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극심한 생활난을 견디지 못한 북한의 가장들이 가족과 함께 집단자살을 택하고 있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앞에서 말씀 드렸지만 최근에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서 가족과 함께 자살을 택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소식도 들리던데요?
문성휘 : 네, 화폐개혁 이전까지 북한에서 자살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자살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인데요. 사회적인 불만이 아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는 경우에도 '처단자'로 취급합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 제도에서 자살은 체제에 대한 반항이고 지도부에 대한 도전이라는 북한식 해석 때문인데요.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는 경우 형제들이나 자식들은 문건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일생동안 대학은 물론이고 사회적 발전의 길이 완전히 막혀버리게 되는 겁니다.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도 자식들이나 형제들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옛날부터 북한에는 자살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도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 우스개 소리요?
문성휘 : 네, 그 한 가지 사례로 '열사자살'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박성우 : '열사자살'은 뭡니까?
문성휘 : 자살해야 하겠는데 자식들의 앞날이 걱정되다보니 위장 자살을 한다는 겁니다.
예를 하나 들면요. 내가 자살을 택하면 자식들에게 걸림돌이 되니까 먼저 평양시 건설이라든가 이런데 지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동원돼서 벽돌을 들고 아파트에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딘 것처럼 과장해서 자살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사회주의 애국열사' 칭호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애국열사 칭호를 받으면 사회주의건설에 헌신하다 사망한 것으로 돼 앞으로 자식들의 발전에도 일정한 도움이 되거든요.
박성우 : '사회주의 애국열사'로 위장해 자살한다고 '열사자살'이라 부른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뿐이 아닙니다. '만세자살'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아주 영웅으로 둔갑하는 겁니다.
박성우 : '만세자살'은 또 어떤 겁니까?
문성휘 : 이른바 제 집에 사고를 위장한 불을 지른다는 거죠.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때 용감하게 불속에 뛰어들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꺼내고 자신은 불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위장해서 마지막 순간에 '김일성장군 만세'를 부른다는 겁니다.
박성우 : 오, 초상화를 꺼내고 '김일성 장군만세'까지 부르면 진짜 영웅이 되겠네요?
문성휘 : 네, 북한의 언론들에도 그런 사례들이 많이 실리지 않습니까? 장군님 초상화를 구하다 장열하게 최후를 마친 영웅이 되니까 자식들의 발전이 쫙 열린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실제 그렇게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문성휘 : 실제 그런 사건들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자살이 이렇게 엄격하게 통제되다 나니 자살과 관련한 우스갯소리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박성우 : 우스갯소리라고 말은 하셨습니다만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일 같습니다. 대개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중을 밝히는 유서를 남기지 않습니까? 그런 방법으로 자살을 택해야 된다면 유서도 못 남길 수 없겠군요?
문성휘 : 네, 가끔씩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유서'를 남겼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딱 한번 유서를 쓴 사건이 있었는데요. 2000년 쯤에 제가 살던 자강도에서 있은 일이거든요. 러시아에 벌목을 하려 갔다 온 남편이 자기가 없는 사이에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매일 아내를 엄청 구타했어요. 그런데 북한은 법적으로 가정싸움을 막는다든지,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제도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아내가 목을 매 자살을 했는데 그 때 유서를 남겼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유서도 자신은 절대로 사회제도에 반감을 품은 것이 없고 남편의 시달림에 견디다 못해 자살한다는 글을 남겼다고 하는데 설사 그런 글을 남겼다고 자살이 사회적으로 용서되는 건 아닙니다.
박성우 : 그럼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문성휘 : 어떻게 되긴요? 남편이 자살하라고 시킨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한 6개월 지나니 다른 여자를 얻어서 살더군요.
박성우 : 참 황당하네요.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게 남한 같으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문성휘 : 네, 그런데 북한에선 그런 일이 보편적입니다. 남의 가정에는 법에서 개입 안한다 이래가지고서요. 한마디로 인권의 무풍지대죠. 이렇게 자살을 꺼리던 북한에서 2009년 11월에 '화폐개혁'이 있은 뒤로는 '자살바람'이 불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살길이 막힌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문성휘 : 네, 특히 부모가 자살하면 자식들의 발전까지 다 막히니까 자식들까지 다 데리고 집단(동반)자살을 하는 사례들이 엄청 늘었다는 것입니다. 자살이 얼마나 많았겠는가는 지난해 3월에 각 지역의 인민반들에서 '자살은 혁명을 포기하는 비겁한 자들의 선택'이라는 내용의 강연까지 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탈북지식인들의 모임인 'NK 지식인연대'가 지난해 그런 보도를 낸 적이 있었죠.
문성휘 : 네, 그뿐이 아니예요. 새해에 들어서도 자살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니깐 북한 당국이 '자살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무덤을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비석도 세울 수 없으며 제사도 지내지 말라' 이런 내부 규정까지 만들어 인민반들에 공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왜 무덤까지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까?
문성휘 : 그러니까 자살한 사람은 죽어서도 편치 못하다. 대우를 못 받는다. 이런 걸 강조해서 자살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거죠.
박성우 : 그런데 그런 방법으로 자살을 줄일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듭니다.
문성휘 : 물론 안 되죠. 오죽하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습니까? 북한이 그런 방법까지 다 동원하고 있지만 새해 들어서도 집단자살이 엄청 많았어요.
지난 1월 14일에도 탈북자들의 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성통만사'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월 10일, 무산군 호곡중학교 뒤편에 있는 가정집에서 온 가족이 동반자살 하였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아내가 없이 홀로 두 명의 자식들을 돌보며 살던 40대 남성이 자식들과 함께 독약을 마시고 자살 하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40대의 이 남자는 '무산군식료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이었다고 하는데요. 무산군 식료공장이라면 지난해 12월 3일에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시찰을 했던 공장입니다. 이런 공장에서 그것도 김 위원장이 현지시찰을 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생활고로 자살한 직원이 생겼다는 게 주변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는데요.
양강도 혜산시 춘동에서도 지난 1월 16일에 남편 없이 장마당에서 두 자녀를 돌보던 박씨 성의 여성이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성우 :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문성휘 : 네, 물고기 장사를 하던 여성이라는데요.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는 사이 고등중학교에 다니던 두 딸은 '거름생산'에 동원됐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집안을 비운 사이 도적놈들이 들어와 집안을 몽땅 털어갔대요. 그러니까 집을 다 털리고 생활을 비관한 여성이 두 딸과 함께 중국산 쥐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거예요.
박성우 : 남한 같으면 돈이나 중요한 물건은 모두 은행에 맡깁니다. 그리고 또 설사 사고가 났다고 해도 보험사에서 다 처리해 주지 않습니까? 그러니 집에 화재가 난다든지 설사 도적이 들었다 해도 크게 걱정 할 필요가 없는데 북한은 그런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군요.
문성휘 : 네, 그런 제도가 있다면 북한 주민들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겠죠? 참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도 설날아침에 한 남성이 온 가족과 함께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이게 회령시 산업동에서 일어난 사건인데요. 문제는 사건을 접한 보안원(경찰)들이 고인들에 대해 안타까워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보안원들이 설날부터 재수 없다며 사건을 접수하지 않아 이틀 동안이나 시신들이 방치돼 있었다는 겁니다.
자살도 안타까운데 신고를 받은 보안원들이 시신마저 방치를 했다는 말이네요. 과연 북한의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됩니다. 생활난으로 인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북한이 개혁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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