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세월 가는 줄 참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벌써 2월 15일입니다. 북한은 주말 휴식이 일요일 하루뿐이고 그마저 인민반 동원으로 인해 온갖 노역에 시달려야 하죠. 하루가 일 년 맞잡이인 그런 세상에서 산다면 나부터도 꼬박꼬박 날짜를 따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남한은 주말 휴식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입니다. 음력설 휴식을 보내고 다시 주말 휴식일이 찾아오니 세월이 빨리 가는 건지, 늦게 가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걸 두고 세상은 아이러니 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음력설을 맞으며 2월 6일 하루 동안 인천공항을 빠져나간 한국인들이 1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 부산공항을 통해 출국한 사람들까지 다 합치면 음력설 휴식기간 해외여행을 다녀 온 한국의 관광객들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휴식일도 북한보다 배로 더 많고 휴식일이 연이어 있게 되면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돈을 잘 쓰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입니다. 하다면 휴식일도 다 바쳐가며 당과 수령을 위해 충성의 구슬땀을 바쳐야 하는 북한의 인민들은 적어도 한국 사람들에 비해 배는 더 잘살아야 되는 게 정답이 아닐까요?
'조선중앙텔레비죤'은 인공위성 발사 소식에 무한히 고무된 전국의 근로자들이 휴식일마저 바쳐가며 공장기업소, 사회주의 건설장들에서 노력적 혁신을 일으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음력설도 제대로 된 휴식을 못 가졌다는 얘긴데요.
사람은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이건 뭐 '꼬리없는 황소'처럼 설날 새벽부터 인민들을 들볶는다는 건데 인민들도 잘 먹고 휴식을 해야 일할 잘 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도 없이 맨날 그 무슨 건설이라는데 동원되고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해외여행이나 문화생활 한번 못 누리는 북한의 인민들이 그저 딱할 뿐입니다.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이후가 북한에 계시는 여러분들에게도 큰 걱정거리일 겁니다. 그때쯤이면 북한도 봄철 기운이 완연해질 텐데 또 인민반 동원에 건설장 지원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겠죠. 대체 그 건설은 자꾸 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김일성 시대부터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건설동원에 인민들은 허리가 휠 정도로 시달렸습니다. 그렇다고 달라진 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는 곳마다 물놀이장이요, 유희장이요, 건설을 한다는데 그런 시설들 만들어 놓는다고 인민생활이 나아질 수 있을 까요? 경제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건설만 늘여 놓으면서 인민들만 고생시키고 있으니 너무 한심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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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은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민족최대의 명절'입니다. 한국은 음력설이나 정월대보름, 추석처럼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이어 오던 큰 명절들을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조상전례의 미풍양속'을 지킨다는 북한에서 민족적 명절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신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 '민족최대의 명절'로 지정됐는데 아마도 노동당 7차대회가 지난 내년부터는 김정은의 생일도 '민족최대의 명절'로 지정 되지 않을까 추정을 해 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노력동원'보다 더 지겨운 게 각종 '행사동원'이라고 합니다. 이번 2월 16일을 맞으면서도 북한은 '충성의 노래모임', '웅변대회', '이야기모임' 각종 체육대회와 '소년단 연합단체대회'를 미리 연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북한 현지의 소식통들은 "'충성의 노래모임'이나 '이야기모임'과 같은 행사준비는 '인민반동원'이 끝난 후인 저녁시간에 따로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느 '인민반동원'보다 피로감이 훨씬 더 높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75돌이 되는 '정주년'인데다 '핵실험'과 '인공위성'까지 발사해 행사판이 더 커졌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일이 아니더라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은 후엔 예상치 못하던 행사들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초기에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주민결속을 이루는데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의 피로감으로 하여 핵과 미사일 실험은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재앙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2월 7일에 있은 미사일 발사 성공소식이 전해진 후 주민들은 생산단위와 건설장들에서 노력적 혁신을 일으키자는 내용으로 '군민궐기대회'를 갖고 미사일 발사를 경축하는 '군민경축대회'까지 열려 피로감이 덧쌓였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경축 분위기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계기로 극대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2월 16일 행사는 예년에 비해 배나 많게 조직됐다고 그들은 덧붙였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2월 16일 아침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찿아가 생일인사를 하고 기관기업소, 조직별로 모여 '양강도 사적관', '반간첩 투쟁전람관', '계급교양관'을 돌아보는 행사가 준비되어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오전 중에 이런 행사들을 마치면 간부들은 도당과 시당 회의실에서, 일반 주민들은 양강도 영화관에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최근에 새로 나온 '기록영화(다큐)'를 보는 '영화문헌학습'에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날씨가 좀 풀리는 오전 11시부터는 혜산 경기장에서 도 체육단 선수들과 시, 군 체육선수들의 축구, 롱구경기, 씨름 경기가 펼쳐지는데 구경꾼들이 없을 것을 우려해 공장 기업소마다 일정하게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각 혜산광장에서는 '소년단 연합단체 대회'가 벌어지는데 여기에는 소학교부터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와 대학생들에 이르기까지 혜산시의 모는 청소년들이 참가하게 된다며 연합단체 대회는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혜산시 문회화관, 김정숙예술극장에서 양강도 예술단과 혜산시 청년기동 예술선전대, 혜산시 각 대학들이 준비한 공연이 진행되게 된다며 혜산광장에서는 웅변모임과 이야기 모임도 열린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저녁 5시부터 밤 9시까지는 혜산시 광장과 혜산경기장, 혜산제지공장 마당에서 군민연환 무도회가 있는데 말이 명절이지 '인민반 동원'에 끌려 다닐 때보다 더 큰 고생을 하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양강도는 2월 7일 오후에 갑자기 조직된 '군민궐기대회'에 주민들의 참석이 저조해 군인들과 대학생들, 고급중학교 학생들까지 참가해 자리를 메워야 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번 2월 16일에 진행되는 각종 행사들은 참가단위를 공장기업소들에 의무적으로 배정해 주고 참가 인원도 체크하는 등 행사장이 썰렁하지 않게 하느라 양강도 당국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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