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생산한 북 제품들 왜 외면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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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국산을 애용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거듭되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중국산에 비해 질은 떨어지면서 값이 비싼 국산품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 해 간부들에게 외국산담배를 피우지 말데 대해 지시한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수입병'을 없앨 데 대해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 기자가 북한주민들이 국산품 사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얘긴데 무슨 이유때문인지 궁급합니다. 이와 관련해 좀 자세하게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양말공장'을 현지시찰 한 소식을 1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국산화 비중을 결정적으로 높이며 그 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한다" 이런 김정은의 지시 내용도 보도를 했는데요.

북한을 대변하는 일본 조총련의 기관지이죠. '조선신보'도 1월 26일 기사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며 "지방의 공장들에서도 생산자들에게 종전의 수십배에 달하는 생활비를 보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선전 매체들이 주민들의 생활이 상당히 좋아졌고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외부세계에 내보내고 있는데요. 실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나요?

문성휘: 그와 관련해 제 개인적으로는 북한이나 북한을 추종하는 어떤 조직들의 선전에 그닥 신빙성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선전은 외부와의 관계개선과 해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에서 많이 부풀려 져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실제 북한내부 소식통들과 최근 한국에 들어 온 탈북자들, 그리고 금방 북한에서 나와 중국의 모처에서 한국행을 시도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선전과 내부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한 가지 명백한 점이 있다면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용을 하고 있든, 아니면 이용을 하지 않든 간에 현재 북한에서 일정하게 경공업제품들이 나오고 있고 북한 당국도 자신들이 만든 경공업 제품들을 팔아먹기 위해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중석: 문 기자의 이야기는 북한에서 어느 정도의 경공업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만들고는 있는데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의미로 들리는데 좀 더 이해가 되도록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죠.

문성휘: 네, 구체적인 사례를 들라고 하면 지난해 김정은이 고위층 간부들에게 외국산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 지시를 놓고 따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경공업생산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한 것이 있다면 담배생산인데요.

현재 북한이 공식적으로 승인한 상표의 담배들만 백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각 무역회사들마다 담배공장을 많이 지었는데요. 무역회사들이 담배공장에 관심을 돌린 건 돈벌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무역회사들이 중국산 담배를 들여오면 많은 돈을 벌수가 있었는데 북한 당국이 담배수입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동안 북한에서 팔리던 중국 담배는 대부분 밀수꾼들이 들여와 장마당들에 유통시킨 것이었습니다.

담배를 직접 들여 올 수가 없었던 무역회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서 담배원료들을 대대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는 담배들은 다 중국에서 원료를 들여다 단순히 가공한 것에 불과합니다.

오중석: 김정은이 고위층 간부들에게 국산담배도 좋으니 외국산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북한담배도 모두 중국산 재료를 들여다 가공한 것에 불과하니 중국산이나 마찬가지라는 거군요.

문성휘: 네, 엄연한 의미에서 북한에서 생산되는 담배는 모두 중국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고위층에서 외국산 담배가 인기를 끄는 건 뭔가 남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간부들의 욕심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새경제관리체계'와 '특별경제개발지구'를 적극 선전하면서 내부적으로 인민생활이 크게 향상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이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북한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을 식량생산 증가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게 한마디로 김정은이 권력에 오른 뒤 식량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줄만한 자연재해가 지금까지는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새경제관리체계'나 '특별경제개발지구', 이런 걸 물어보면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북한 내부에서는 그런 제도에 아무런 반응도 없는데 외부에선 왜 그리 관심이 높으냐면서 이상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요.

인민생활이 개선되고 있다는 북한의 선전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병'을 없애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서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짓"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는 형편입니다.

오중석: 주민들속에서 뿌리가 깊게 내린 '수입병'을 없앨 만큼 북한산 생활필수품의 가짓수나 질이 경쟁력을 못 갖추었다는 얘기이군요?

문성휘: 맞습니다. 현지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경공업제품의 생산이 늘었고 또 무한정 늘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북한의 경공업제품은 기존의 공장기업소들이 아닌 지금의 수출무역회사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기존의 공장기업소라고 해도 무역회사들과 연결이 되어야만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얘기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식료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진시 '수성천식료공장'도 김정은의 비밀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8호실 산하 '모란지도국'에 속해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수성천식료공장'은 빵, 식용유, 과자, 술, 각종 음료수와 즉석국수(라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 노동자들의 월급은 빵과 식용유, 술과 같은 것으로 대체해서 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월급으로 일정 정도의 돈을 주든지 아니면 돈이 될 만한 뭔가를 주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중석: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월급까지 챙겨주려다 보면 자연히 생산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요?

문성휘: 그게 문제라는 거죠. '수성천식료공장'은 청진역 옆에 '수성천식료상점'이라는 걸 따로 내오고 생산된 제품들을 그곳에서 판다고 합니다. 이러한 '수성천식료공장'은 생산을 늘리려 해도 제품이 팔리지 않아 늘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수성천식료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의 가격을 놓고 보면 왜 그런지 잘 알 수 있는데요. '수성천식료상점'에서 파는 25%의 소주 한 병의 값은 북한 돈 3천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들이 몰래 만드는 술은 가격이 북한 돈으로 천원밖에 안 한다는 거죠. 개인들이 만드는 술도 질이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또 이곳에서 생산하는 1kg 포장의 콩기름은 북한 돈 2만원인데 현재 중국에서 들여오는 4.7kg 포장의 '통기름'은 중국인민폐 42원,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5만5천원입니다. kg당 가격이 북한 돈으로 1만2천 원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거죠.

오중석: 북한산이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건데 왜 가격이 그렇게 비싼가요?

문성휘: 한마디로 원료자재를 중국에서 사들여야 하는데다 노동자들의 월급이나 월급을 대신해 다른 생산품을 지급해야 하니까 제품의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제품의 값이 비싸니 주민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생산을 늘일 수도 없고, 그러다나니 생산단가를 낮출 수도 없다는 거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서 경공업제품의 생산량이 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이 앞으로 원료자재문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외국 제품들과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