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새해 첫 전투'로 내주던 거름생산 과제가 예년보다 훨씬 줄어들어 북한 주민들속에서 김정은이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경제개혁'이라는 말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간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북 주민들, 김정은은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사람?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새해를 맞으면서 북한에서 어떤 소식 전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새해를 맞으며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을 상당히 배려하는 것 같은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우선 해마다 양력설은 하루만 휴식을 주었는데 올해는 3일 동안의 휴식을 주었습니다.
또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해 말에 이미 보도했듯이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맞으며 탁아소와 유치원,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당과류 선물도 주었습니다. 김정은의 생일 1월 8일은 하루 동안 휴식을 주라는 지시가 내린 상태라고 하고요.
올해는 특히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하면서 모든 주민들에게 '신년사' 원문통달을 하라는 지시가 내렸는데 이것도 주민들은 오히려 편안하다는 반응입니다.
박성우 : 오, 그렇군요. 원문통달이라면 이걸 다 외우라는 말이 아니에요. 얼핏 봐도 이게 량이 작지 않은데 이걸 어떻게 외우라는 겁니까, 그리고 이게 왜 편안하다는 거죠?
문성휘 : 아, 그거요. 워낙은 '새해 첫 전투' 기간은 혹한 속에 나가 거름생산을 해야 하는데요. 요즘은 '신년사' 학습을 하느라 새벽부터 밖에 나가 고생을 안 하니 한결 편하다는 거고요. 또 바른대로 말해 북한 당국이 아무리 '신년사'의 전문을 통달하라고 지시를 줘도 현지 간부들은 모든 주민들이 다 외우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에서 지시한 걸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하니 '신년사' 학습을 지도하는 간부들도 머리가 좋은 몇 사람씩 선정해서 통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알아서 적당히 넘기는 거죠.
그리고 기왕 거름생산 얘기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올해 북한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게 거름생산과제입니다.
거름생산과제가 얼마나 허황한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는 2010년입니다. 당시 '새해 첫 전투'로 주민 1인당 내준 거름생산 계획이 2톤이 넘었습니다.
박성우 : 1인당 2톤씩 거름을 생산하라고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런데 이게 운반수단도 제대로 없는 북한에서 썰매로 3~40리 되는 농촌에 거름을 실어내야 되는데 2톤이라는 과제가 현실성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강제로 내리 먹이다 보면 거짓 보고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농촌에 거름을 실어 낸 것이 아니라 실어냈다고 거짓말로 보고를 하는 거죠. 안 그러면 집행자들이 처벌을 받게 되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거름생산과제를 한꺼번에 몇 톤, 이렇게 주는 것이 아니라 매 주일별로 과제를 주고 받아낸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기존처럼 도무지 실현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 가능한 만큼씩 내준다는 거예요.
박성우 : 아, 그래요? 예를 들자면 어떤 겁니까?
문성휘 : 예를 들자면 1월 4일 첫 출근일부터 1월 7일, 그러니까 김정은의 생일 전날까지로 나흘 동안이죠. 이 기간 동안에 1차 과제를 주었는데 거름 300kg씩 주변협동농장에 바치라, 이렇게 지시가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반거름 300kg이면 인분으로 계산하면 100kg 정도가 됩니다.
박성우 : 이 정도도 많은 거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문성휘 : 그런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 해본 경험에 의해도 나흘 동안에 인분 100kg 정도는 가능합니다. 또 이렇게 한주일 과제를 내주고 이를 다 수행하면 다음 주일 과제가 떨어질 예상이라고 하는데요.
아직까지는 주민들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거름생산과제가 뛰어 오를지 모른다,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는 거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거름생산과제가 지금정도로 이어질 것이다, 또 이런 방법과 관련해 김정은이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처럼 실현 불가능한 과제를 내주어 애초에 손을 놓고 나앉게 만들기보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내주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김정은이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게 정말 그렇다면 북한 인민들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죠. 하지만 지금은 '새해 첫 전투'의 시작입니다. 그러니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2. 김정은, '경제개혁'이라는 말을 쓰라 지시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말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경제개혁이라는 말을 쓴다고 절대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라"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굉장히 놀라운 일입니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언제, 어떤 간부들을 상대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국가지도자가 개별적으로 한 중요한 발언이나 지시를 '방침'이라고 하는데요. 또 간부들이나 해당 일꾼들에게 학습이나 강연회 시간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이러한 방침들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언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침이 어떤 대상들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전달됐는지 그 날짜는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김정은이 언제, 누구를 상대로 말을 했는지 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침이 전달된 날짜는 파악이 된다, 이거죠?
문성휘 : 아, 그렇죠. 이게 지난달 말, 그러니까 2012년 12월 29일, 지난해의 마지막 강연회에서 간부강연회 대상들을 상대로 전달됐다고 합니다.
방침의 내용을 보면 "지금 일부 간부들이 경제개혁이라는 말만 하면 무조건 반당, 반혁명분자로 규정짓는데 이건 아주 잘 못된 행위이다, 경제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경제를 혁신적으로 고쳐나간다는 말'인데 우리는 지금까지 사회주의 특성에 맞게 경제개혁을 해 왔고 또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껏 경제개혁을 해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경제개혁과 경제개방은 개념자체가 완전히 다른 의미"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고 하는데요. "경제개방은 사회주의 경제가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돌아가고 인민생활이 웬만한 수준에 올라섰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못 박았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네, 그러니까 이젠 결국 '경제개혁'이라는 말을 해도 반동분자로 몰지 말라, 이런 뜻으로 들리는데요. 정말 큰 변화인 듯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만 하더라도 개혁이나 개방이라는 말은 아예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 않았어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이렇게 경제개혁이라는 말을 이렇게 순화시키면서도 반대로 경제개방에 대해서는 일정한 범위 안에 묶어 놓지 않았습니까? 이걸 놓고 앞으로 북한이 개혁이라는 틀에서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경제개혁과 개방을 차별화 해서 경제개혁을 한다고 해서 일꾼들이 무리하게 경제개방까지 논하지 말라, 이렇게 경계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보여 집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북측은 그간 개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굉장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죠. 굉장히 싫어한다는 뜻인데 '개혁'이라는 말보다는 '개선'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는 개혁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는 거니까요. 앞으로 어떤 행보 보일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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