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일과 비교된 김정일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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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2월 16일을 불과 3일 앞둔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마카오로 향하던 김정은의 배다른 형 김정남이 공항에서 피살됐습니다. 동남아 나라들에서 고용된 피살자 여성 2명은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됐습니다. 또 이들 피살자들을 공항까지 실어다 준 북한여권 소지자도 체포된 상태입니다. 북한이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공작요원 4명은 공항 내 불과 50미터 거리에 있는 커피집에서 김정남의 살해를 지켜보고 이후 곧바로 말레이시아를 떠났습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와 아랍연방국을 거쳐 2월 17일 러시아의 하바롭스크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음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김정은이 제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사실을 알게 되면 생일날 김정일이 하늘에서 통탄하지 않을까요?

김정일 역시 김일성의 후계자로 선출되기 위해 배다른 동생 김평일과 치열한 경쟁을 벌렸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권력을 잡고 난 뒤 자신의 경쟁자였던 배다른 형제들을 살해하는 것과 같은 반인륜적인 만행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자마자 노동당 행정부 부장이었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며 하나밖에 없던 고모 김경희까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해 버렸습니다. 이번 김정남 테러를 면밀히 계획하고 주도했던 인물들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김정남 테러사건은 '백두혈통'에 의한 '백두혈통'의 피비린 숙청놀음이었고 김정은이 얼마나 사악한 독재자인가를 세상에 알려 준 계기였습니다. 북한인민들도 김정은의 공포정치에서 하루 빨리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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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옛 우리 조상들이 허례허식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던 격언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75돌이야 말로 옛 격언 그대로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는 것이 북한 현지 소식통들의 한결 같은 주장입니다.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겉으로 보기엔 김정은의 생일인 올해 1월 8일을 평소와 다름없이 보낸 것 같으나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정치행사들이 있었다"며 "가정세대들에 도루묵 5kg, 식용유와 술 1병씩 명절공급으로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생일과 비교하면 김정일의 생일은 겉으로 요란했을 뿐 실속이 없는 명절이었다"며 "올해가 김정일의 생일 '정주년'이어서 주민들이 명절공급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허탈하기 그지없다"고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에 김정은의 생일인 2017년 1월 8일을 성대하게 치르라는 지시를 너무 갑작스럽게 내리다 보니 외부적으로 큰 정치행사들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다만 명절공급은 도루묵을 비롯해 여느 때보다 넉넉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생일에는 주요도시 어린이들에게 당과류와 운동복 선물을 주었고 양강도 삼지연군과 함경북도 회령시, 평안북도 향산군 등 평양시와 같은 혜택을 받는 특별지역엔 당과류와 돼지고기를 주민들에게 공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도소재지들을 제외한 농촌 주민들에겐 아무런 명절공급도 없어 도시와 농촌의 차별화라는 반발을 불러왔다며 사실상 김정은의 생일은 도시와 농촌을 차별해 명절공급을 안하기만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도 "김정일의 생일 75돌은 온갖 행사들만 가득한 말잔치에 불과했다"며 "실제 주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명절공급은 해당 기관기업소, 동사무소들에 다 떠넘겨 국가가 해 준 것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일의 생일을 맞으며 모든 주민들에게 명절공급을 넉넉히 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렸다"면서도 "명절 공급물자를 해당 기관기업소, 각 동사무소들에서 책임지고 성의껏 마련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다"고 비난했습니다.

지어 각 도 당위원회들은 기관기업소들마다 알아서 명절공급을 하되 명절공급의 종류와 가짓수를 보고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내렸다며 힘 있는 공장, 기업소들은 종업원들에게 여러 가지 명절공급을 넉넉히 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힘없는 공장기업소나 동사무소들은 명절공급을 준비할 능력이 없어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두었다며 이에 "제 돈 내고 제가 사면되는 것이지 이런 명절공급이 무엇 때문에 필요하냐?"는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은 "인민반 부양가족들에게 명절공급을 한다며 동사무소에서 매 가정세대들로부터 우리(북한) 돈 3천원씩 거두었다"며 "여기다 기업소에서 명절공급이라는 구실로 우리 돈 9천원 씩을 따로 거두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기업소와 인민반에 돈을 바쳤으나 결국 우리 집에 차례진 것은 식용유 5백 그램과 술 한병, 두부 한모가 전부였다"며 "장마당에서 우리 돈 8천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명절공급으로 1만2천원을 내고 사먹는 꼴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제 값보다 훨씬 비싸게 돈을 내고 명절공급을 받았으나 양강도 당위원회는 간부들과 관리원들에게 명절공급 내용을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엄포까지 놓았다며 당, 사법, 무역기관의 명절공급은 놀랄 정도라고 언급했습니다.

양강도 당위원회만 보더라도 명절공급으로 가족 전부에 해당되는 한 달 분의 쌀과 4.7리터짜리 포장 식용유 한통, 혜산둘쭉가공공장에서 생산한 17%짜리 발효주(와인)와 혜산소주 각 1병, 돼지고기 3kg씩 공급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영농물자를 전문 수입하는 양강도 수출동원사업소는 직원들에게 '대동강' 담배 10곽, 계란 1kg, 식용유 1kg과 사탕가루(설탕) 3kg씩 공급했다며 이렇게 주고 여론이 두려워 직원들에게 명절공급 내용을 비밀에 붙일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김정일 시대와 확 달라진 명절공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사람들이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분노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은 "김정일은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의 생일보다 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일에 더 관심이 높았고 자신의 생일을 잘 치르지 못하더라도 김일성의 생일은 최대로 잘 치르려 노력을 했다"고 주민들이 분노를 느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더욱이 소식통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에 북한은 매 세대 당 도루묵 5kg씩 내주었다며 주민들은 김정일의 생일 75돌인 2월 16일에는 그보다 더 많은 명절공급이 있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설령 명절공급을 못한다 할지라도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명절공급이라고 나눠주는 김정일 시대의 관행은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소식통은 비난했습니다. 총체적으로 김정일의 생일 75돌을 통해 북한의 인민들은 김정은의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행위를 다시한번 경험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