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은 오늘'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장 많은 관심과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 대한 그런 관심과 화제의 중심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가끔은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나라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나라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을 적대시하며 '반미성전'을 주장하는 나라들을 보면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파쇼적인 독재자들이 장기간 집권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독재자들이 '반미정서'를 권력유지에 악용하고 있다는 특징도 꼭 같다고 하고요.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이후 '반미성전'을 가장 집요하게 악용하며 장기집권을 꾀한 인물들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가다피 대통령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다 1970년 초 군사정변으로 집권을 했고요.
사담 후세인과 무함마르 알 가다피가 미국을 끝장내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은 정말 요란했습니다. 길거리 곳곳에 자신들을 우상화하는 그림과 구호판들을 걸어놓고 그 곁에 '반미성전'을 독려하는 구호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사담 후세인은 2003년 3월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공격을 받고 패망합니다. 12월 14일 후세인은 고향인 티크리트 인근의 비좁은 땅굴 속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체포된 후 그해 12월 30일 교수형을 받고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가다피 역시 42년간 장기집권을 하다가 2011년 '중동민주화' 봉기가 리비아로 번지자 서둘러 도주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인민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011년 10월 20일 하수도 관속에서 체포돼 한없이 비참한 모습으로 종말을 고했습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장기집권기간 수많은 정치적 경쟁자들을 잔인하게 숙청하고 선거제도의 무력화를 통해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파쇼독재자들이 외치던 '반미성전'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한갓 구실에 불과했다는 거죠.
이러한 독재에 맞서 인민들이 원하던 세상은 결국 미국식 민주주의였습니다.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독재자 가다피는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 시도하다가 파멸을 맞았다는 점에서도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인연은 인연에 따른 공통점이 있고 악연은 악연에 따른 공통점이 있다고 했죠?
자,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1월 6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을 또 한방 터뜨렸습니다. 그와 관련한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의 보도 잠깐 들어 볼까요?
조선중앙TV: 주체 105, 2016년 1월 6일 10시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 '첫 수소탄 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군중대회'를 전국적인 범위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소위 저들이 주장하는 수소탄 실험 성공소식에 열광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잇달아 텔레비죤(TV)을 통해 방영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의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적대세력에게 있어서 무서운 악몽으로 청천벽력으로 될 것입니다.
네,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유일하게 청취할 수 있는 '조선중앙텔레비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결심한 수소탄 실험이 성공을 했으며 이런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에 부풀어 강성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현지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은 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가 닿은 북한 내부의 한 소식통은 "우리 같은 백성들이야 핵실험이 성공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우리의 소원은 그저 생활이 좀 풀렸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농사가 잘 됐다고 하지만 몇몇 돈 많은 사람들이나 좋은 것이지 평백성(평민)들은 아무리 농사가 잘 됐다고 해도 별로 생활이 나아진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털어 놓았습니다.
특히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맞으며 소위 수소탄 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군중대회를 열렸던 시각에 대해 '끔찍했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왜냐면 1월 8일 북부 산간지대의 날씨는 영하 20도를 기록할 정도로 추웠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는 '김정숙예술극장' 앞 광장에서, 함경북도 청진시는 포항구역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 광장에서 각각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군중대회가 열렸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군중대회가 있은 후 주민들은 각 생산부문, 생산단위별로 따로 모여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그 기세로 강성국가 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 일으켜 나가자"는 내용의 궐기모임을 연이어 진행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궐기모임이 있은 후 주민들은 미리 준비한 거름과 모래, 자갈들을 각 공장 기업소들마다 지정된 협동농장들과 건설장들에 썰매로 실어 날랐다고 말해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에도 주민들은 혹독하게 시달렸음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정권이 주장하는 소위 '첫 수소탄 실험 성공'이라는 걸 두고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 속에서는 '핵보유'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암암리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함경북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들은 주장을 했습니다.
북한 지식인들은 경제발전과 인민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보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이 실현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라며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 것이냐"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일반주민들은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지만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자칫 핵이 나라의 발전과 인민의 안전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그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편 다른 여러 소식통들은 "김정은 정권이 부득이하게 핵을 사용할 경우는 더 이상 자신의 생존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최후의 순간일 것"이라며 그런 경우로 북한 내부에서 인민들의 대봉기가 일어나거나 의도치 않은 남북 충돌이 전쟁으로 번지는 경우라고 밝혀 외부세계의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또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은 미국이나 한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행위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 역시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전쟁을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판단했습니다.
소식통들의 주장은 김정은 정권의 최후의 시각을 가상한 것으로 비현실적인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4차 핵실험이 보여주듯 김정은 정권은 예측을 불허한 비정상적인 정권이기에 최악의 경우를 잘 대비해야 한다는 충고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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