그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북한 주민들이 된장도 '바치는 용'이라는 걸 따로 만들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오중석: '바치는 김치', '바치는 된장' 이런 걸 따로 만든다고 했는데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는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건설이 많이 진행되면서 북한 당국은 주민들로부터 수시로 김치와 된장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특히 군인들의 부식물 지원으로도 김치와 된장을 많이 거두었다는 거죠.
형편이 이렇게 되니까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 '바치는 용'으로 따로 김치나 된장을 담근다는 거죠. 이런 '바치는 용' 김치는 고춧가루나 마늘을 전혀 넣지 않고 그냥 소금물에 배추 떡잎 같은 것을 절여 놓은 형태라고 합니다.
'바치는 용' 된장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가정들에서는 감자까리라고 이게 전분을 다 뽑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이런 감자까리나 비지말린 것을 가지고 따로 바치는 된장을 만든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아무리 '바치는 용'이라고 해도 그렇지, 김치나 된장을 그렇게 만들면 사람이 먹는 음식인데 좀 심한 것 아닌가요?
문성휘: 네, 소식통들은 북한 주민들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도 바치라고 하니 이렇게 따로 '바치는 용'을 만들지 않으면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올해에는 그나마 북한의 김장 재료값들이 많이 내려서 주민들의 부담을 덜게 됐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고요. '바치는 용' 김치나 된장이 등장했다는 건 북한 당국의 주민수탈이 얼마나 극심한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어서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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