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거름생산 예년보다 많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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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거름 생산을 독촉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북한 사법당국이 탈북자들의 돈을 북한의 가족에게 전달 해주는 중개상들을 '간첩죄로 다스린다'고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거름생산 실적 예년에 비해 높지 않아

박성우: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새해를 맞는 북한 주민들의 '거름생산전투'와 관련해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주까지는 "북한 당국이 개인별로 거름생산량을 정해주지 않아서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젠 구체적인 생산량이 정해졌겠죠?

문성휘: 네, 북한 당국이 매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거름생산과제를 정해주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먼저 간단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새해가 가까워 오는 연말이면 미리 주민들의 거름생산량을 지정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올해는 주민들에게 거름생산량을 미리 정해주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제의 주공전선을 농업이라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름생산량이 정해지지 않아 공장기업소들은 물론 주민들속에서도 한동안 혼선이 있었다고 합니다. '새해 첫전투'로 거름생산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와중인 1월 10일 경에야 개인별 거름생산과제가 내려왔다고 하는데요.

현재 개인별 거름생산과제는 17살 이상의 어른들에 한해서 인분 700kg, 고등중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과 연로보장으로 직장에서 퇴직한 59세 이상 주민들에 한해서는 인분 400kg의 과제가 할당됐다고 합니다.

박성우: 700kg, 400kg, 참 많아 보이는데요. 예년하고 비하면 어떻습니까? 더 많아 진건가요 아니면 줄어든 건가요?

문성휘: 이게 특별히 많은 량도 아니고 줄어든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른 해에도 이와 비슷하게 생산량이 내려왔다고 하고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할당한 거름생산량 외에도 노동당 하부조직들과 각 근로단체 조직들이 서로 '충성경쟁'을 벌리면서 주민들에게 별도의 거름생산과제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별도의 거름생산 과제는 또 어떤 겁니까?

문성휘: 실례를 들면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충성의 거름생산'이라는 명목으로 매 당원들에게 국가적인 생산량 외에 따로 인분 400kg씩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고요. 근로단체 조직인 청년동맹도 매 동맹원들에게 인분 300kg씩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노동당원들의 경우 원래 내야 하는 것이 700kg인데 당 조직에 또 400kg을 더 낸다, 모두 합치면 1톤 100kg의 인분생산과제가 주어진 셈이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정한 인분 700kg도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과제라고 합니다. 북한은 인분 1kg 대 삼분(집짐승배설물) 3kg으로 계산을 합니다. 인분 700kg을 못 바칠 경우 삼분으로 대체하자면 그 세배인 2톤1백kg을 바쳐야 한다는 건데요.

인분이라는 게 원천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분이 없으면 대신 삼분을 바쳐야 하는데 축산이 발전하지 못한 북한에서 삼분 역시 그 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또 설령 그만한 량의 거름이 있다고 해도 사람의 힘으론 실어 나르기가 어렵다는 거죠. 북한의 협동농장들은 대부분 시나 군에서 30~40리 이상씩 떨어져 있습니다. 겨울철에 썰매만으로 거름을 실어 나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는 거죠.

박성우: 그럴 것 같습니다. 이해가 충분히 되는데요. 그런데 거름생산 량을 채우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처벌같은 거 받지 않습니까?

문성휘: 당연히 처벌을 받죠. 그런데 처벌도 정도가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사업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데요. 한 두 사람이 과제를 못할 경우엔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모든 주민들이 다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 이럴 경우엔 사정이 다르거든요.

박성우: 그렇겠죠. 전체 인민들을 다 감옥에 가둘 순 없지 않겠습니까.

문성휘: 바로 그거죠. 북한 주민들도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의 한 소식통은 "어차피 수행 못할 과제이니 별로 열성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욕이나 듣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한다"는 거죠

박성우: 그 '적당히'라는 게 참 모호한 개념인데요. '적당히'라는 게 여기선 어느 정도를 뜻합니까?

문성휘: 거름생산에서 '적당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익숙한 말입니다. 인분으로 계산해 300kg 정도를 뜻하는 말인데요. 대부분의 주민들은 겨울동안 인분으로 계산할 때 300kg 정도의 량을 협동농장들에 바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거든요.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주민들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적당한 거름생산과제는 300kg 정도이다, 이런 말로 해석이 되는데요. 그런데 주민들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량의 과제가 내려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프로(%) 돈' 중개자들 간첩죄로 취급

박성우: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최근들어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프로 돈'이라는 말, 많이 들린다고 하던데요. 이게 무슨 뜻입니까?

문성휘: '프로 돈'에서 프로(%)는 한마디로 퍼센트의 의미입니다. 일정한 퍼센트의 돈을 수수료로 떼고 준다는 의미에서 '프로(%) 돈' 이렇게 말하는데요. 그런데 이 '프로 돈'은 돈 자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돈을 다루는 사람(중개상)들을 통째로 '프로 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 이런 말을 쓰냐 하면요. 국경연선에서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 중엔 몰래 중국이나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과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탈북자들이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을 그들이 전문적으로 중개해 준다는 의미에서 사람 자체를 '프로 돈'이라고 부른다는 거죠.

그런데 이 '프로 돈'이 현지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연계되는 것을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 한다는 겁니다. 북한에 있는 탈북자 가족들의 경우 대부분 별다른 돈 벌이가 없이 넉넉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젠 북한 주민들도 그들이 어떻게 생활을 유지하는 지를 다 알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러니까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보내 준 돈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한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이런 거죠?

문성휘: 그렇습니다. 그러다나니 탈북자 가족들은 자연히 주변의 동경대상이 된다는 거죠. 지어 '때대끼(하루벌이)'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우리 가족들 중에는 왜 탈북자가 없냐?"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최근 북한의 사법당국은 "중국이나 한국에 사는 탈북자들은 매우 가난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보내 줄 돈이 없다" 이렇게 부쩍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이 보낸 돈은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안기부'가 보낸 돈이다, 이렇게 선전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러니까 한국의 국가정보원, 예전에 이름이 '안기부'였는데요. '안기부'가 보낸 돈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뜻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게 차단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탈북자 가족들을 희생양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인데요. 일단 새해 들어 국경연선 마을들에선 '인민반 회의'를 열고 '프로 돈' 중개상들을 "간첩죄로 다스린다"는 사법당국의 조치를 주민들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분간 '프로 돈' 중개상들도 몸을 사리지 않겠냐, 또 이로 하여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돕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는데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낸 돈 덕분에 북한의 장마당이 굴러가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도 있었죠. 남한 탈북자들의 송금이 이미 북한 경제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는 뜻인데요.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