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해 봄부터 ‘임농책임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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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를 다그치는 북한이 올해 봄부터 뙈기밭을 다루는 주민들에게 '임농책임제'를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해 11월 1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평양 '중앙양묘장'을 시찰을 시작으로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지금까지 나무심기 성과를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현재 북한의 산림복구 실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국토환경개선에 꽤나 품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집권 후 전국에 잔디밭 조성, 장미꽃 심기, 그리고 과일나무 심기를 강조한데 이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해 말에는 평양 '중앙양묘장'을 찾아 온 나라 수림화를 지시했는데요.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 제1비서는 전국의 수림화, 원림화를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잠깐 산림복구와 관련한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 내용을 들어보시죠.

신년사: 전후에 복구건설을 한 것처럼 전당, 전군, 전민이 떨쳐나 산림복구 전투를 힘 있게 벌여 조국의 산들을 푸른 숲이 우거진 '황금산'으로 전변시켜야 합니다.

오중석: 북한의 벌거벗은 산들을 모두 '황금산'으로 전변시킨다. 이를 위해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 과수원화를 실현한다는 게 김정은 제1비서의 의도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도 나무심기가 가능하다는 얘긴가요?

문성휘: 네, 북한 당국은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나무심기에 내몰고 있다고 합니다. 나무심기와 양묘를 위해 북한은 올해 국토환경관리부 산하 기관들에만 특별히 거름생산과제를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국토환경관리부 산하라고 하면 각 시, 군 산림경영소들에 있는 종묘장과 양묘장, 조림(組林)작업소, 그리고 강하천관리사업소와 사방야계(沙防野溪)사업소, 도로시설대, 도로표지판관리소 등의 기관들이 속한다고 합니다.

오중석: 산들이 헐벗은 데다 국토환경파괴가 심각한 북한도 국토관리기관들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 같군요.

문성휘: 네, 국토환경관리부 산하에 저렇게 많은 기관들이 있는 줄은 저도 여태껏 몰랐습니다. 겨울철을 맞으며 지방 종묘장과 양묘장들에서는 비닐온실에서 황철나무, 버드나무, 뽕나무와 같은 묘목들을 대대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하고요.

나무심기를 위해 각 지방에 있는 종묘장과 양묘장, 조림작업소들은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합니다. 또 국토환경관리부 산하 기관들은 무엇보다 '청년림'. '소년단림', '애국여성림'을 지정하고 여기에 시범적으로 나무를 심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데요.

이러한 나무심기는 양묘장에서 키운 묘목을 가져다 심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자연적으로 빽빽하게 자라나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나무들을 뽑아서 다른 곳에 옮겨 심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은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옮겨 심는 나무가 오히려 생존율이 높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동면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수분을 요구하지 않고, 땅속에 세균들도 번식이 어려워 뿌리가 상한다고 해도 빨리 치유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오중석: 네, 과학적으로 맞는 얘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럴 듯한 논리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러나 겨울철에 묘목도 아니고 깊은 산속에 있는 나무를 뿌리째 옮겨 심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일일 텐데요. 그와 관련해서는 뭐라 말하고 있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 주민들은 그러한 문제 때문에 겨울철 나무 옮겨심기에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과학적으로는 겨울철 나무 옮겨심기가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인지 모르겠으나 땅이 얼어 나무를 뿌리째 옮긴다는 게 매우 힘들다는 거죠.

소식통들의 말로는 특히 노동자들의 경우 제집에 나무를 심는 것도 아니고 또 겨울철에 옮겨 심은 나무가 죽었다고 해도 책임을 따질 수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위에서 지시하니 대충 움직일 뿐"이라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겨울철에 나무를 뿌리 채 떠내면 거기에 얼어붙은 흙도 많이 붙어 나오기 때문에 무게를 감당키 어렵다고 하고요. 때문에 될수록 이면 뿌리가 적고 무게가 가볍게 나무를 떠내 지정된 곳에 대충 옮겨 심고 있다는 거죠.

오중석: 네, 겨울철 나무 옮겨심기가 가뜩이나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황폐화된 산림을 오히려 더 훼손할 수도 있다는 그런 의미로 들리는군요.

문성휘: 네, 더 훼손할 수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추위에, 그것도 운반수단이 없어 국토환경관리부 산하 종업원들이 썰매를 이용해 나무를 떠 옮겨 심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 제대로 일할 수가 없는 거죠.

오중석: 네, 북한의 겨울철 나무 옮겨심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해도 뿌리를 제대로 떠내는 것이 어려워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봄철 나무심기 준비는 어떻게 잘 돼가고 있습니까?

문성휘: 아직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우선 나무심기를 하려면 묘목이 충분해야 하겠는데 보통 잎갈나무나 잣나무, 분비나무의 경우 3년 정도 양묘장에서 키워야 산에 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다가 갑자기 모든 주민들이 떨쳐나 나무를 심으라고 하니 심을 묘목이 없다는 거죠. 이러한 문제로 하여 북한 당국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로부터 나무 묘목을 지원받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묘목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어야 정상적인 나무심기도 진행할 수 있다, 이게 현재 나무심기를 다그치고 있는 북한이 처한 실정이라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한 가지가 또 있습니다. 벌거벗은 북한의 산들은 주민들이 뙈기밭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배급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뙈기밭에서 나오는 식량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는데요.

나무심기를 하자면 당연히 산에 있는 주민들의 뙈기밭을 모두 빼앗아야 합니다. 그런 우려로 하여 벌써부터 북한 내부의 민심이 소란스럽다고 하는데요. 뙈기밭이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여서 북한 당국의 고민도 상당히 깊은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당장 뙈기밭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뙈기밭을 다루는 주민들에게 '임농책임제'라는 걸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임농책임제'라는 건 또 뭔가요?

문성휘: 한마디로 임업과 농업을 병합하는 방법이라는 건데요. '임농경영법'은 김정은 정권이 과일밭 조성을 하면서 내놓은 방법입니다. 경작지가 부족하니 과일나무 그루 사이에 고구마나 메주콩과 같은 농작물을 심는다는 건데요. 이러한 '임농경영법'을 개인들에게 적용해 '임농책임제'를 만든다는 겁니다.

오중석: 네, 그렇군요. '임농경영법'과 '임농책임제'는 또 어떻게 다른지도 좀 이야기해 주시죠.

문성휘: '임농경영법'은 임업과 농업을 결합한 재배 방법이고요. '임농책임제'는 개인들이 다루는 뙈기밭을 빼앗지 않고 거기에 나무를 심게 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주민들이 자기가 다루는 뙈기밭에 의무적으로 묘목을 심고 그 사이에 농작물을 심으라는 거죠.

일단 뙈기밭 주인들은 심은 묘목을 책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정한 정도로 나무가 자라 주변에 농작물을 심을 형편이 못되는 몇 년 후가 되면 그 땅을 국가에 환원한다는 것인데요.

나무가 자라 땅을 환수하게 될 몇 년 후면 식량난이 다 해결된다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식량난을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도 아직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네, 무슨 얘기인지 잘 알겠습니다. 이미 심각하게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는 분명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산림복구 사업이 의욕만 가지고 과연 실행할 수 있는 것인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