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눈 적게 와 새해 ‘첫전투’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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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의 주민들이 새해 '첫전투'보다는 '신년사' 학습을 중심으로 올해 첫 출근의 하루를 차분하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북한 주민들은 현재 식량문제보다는 땔감부족으로 인해 더 큰 생활난을 겪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북, 눈이 적게 와 새해 '첫전투' 부진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북한은 새해 '첫전투'라는 걸 하지 않습니까? 북한에서 새해 '첫전투'라고 하면 모든 주민들이 거름생산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올해의 '첫전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먼저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의 새해 '첫전투'라는 개념부터 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해마다 모든 주민들이 첫 출근을 하면 새해 '첫전투'라는 걸 벌리도록 조직했습니다.

새해 '첫전투'의 공식적인 명칭은 '신년사관철을 위한 새해 첫전투'입니다. 애초 새해 '첫전투'는 '신년사'에서 제시된 내용대로 자기부분, 자기단위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전 군중적인 생산혁신운동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1980년대 말 동유럽사회주의 붕괴로 하여 사회주의 시장체계가 무너지면서 원료와 자재, 전력난으로 허덕이게 됩니다. 많은 공장기업소들이 원료와 자재가 없어 가동을 멈추게 되는데요.

특히 비료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농업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식량위기를 느낀 북한당국은 생산을 못하는 공장기업소의 근로자들과 어린 학생들까지 새해 '첫전투'라는 이름으로 대체비료인 거름생산에 총동원시켰는데요.

식량난으로 시작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은 거름생산에 더욱 집착하게 됐습니다. 새해 '첫전투' 기간이면 매 주민들에게 1인당 거름생산 과제를 주어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기업소 성원들까지 거름생산에 마구 동원시켰는데요.

이렇게 되면서 현재 북한의 새해 '첫전투'라고 하면 의례히 거름생산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 의미가 완전히 퇴색된 상태입니다.

오중석: 네,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 북한 언론들은 새해 '첫전투'와 관련해 농업부분보다는 전력, 석탄, 경공업을 비롯한 생산부분 성과들을 상당히 큰 비중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현지의 분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문성휘: 네, 김정은 정권은 올해 신년사에서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하여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전히 먹는 문제 해결이 북한의 첫째 목표인 만큼 농사를 위한 거름생산이 필수라는 건데요.

하지만 새해 첫 출근을 한 북한의 근로자들은 거름생산은 하지 않고 '신년사' 학습을 진행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예년에 비해 올해 '신년사' 학습에 많은 품을 들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신년사' 학습 때문에 새해 '첫전투'도 미루었다는 얘기인가요?

문성휘: 꼭 그런 원인만도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북한 양강도의 경우만 놓고 봐도 평균기온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매우 추운 날씨라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북한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의 주민들은 새해 첫날 생산한 거름을 주머니에 포장해 주변 협동농장에 바쳐야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은 운반수단과 휘발유가 부족해 생산한 거름을 썰매에 실어 협동농장까지 옮겼습니다.

오중석: 아, 그러니까 북한이 올해 거름생산에 덜 관심을 돌리는 게 아니고, 눈이 내리지 않아 주민들이 썰매를 이용해 거름을 운반할 형편이 안 된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일단 소식통들의 얘기는 그렇습니다. 때문에 기관기업소들마다 개별적인 거름생산보다는 집체적인 거름생산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는데요.

집체적인 거름생산은 주민들로부터 휘발유를 거둬 자동차로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바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휘발유까지 바쳐야 하기 때문에 거름생산에 대한 주민들의 부담은 한층 더 커졌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오중석: 네, 개별적인 거름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새해 '첫전투' 분위기는 겉으로 조용한 것 같지만 자동차를 이용할 휘발유까지 바쳐야 하는 등 주민들이 새해 '첫전투'부터 떠안는 부담은 더 커졌다는 이야기로 이해가 됩니다.

2. 식량보다 땔감문제로 더 큰 생활난

오중석: 이번엔 좀 다른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석탄가격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평안북도에서 석탄가격이 톤당 중국인민폐로 170원을 좀 웃돌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이런 보도를 내보냈는데요. 최근 북한주민들의 땔감사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네, 현재 북한에서 땔감가격, 정확히 석탄가격이 가장 눅은(싼) 곳은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북도 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석탄을 비롯해 땔감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양강도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경우 안주탄전을 가지고 있고 평안북도는 동림군과 구성, 선천, 운전지구가 모두 석탄이 나오는 곳입니다. 함경북도 역시 은덕군과 회령시, 화대군과 명천군을 비롯해 석탄이 많이 나오는 지역입니다.

평안남도 소재지인 평성시에서 현재 석탄 톤당 가격은 중국인민폐 190원(위안)이라고 합니다. 반면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 석탄은 톤당 중국인민폐 350원으로 거의 배로 차이가 납니다.

오중석: 네, 사실 남한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리 나라가 크다고 해도 이렇게 차이가 날수는 없는 데요. 북한 같은 좁은 지역에서 이렇게 큰 가격차이가 난다는 게 좀 이해가 안 되는데 그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시죠.

문성휘: 네, 북한에서 석탄가격이 지방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석탄이 주요 외화벌이 자원으로 되면서 지방들에 땔감용으로 배분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또 전력사정으로 열차가 뛰지 못해 석탄을 실어 나를 운반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지역별로 땔감 수요량이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도 석탄가격이 고르지 못한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양강도의 경우 구멍탄 한 장의 가격은 중국인민폐 2원, 하루 이런 구멍탄 2장은 있어야 최소한의 난방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구멍탄 두 장이면 인민폐 4원인데 현재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 장마당에서 쌀 1kg이 중국인민폐 4원, 강냉이는 중국인민폐로 1원20전입니다. 그래서 양강도 사람들속에서는 "부엌이 이밥(쌀밥)만 먹는다" 이런 말이 유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오중석: 네, 사실 땔감 값이 식량 1kg 값과 비슷하다는 건 우리가 참 상상하기 어려운 건데요. 그 정도로 땔감 값이 비싸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특히 양강도와 같은 고산지대의 경우가 더욱 심한데요. 반면 함경북도 청진시의 경우 석탄 톤당 가격은 220원, 구멍탄 한 장의 가격은 중국인민폐 1원입니다. 양강도의 반값이라고는 하는데 청진시 역시 하루 구멍탄 두 장을 때야 하는 만큼 하루 땔감으로 강냉이 1kg이 훨씬 넘는 가격이라고 합니다.

11월 중순 김정은이 온 나라의 수림화를 지시했을 때만 해도 땔감가격이 상당히 유동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가격이 안정이 돼 다행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땔감은 북한의 가난한 주민들이 먹는 강냉이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라고 합니다.

가난한 북한 주민들, 특히 북부 고산지대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엄동설한에서 강냉이와 같은 식량보다 난방을 보장해야 할 땔감 때문에 더 큰 생활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의 땔감문제, 겨울철엔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니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화벌이를 위해 석탄을 마구 팔아넘긴다고 하니 이제 부터라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땔감 문제해결을 위해 마구잡이식 석탄수출을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