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일부 외신 보도와는 달리 북한의 경제사정은 나아진 것이 없으며 주민들의 식량난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현지 소식통들로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이 호전됐다, 일부 외신을 비롯해 최근에는 '세계지식'이라는 중국의 학술잡지가 최근호에서 이렇게 언급했는데요. 북한의 내부 소식통들은 경제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중국의 학술잡지 '세계지식'에 실린 글은 저도 보았습니다. "북한의 농업교역시장은 활기차고, 다양한 자국산 일용품이 계속 제작돼 나오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선조치'로 식량난도 많이 해소됐다고 분석했는데요. 이런 내용들은 북한을 대변하는 일본 총련(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가 꾸준히 주장하해 온 내용들입니다.
오중석: 네, 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가 1월 26일 기사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며 "지방의 공장들에서도 생산자들에게 종전의 수십배에 달하는 생활비를 보장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소개를 했는데요. 이런 게 모두 진실이라면 북한주민들의 경제생활 수준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문성휘: 네, 한쪽으로만 보면 그렇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는 주장의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북한의 '5.30 조치'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외부세계에는 북한의 '5.30 조치'가 지난해에 벌써 알려지지 않았는가요? 그러나 북한 현지 주민들과 공장, 기업소 간부들은 올해에 들어와서야 '5.30 조치'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렇다면요. 북한이 지금껏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놓은 '5.30 조치'의 내용을 간부들과 주민들에게는 비밀로 했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북한은 지금껏 '5.30 조치'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5.30 조치'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일부 시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면서도 그 이유조차 주민들과 간부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건데요.
'5.30 조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놓은 '새경제관리체계', 이른바 '6.28 조치'를 시행하면서 드러난 여러 가지 결함들을 수정, 보완할 데 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2년 12월부터 모든 협동농장, 공장, 기업소들에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5.30 조치'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농촌을 제외한 공장, 기업소들에서 '새경제관리체계'를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는 지금 북한이 '5.30 조치'에 따라 '새경제관리체계'를 중단시켰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최근 북한이 일부 과학자들을 비롯해 노동자들의 월급을 올려주었다는 소식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문성휘: 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좀 전에 "북한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는 주장의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북한은 '5.30 조치' 이후 공장, 기업소들의 무질서한 경쟁체계, 생산체계의 모순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새경제관리체계'를 중단하고 일부 지정된 공장, 기업소들에서만 시험적으로 '새경제관리체계'를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오중석: 네, 그렇게 되었군요. 개혁개방에 성공한 중국도 먼저 '선전(심천)경제특구'라고 하죠. '선전경제특구'에서 개방정책을 시험하는 단계를 거쳤는데요. 그러지 않아도 북한이 갑자기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잘 믿지를 않았습니다.
문성휘: 네, 그렇죠. 북한 지도부가 '새경제관리체계'를 통해 생산경쟁체제를 도입하는데 너무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요새 김정은이 직접 돌아보았다는 평양양말공장이나 신발공장은 모두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험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정된 공장들입니다.
이런 공장 기업소들은 주로 평양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시험적으로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한 일부 공장, 기업소들, 특별히 지정된 과학자들에겐 북한 돈으로 평균 30만원이라는 월급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새경제관리체계'가 도입된 공장, 기업소들이 북한에 몇 개나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몇몇 공장, 기업소들에서 노동자들의 월급이 올라간 걸 가지고 전반적인 북한 주민들의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평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그러니까 한마디로 몇몇 지정된 공장, 기업소들에서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한 것을 두고 마치 북한의 경제사정이 상당히 호전된 것처럼 선전하는 것이라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공장, 기업소들 70~80%는 여전히 멈춰 있는 상태이고 노동자들은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의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원인은 '화폐개혁'으로 빚어졌던 혼란이 점차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과 일부 외부 언론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민들의 경제사정은 여전히 최악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너무도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도를 넘는데다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하는 일부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에게만 높은 월급을 주면서 딱히 장사거리가 없는 주민들은 극심한 생활난에 시달린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국가가 주민들을 돌보지 않으니 주민들 자체로 장사를 해서 먹을 것도 마련하고 생필품들도 사야 하는데 그게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북한 주민들이 하는 우스갯말이 "전체 인민들이 다 장사에 떨쳐나섰다" 이런 말인데요. 그 속에서 돈을 번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장사가 잘 되는 사람들은 몇몇에 불과하고 이들에게 부가 집중되고 있다는 거죠.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곳은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역전이나 장마당 인근인데 이런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을 제외한 군 소재지나 농촌에 사는 주민들, 도시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은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오중석: 네, 그런데 문 기자, 협동농장들은 여전히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한다고 얘기했는데요.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하고 있다면 농장원들에게 잉여 농작물이 차례지고 식량난도 좀 해소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네, 최근 일부 언론들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현지 소식통들은 몹시 불쾌해 하면서 그러한 주장을 단호히 부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간단한 사례만 들어 보아도 그 심각성을 알고 남음이 있는데요.
지난해 양강도에서 감자농사가 가장 잘 된 지역이 백암군 '1만 정보협동농장'입니다. 이곳 농장은 지난해 국가알곡생산 계획량으로 감자 정보 당 38톤이라는 과제를 받았는데요. 그런데 농사가 잘 돼 감자를 정보당 50톤 이상씩 생산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러니 국가알곡생산 계획량보다 12톤씩이나 더 생산을 했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된 잉여 농산물을 농장원들에게 준 것이 아니라 군량미로 모두 거두어 갔다고 합니다. 농장원들에게 차례진 건 국가배급 정량인 감자 550kg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한 가족이 석 달도 버티기 어려운 량이라는 거죠.
국가 알곡 생산량을 훨씬 초과한 백암군 '1만 정보 협동농장'이 그 정도이니 다른 협동농장들은 더 말할 형편도 못 된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얘기하면서 소식통들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진 게 아니라 여전히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이 상당히 호전됐다는 것은 잘 못된 판단이다, 문 기자는 지금 이렇게 주장하는 거죠. 북한 주민들의 경제사정은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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