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이은 명절 초라하기 그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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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음력설까지 잇달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예년에 보기 드물게 초라한 명절을 보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 북한 당국이 최근 각 지방별로 방송중계일꾼 회의를 비공개로 조직하고 유사시 전파교란 사태에 대처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연이은 명절 초라하기 그지없어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73돌을 맞으며 평양에서 여러 가지 경축행사들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음력설까지 연이어 북한 주민들도 매우 편한 휴식을 즐겼을 것 같은데요. 현지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 주민들은 '경사에 경사'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한 가지 경사에 또 다른 경사가 겹친다는 뜻인데요.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음력설이야 말로 북한 주민들이 흔히 말하는 '경사에 경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 당국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김일성, 김정일 민족이다'라는 선전을 자주 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가리켜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남한에서 '민족최대의 명절'은 우리조상 대대로 즐기던 명절, 그러니까 설날과 추석, 단오 같은 날인데요. 북한에서는 국가 지도자의 생일이 '민족최대의 명절'이다, 그렇다면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민족명절들은 북한에서 어떻게 부르고 있나요?

문성휘: 북한에서는 조상전래로 내려오던 명절을 가리켜 '전통적인 명절', '우리민족 전통의 명절' 이렇게 여러 가지로 부르고 있습니다. 대신 '민족최대의 명절'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밖에 없다는 거죠.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은 '태양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은 '광명성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정일의 생일에 연이은 음력설은 민족최대의 명절인 '광명성절'에 '민족전통의 명절'까지 겹친 날이었습니다. 이런 명절도 흔치 않으니 주민들도 상당한 기대를 가지지 않았겠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음력설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너무 초라하게 보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음력설도 그래, 김정일의 생일에도 '명절공급'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중석: 평양에서는 '김정일화' 축제와 중앙기념경축대회가 있었고 밤에는 축포(불꽃)를 쏘면서 명절분위기를 한껏 부풀렸는데 지방은 그런 것도 못했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네, 지방도 물론 기존의 행사들은 그대로 치렀다고 합니다. 각 도 소재지들에서 '김정일화 축제가 열렸고, 공장기업소들마다 사적관참관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또 생일 당일인 2월 16일과 음력설인 2월 19일에는 지방별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를 찾아가 인사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예전에 김정일의 생일을 맞으며 늘 진행되던 영화문헌(다큐멘터리) 학습은 올해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소식통들은 '전력사정이 너무도 좋지 않아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기록영화(다큐멘터리)도 상영하지 못할 만큼 북한의 전기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전력 사정이 최악이라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명절들이 초라했던 것은 예년에 조금씩이라도 주던 명절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양강도의 경우 해마다 2월 16일이면 술 한병 정도라도 '명절공급'으로 주었고 이와는 별도로 며칠간의 식량을 '명절미'로 공급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엔 이틀간의 휴식만 주었을 뿐 양강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명절공급도 없었다고 하는데요.

자강도의 국경연선도시 만포시에서는 주민 세대 당 술 한병과 된장 400그램씩 주었다고 합니다. 만포시 역시 올해는 '명절미'를 공급하지 못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였고요.

북한에서 두세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는 함경북도의 소재지인 청진시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명절공급을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평양시를 제외한 지방 도시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주민들에게 명절공급이 전혀 없었다는 건데요.

이번 명절과 관련해 북한당국은 이미 "각 지방별로 자체로 능력껏 명절공급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방당국도 주민들에게 명절 공급을 할 능력이 못돼 결국 연이은 두 개의 큰 명절을 모두 섭섭하게 보내야 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오중석: 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나 음력설에 며칠 분의 명절미 조차 공급하지 못할 만큼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2, 북, 지역 방송 중계일꾼회의 비공개로 열어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 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각 지방별로 방송중계일꾼 회의를 비공개로 조직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알 듯 하면서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방송중계일꾼이라는 게 어떤 직업을 말하는 건가요?

문성휘: 네, 북한에서 방송중계일꾼이라고 하면 중앙과 각 도, 시, 군에 있는 유선방송국의 중계담당자, 그리고 중계담당 기술자들, 각 지역별로 있는 텔레비죤(TV)방송 중계소의 관리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중석: 남한에서 보면 특별한 직업 같지는 않은데 왜 이들을 따로 불러 비공개회의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네, 북한에서 방송중계일꾼회의는 1월 6일에 이어 2월 12일에 두 번째로 열렸다고 합니다. 이를 전한 소식통들은 두 번에 걸친 회의가 모두 비공개로 열렸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북한이 방송중계일꾼 회의를 조직한 목적은 최근 전쟁준비를 완성할 데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와 관련돼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사시 있을 수 있는 적들의 전파교란과 방송교란 책동에 대처한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김정은의 어떤 지시가 내린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회의에서 전달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말을 했습니다. 2월 12일에 있었던 회의에서는 유사시 방송중계일꾼들의 행동과 관련된 실기적인 해설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유사시에 대비해 텔레비전 중계소들마다 위성중계기 말고도 과거에 사용하던 초단파중계설비들을 그대로 보유하는 2중 중계체계를 지금도 유지하고있습니다.

오중석: 애초에 전쟁에 대비해 구형 설비들도 버리지 않고 여지껏 보관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북한은 늘 낡은 장비류라도 유사시에 대비해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엄청난 낭비죠. 이번 방송일꾼회의에서도 이런 낡아빠진 초단파방송 중계설비들을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점검할 데 대한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소리방송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소리방송이라고 하면 유선방송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게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방송은 흔히 전파방송, 유선방송을 소리방송이라고 부르는 데요. 북한의 경우 유선방송 체계도 텔레비전 방송처럼 2중 송신체계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각 지역방송국 외에도 도 체신관리국이나 시, 군 체신소들에 임의의 시각에 방송을 끄거나 켤 수 있는 스위치들을 따로 준비해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방송 사고에 미리 대처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쟁준비와 관련해 모든 방송기술일꾼들, 방송중계일꾼들이 '타임신호'에 각별히 주의를 돌릴 것을 이번 회의에서 당부했다고 합니다. '타임신호'는 북한이 방송을 중계하는 사이에 방송중계일꾼들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몰래 내보내는 신호라고 하는데요. 그 구체적인 신호의 내막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오중석: 네, 김정은 정권의 전쟁준비 완성발언을 접하면서 정말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요. 김정은이 자신의 생명은 물론 우리민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무모한 도발은 생각지도 말기를 바랄 뿐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