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계속되는 겨울철 가뭄으로 하여 북한 당국이 새해 농사준비는 물론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식수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새해를 맞으며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이 경제부문 성과를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조선중앙텔레비죤'만 보고있으면 현지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가늠키 어렵습니다. 뭔가 어설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요. 실제 새해를 맞는 북한 현지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마침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난 1월 7일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은 보도시간을 통해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생산성과를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비료생산성과를 보도한다고 하면서 생산과정이나 생산물의 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장의 외형이나 보여주고 또 공장의 간부라는 사람이 나와 지난해에 비해 많은 비료가 생산되고 있다, 앞으로 생산 공정의 정상화를 다그쳐 올해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무조건 보장하겠다, 이런 식으로 구구한 설명만 했는데요. 북한 언론이 자랑하는 경제부문 소식이라는 게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오중석: 그러게 말입니다. 북한이 늘 자랑하는 내용대로라면 지금쯤은 인민생활이 훨씬 편해지고 살기 좋아졌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인민들의 생활형편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부문에서 무슨 성과가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성휘: 그러니까 경제부문 성과에 대한 북한 언론의 보도들은 하나도 믿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나는 거죠. 새해를 맞는 북한 현지의 분위기는 언론매체들의 요란한 보도와 달리 암울하기 그지없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이 가장 크게 떠들어야 할 사업은 무엇보다 거름생산입니다. 북한은 생산된 석탄을 중국에 모두 팔고 그 돈으로 화학비료를 수입해 들여오고 있는데요. 그러다나니 한해 농사에 필요한 절대적인 비료수요량을 결코 만족시킬 수가 없다는 거죠.
이렇게 모자라는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북한은 겨울철이면 거름 생산에 모든 주민들을 총동원하고 있는데요. 겨울철이면 인분이나 삼분과 같은 거름들이 모두 얼어붙기 때문에 운반이 상당히 용의합니다.
더욱이 운송수단이 부족한 북한으로선 겨울철에 썰매를 이용할 수 있어 협동농장까지 거름을 실어 나르는 데도 아주 유리하다는 거고요. 그런데 올해의 경우는 예년과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겨울철 들어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는 거죠.
오중석: 네, 남한 역시 전반적으로 큰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강원도 쪽은 좀 다르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경에 꽤 많은 눈이 내렸는데 북쪽에서도 그 정도로 눈이 오면 얼마든지 썰매를 끌 수 있지 않을까요?
문성휘: 네, 그렇죠. 강원도에 내린 눈 만큼이면 얼마든지 거름을 실은 썰매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전역엔 썰매를 끌 정도로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부 고산지대에 속하는 함경북도나 양강도에도 겨울철 가뭄이 계속되면서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양강도 김형직군을 비롯해 자강도 쪽에는 그래도 눈이 조금 와서 썰매를 끌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 외 함경북도를 비롯해 전반적인 지역들은 눈이 오지 않아 도시의 공장기업소들이나 인민반 부양가족들, 여맹원들을 비롯해 새해 '첫전투'에 동원된 주민들은 생산한 거름을 쌓아만 놓은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하늘에서 눈이 내려야 썰매라도 이용해서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실어낼 수 있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지금과 같은 가뭄이 계속돼 눈이 안 내리게 되면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문성휘: 네, 그러니까 당장 농사준비에 급한 북한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는 거죠. 올해 공장기업소의 매 개인 당 거름 생산량 과제는 소속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5톤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동차를 한번 쓴다고 해도 기껏해야 3명 정도에 해당되는 거름생산 량밖에 운반을 못한다는 건데요. 그래도 상부에선 계속 거름생산을 재촉하고 있어 공장기업소들마다 종업원들로부터 휘발유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휘발유를 거두고 거기에 운임까지 얹어주면서 협동농장들에 일부 거름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봤자 거름생산이 아니라 거름생산 흉내를 내는데 불과하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생산한 거름을 협동농장들에 실어 나르지 못하면서 올해 농사준비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건데 아직도 겨울이 많이 남았고 눈이 올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이해해야 될 것 같군요.
문성휘: 네,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겨울철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농사준비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속돼 온 가뭄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가뭄으로 인해 주민들은 또 어떤 피해를 보고 있나요?
문성휘: 한마디로 물문제입니다. 양강도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데요.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의 경우 수원지가 운흥군 대오시천구에 있습니다. 수원지를 높은 곳에 만들어 전기가 없이 자연흐름식으로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했는데요.
하지만 가뭄이 계속 되면서 수원지로 흐르던 물이 모두 말라버렸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주민들은 이젠 물까지 모두 사서 먹어야 한다는 건데요. 물 장사꾼들은 보통 70리터짜리 중국제 용기에 물을 담아 판다고 합니다.
물은 개인들의 집에 직접 가져다주는 형식으로 팔고 있다고 하는데요. 압록강에서 멀리 떨어진 연봉동과 같은 경우 70리터의 물을 사려면 북한 돈 2천원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강냉이 1kg의 값이라는 거죠.
오중석: 물 값이 그렇게 비싸다면 주민들은 겨울철에 목욕조차 제대로 못하겠군요?
문성휘: 네, 사실 목욕은 생각도 못하는 어려운 가정들이 많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물이 없는데다 겨울철 목욕을 할 정도로 물을 덥힐 땔감도 없다는 거죠. 그래도 혜산시의 경우는 많이 나은 측이라고 합니다.
양강도 보천군 의화리와 화곡리, 보흥리와 같은 곳, 삼구군 관전리와 신전리와 같은 농촌마을들은 그나마 의지해 살던 시냇물이 모두 마르면서 강이 흐르는 곳까지 수십리씩 걸어가서 물을 길어온다고 합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하루종일 하는 사역이 물을 긷는 거라고 하니깐요.
오중석: 그건 정말 원시적인 생활이군요.
문성휘: 네, 현재 산골짜기에 위치한 북한의 거의 모든 농촌들이 샘이나 시내물이 마르면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고요. 시나 군의 경우는 전기가 오지 않아 수원지를 제대로 돌릴 수 없어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심각한 물 부족현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달리 방법을 못 세우고 있다고 하고요. 또 먹는 물조차 변변히 없으면서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 지고 이런 문제들로 하여 새해 첫날부터 북한주민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였다는 게 현지 분위기를 전한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주민들의 삶이 겨울 가뭄으로 하여 더욱 어렵게 됐다, 북한당국도 당장 농사준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얘기인데요. 아직도 긴 겨울이 남아있느니 눈이라도 많이 내려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을 좀 덜어주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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