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김정일 사망관련 '애도기간' 총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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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애도기간' 총화사업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높아진 거름생산과제 때문에 온갖 비리와 폭력까지 동원한 거름쟁탈전이 북한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1. 김정일 사망관련 ‘애도기간’ 총화 마무리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행사’에 대해서 한국의 탈북자단체들, 또 대북소식통들이 앞 다투어서 북한 내부소식을 전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14일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거친 표현을 사용해서 망언들을 쏟아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추모행사, 이젠 총화사업도 마무리 됐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됐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관련 ‘애도기간’을 12월 19일부터 29일까지로 정해놓고 주민들을 ‘추모식장’에 끌어내지 않았습니까?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애도기간’총화를 강도 높게 진행 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내외의 비난도 있었습니다.

‘애도기간’ 동안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슬퍼하며 통곡하는 평양시민들의 모습을 매일 같이 언론에 내보내며 추모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만 이러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주민들을 혹한 속에 강제 동원시켰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소식들을 전한 탈북자 단체들이나 대북관련 단체들에 대해 14일 북한의 조선중앙 통신은 “비열한들의 추악한 모략중상”이라고 반박하면서 “역적패당을 대대손손까지 끝까지 따라가며 가장 몸서리치게 징벌할 것이다” 이렇게 협박했습니다.

박성우 : 그, 사실 통신사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구요. 객관적으로 소식을 전하는게 통신사의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통신사는 역할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문성휘 : 네, 참 씁쓸하게도 선전수단으로 되니까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거친 말들을 쏟아내니까 소름이 끼치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지방의 판이한 분위기를 탈북자 단체들은 물론 라진·선봉을 방문한 중국인들에 의해서도 자세히 전해지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아무리 변명하고 협박을 한다고 해도 실상이 가려지는 건 아니고요.

이번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북한 당국이 “값을 치른다”고 무시무시하게 예고했던 ‘애도기간’ 총화가 예상외로 강도가 높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애도기간’으로 정해진 열흘 동안 추모행사에 빠진 주민들이라는 게 대부분은 땔감을 하러 갔다든지, 또 이 장마당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식량을 구하려 시골에 내려간 주민들이 전부입니다. 일부러 빠진 건 아니고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농촌이나 다른 지역에서 ‘애도행사’에 참가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아내는 수준에서 끝냈고 혹시 행사장 분위기에 맞지 않게 눈물을 흘리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은 주민들에 대해서도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사이에 있은 ‘새해 결의모임’형식의 총화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나서서 자체로 비판을 하는 것으로 끝을 내버렸다고 해요.

이와는 별도로 ‘애도기간’ 탈북을 시도한 주민들은 가족들과 함께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고 아직 처벌을 기다리는 대상들로는 ‘애도기간’동안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지인들과 불법적인 휴대전화연결을 가졌다가 적발된 주민들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전시법’을 적용하라는 후계자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전화연계를 가졌던 주민들에 대해서는 ‘시범’으로 공개처형한다, 이런 설도 있지만 아직은 소문에 불과할 뿐 북한 당국 차원의 지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데 대해서 북한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애도기간’ 총화에서 강온전략을 구사했다면서 이는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자신의 아량과 관용성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배반은 절대로 용서치 않는다는 원칙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그런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성우 : 그래서 탈북이나 불법휴대전화 연결은 처벌하지만 다른 행위들은 가볍게 그냥 넘어간다, 이런 거군요? ‘애도기간’총화뿐이 아니고 ‘6자회담’을 비롯해서 요즘 국제문제에서도 후계자 김정은의 강온전략이 엿보이는 경우가 좀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김정은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뚜렷한 변화, 이건 없습니다. 그가 과연 얼마나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지도자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폭력과 비리로 얼룩진 거름생산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이 거름생산, 이걸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관철로 내세우면서 주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할당했다, 이런 얘기 많지 않았습니까? 구체적인 실적이 나온 것이 있습니까?

문성휘 : 네, 제가 일부 실적을 파악해보았는데 14일까지 북한 당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함경남도 같은 경우 58%, 거의 60%계선까지 접근하고 있습니다.

워낙은 1월 10일까지 인분으로 60% 이상을 하고 인분원천이 많지 않으니깐 2월 10일까지는 삼분(집짐승 분뇨)이나 소토(구운흙), 그리고 부식토 같은 것을 합쳐서 100%로 완성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2월 10일부터는 ‘흑보산비료’ 생산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김 위원장의 생일이 2월 16일 아닙니까? 이날을 보내고 2월 20일부터 협동농장들은 물론이고 공장, 기업소들도 모두 동원돼 ‘흑보산비료’를 생산하게 돼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인분을 실어 날랐지만 이제부터는 거름원천이 없다는 거죠. 삼분이나 소토 같은 것은 3kg을 바쳐야 인분 1kg으로 쳐줍니다.

박성우 : 아, 비율이 다르군요?

문성휘 : 네, 그런데 1인당 인분생산과제가 중학생들의 경우 600kg입니다. 어른들은 소속에 따라 1톤 5백kg, 최고 2톤까지 바쳐야 하는데 이걸 삼분이나 소토 같은 것으로 대체하자면 2톤의 인분을 바쳐야 할 사람들이 6톤 정도를 바쳐야 하니깐요.

박성우 : 곱하기 3을 해야 되는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운반수단도 없이 순수 썰매로 5~60리가 넘는 협동농장들에 이러한 량의 거름을 실어 나른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겁니다. 이제는 거름원천이 거의 바닥이 났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닌데요. 그러니까 뭐가 나오겠습니까? 편법, 불법밖에 더 나오는 게 없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했지만 매 사람이 자기가 속한 인민반, 공장, 근로단체 조직에 2중, 3중으로 거름을 바쳐야 하고 매일 거름생산 실적을 보고해야 하니까 실적경쟁이 붙은 공장이나 근로단체 조직들도 안달이 난거죠.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바치면 ‘확인증’을 떼어주는데 공장, 기업소마다 아예 노동자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확인증을 해오라”, 이렇게 대 놓고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계획을 못하면 책임자, 기관장들이 처벌을 받으니깐요.

그러니까 농촌에 인맥이 있는 사람들은 인맥을 통해 바치지도 않은 거름을 바쳤다고 ‘확인증’을 떼 오고 그런 인맥조차 없는 주민들은 밤중에 협동농장에 바친 거름들을 도로 훔쳐오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다시 훔쳐간다고요?

문성휘 : 네, 협동농장들은 봄에 거름을 삭혀서 밭에 뿌려야 되는데 그렇게 하자니깐 바친 거름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논밭에 모아놓아요. 그런데 이제는 거름도둑들이 하도 많으니까 모아놓지 못하고 바치면 바치는 족족 다 밭에 뿌려버린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니깐 한 곳에 쌓아놓으면 훔쳐 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밭에 뿌려 버린다, 그러면 그걸 쓸어 갈수는 없지 않겠냐? 이런 거군요?

문성휘 : 네, 도둑을 맞지 않는다는 거죠. 이렇게 밭에 뿌려놓으니까 량을 측정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해당 농장 작업반장들과 잘 사업만 하면 인분 1kg을 바치고도 100kg으로 ‘확인증’을 만들 수가 있다는 거죠.

이렇게 도둑들이 많고 온갖 불법들이 판을 치다나니 협동농장들은 길목마다 경비초소까지 만들고 밤중에 거름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경비를 선다고 해요.

박성우 : 거름을 훔쳐가는 것을 막기 위해 경비초소를 만든다고요?

문성휘 : 네, 이러다나니 현재 북한의 국경도시인 양강도 혜산시에선 인분 1kg에 30원씩 팔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협동농장에 바친 인분을 주로 농장원들이 도로 훔쳐내 밤중에 달구지로 싣고 와 되파는데 한 달구지에 보통 300kg정도 싣는다고 합니다. 한 달구지에 9천원이라고 하니깐요.

며칠 전에는 혜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10군단 군인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혜산시 운총리에 있는 ‘혜산농림대학’ 연구소 부업지가 있어요. 거기서 인분을 훔치다가 관리원들에 발각되어 큰 싸움으로 번졌는데 관리원 한명이 머리를 크게 다쳤고 군인들도 3명이 관리원들에게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들 군인들은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인분을 훔치다가 이런 변을 당했다고 하고요.

이 사건 말고도 혜산시 혜화동에서 인민반 변소의 인분을 퍼내던 제약공장 노동자들과 동네사람들 사이에 싸움이 붙은 사건을 비롯해서 인분을 둘러싼 크고 작은 싸움들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북한 당국이 흥남비료공장, 그리고 남흥청년화학기업소를 통해 비료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고 크게 보도한 것이 2009년의 일이었죠? 그런데도 비료가 없어 거름생산에 주민들을 강제동원 시킨다, 정말 듣기에도 안쓰럽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