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한국에 대한 물리적 타격을 운운하며 위협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군 병사들은 끼니도 제대로 못 에우는 실정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주민들이 친구나 친척들에게 쓴 새해 축하장의 대부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유실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북한군, 식량으로 겉벼를 받는 수준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측의 언론들이 요즘 핵실험을 앞두고 이런 보도 연일 내놓고 있습니다. "멸적의 의지를 안은 수많은 청년들이 연일 인민군대 입대, 복대를 탄원하고 있다"이런 내용인데요. 실제 북한 내부 정세, 어떤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이 장거리 미싸일 발사에 제재를 가하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에 강력반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은 외부적으로는 핵실험을 운운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또 전 군에 '전시동원태세'를 명령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지방군무력인 '교도대'와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병력도 수시로 비상소집을 하면서 내부 결속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김정은 정권이 "지금 당장 전쟁을 치를만한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한 근거로 무엇보다 전기가 오지 않아 열차운행이 마비된 것을 비롯해 경제부문이 완전히 정지 상태라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수많은 청년들이 군 입대와 복대를 탄원하고 있다지만 군부의 식량난이 말할 수 없이 열악한 상황이라는 이유도 꼽았습니다.
박성우 : 식량난은 뭐 한해, 두해 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지난해에는 북한의 농사작황이 좀 나아졌다, 이런 소식이 있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군부의 식량난이 열악한 건 왜 그렇다고 봐야 할까요?
문성휘 : 네, 최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을 통해 여러 경로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농촌들이 아직까지 낟알 털기(탈곡)를 끝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농촌들에서 낟알 털기를 끝내지 못한 원인은 역시 전기사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가을 김정은 정권이 희천발전소 건설을 자랑하기 위해 평양시에 대한 전력공급을 늘렸는데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게 희천발전소의 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희천발전소의 발전능력이 30만kw인데 이러한 발전용량을 내려면 수십억 입방을 넘는 언제에 일정기간 물을 채워서 수압을 조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언제(댐)에 일정한 수압을 조성할 만큼 물을 채우는 기간이 1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과시욕에 사로잡힌 김정은 정권이 희천발전소 완공과 위력을 조기에 선전하기 위해 농촌에 공급해야 할 전기를 다 끌어다 평양시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농촌들은 전기가 없어 탈곡을 못했는데 겨울철까지 닥치니 전기사정이 더 악화됐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탈곡을 못했다는 건데 그러면 군인들은 지금 도대체 뭘 먹고 산다는 거죠?
문성휘 : 겉곡이죠. 최근 식량공급이 비교적 좋다고 하는 국경경비대 마저 입쌀과 통강냉이를 5:5의 비율로 공급하는데 입쌀은 탈곡을 하지 못해 겉벼로 주고요. 강냉이도 찧어서 '강냉이 쌀'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전기가 없다나니 통 강냉이를 그대로 주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곡식을 도정을 안 한 것을 '겉곡'이라고 부르는 군요? 겉곡을 그대로 공급하면 군인들이 스스로 도정을 하게 되는 건가요?
문성휘 : 네, 올해 북한에서 동계훈련 소식이 덜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동계훈련을 제대로 못하는 원인이 식량조달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박성우 : 원인중의 하나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함경북도 경성군에 주둔하고 있는 9군단 산하 통신소의 경우 한 주일에 한 번씩 식량을 공급받고 있는데 그마저도 겉곡으로 받다나니 소대별로 군인들이 하루 종일 먹을거리를 가지고 씨름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통강냉이를 먹자면 절구나 맷돌을 이용해 겉껍데기를 벗겨내고 그다음 쌀로 잘게 부셔야 한다는데요. 벼도 역시 군인들의 베개 속을 빼내고 그 속에 겉벼를 넣고 빨래 방치로 두들겨서 껍질을 벗겨 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껍질을 벗겨낸 벼는 '현미'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되고 밥이 불지 않아서 밥 량도 형편이 없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국경연선 도시들의 보위원이나 보안원들도 겉벼 30%, 통강냉이 70%, 이렇게 배급을 받았다는 데요. 이게 올해 1월입니다. 겉벼의 경우 1kg을 입쌀 700그램으로 계산해서 준다는 거죠.
박성우 : 한 달도 아니고 한 주에 한 번씩 공급받는 식량인데 그마저도 모두 겉곡으로 받는다, 상황이 이러면 정말 군인들이 겪는 불편함 어떤지 짐작이 됩니다.
문성휘 : 그런데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은 농촌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라는 겁니다. 올겨울에 북한도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거기다 열차운행도 중단되다나니 제때에 식량을 공급받지 못해 농촌관리위원회들이나 군 인민위원회 량정과를 찾아다니면서 하루씩, 이틀씩 식량을 꾸어서 먹는 일이 보통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군인들이 겉곡마저도 제때에 보장받지 못해 식량을 꾸어서 먹는다, 이건데요. 그런 군대를 가지고 김정은 정권이 지금 전쟁타령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2. 북, 설명절 축하장들 대부분 유실
박성우 : 자, 다른 이야기 좀 해 보죠. 이제 구정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신정 때 북한에서도 연하장 많이들 보냈다면서요? 그런데 이 연하장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그러던데 이건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네, 저는 애초에 축하장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요.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역시 편지나 엽서가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한은 컴퓨터나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편지나 엽서가 없어지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편지나 엽서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인데요. 이게 실은 우편물을 전달해야 할 통신원들이 굶어죽고 또 열차운행마저 중단되면서 이런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각 체신소(우체국)마다 통신원들이 턱없이 부족해 난리라고 합니다. 실제 공장, 기업소들은 배급을 주지 않고 원료와 전기가 없어 생산을 못하니까 지금과 같은 겨울철엔 노동자들 대부분이 출근을 안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편 통신원들도 꼭 같은 노동자들이고 역시 똑 같이 배급을 못 받는데 이들에겐 겨울이든 여름이든 일거리가 항상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편통신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없다는 거예요.
박성우 : 아, 이해가 되네요.
문성휘 : 네, 그래서 얼마 발행도 못하는 '노동신문'마저 배달을 못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이젠 '노동신문'도 우편 통신원들이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장, 기업소들에서 부기원이나 기요원들이 직접 체신소에 가서 받아와야 한다 겁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마저도 이렇게 직접 받아와야 하는 형편이니 개인들에게 전해져야 할 편지나 엽서 같은 건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그래도 아직 편지나 엽서 쓰는 사람들이 좀 있겠죠?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 아주 없는 건 아니고요. 장마당에 가면 우편엽서나 축하장을 파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깐 편지를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데 아직도 설날 같은 때면 습관적으로 축하장을 쓰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런데 이게 전달이 안 되는 게 문제군요?
문성휘 : 네, 특히 군인들은 고향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축하장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요. 이들도 습관적으로 써서 붙일 뿐이지, 제대로 가 닿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기대는 또 안 한다는 거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편지나 엽서 같은 경우는 아직도 기본적인 통신 수단에 속하지 않습니까? 이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점이 바로 북한사회의 현 주소를 말해주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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