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은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북 소식통들 “김정은, 아직 권력 완전 장악했다고 말할 수 없어”
박성우 :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언론들이 후계자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도발을 일으킨 황해남도 주둔 4군단을 방문했다, 이 소식을 26일에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북한 언론들은 한미 양국이 진행하는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해서 북침전쟁연습이다. 이렇게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군의 도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도 증폭되고 있는데요. 북한 내부의 동정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최근 북한이 베이징에서 미국과 접촉하면서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언론들은 4군단을 찾은 김정은이 “우리 조국의 영토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무자비한 타격을 가하라” 이렇게 지시했다는 보도들을 쏟아내면서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군부 내에서는 김정은의 4군단 방문을 놓고 언론 보도들과는 전혀 다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박성우 : 어떤 다른 이야기들입니까?
문성휘 : 한마디로 김정은의 4군단 방문이 도발의 구실을 찾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무분별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이런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된 소식통이 황해도 일대에서 군 관련 사업을 하는 친척과 전화연계를 가진 후에 알려준 소식인데요. 4군단 방문을 통해 김정은은 “적들에게 무자비한 보복을 안기라”고 한 것이 아니라 “적들의 도발에 절대로 휘말려들지 말라” 이렇게 경고를 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도발에 걸려들지 말라’라고 말한 걸 북한의 언론들이 거꾸로 ‘무자비한 보복을 안기라’ 이렇게 보도했다는 말이군요. 왜 그랬다는 겁니까?
문성휘 : 일단은 외부적으로는 자신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인민군의 위력이 이제는 미군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자신의 말 한마디면 인민군이 언제든지 동원될 수 있다, 이런 신심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이 4군단을 특별히 방문해 도발을 자제하라고 부탁한 것은 군부 내 강경파들이 섣부른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 때문이라고 소식통이 강조했는데요. 김정은이 바쁜 일상을 다 제쳐놓고 군부대를 열심히 찾는 것은 그만큼 군부를 믿지 못한다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또 군부에 자신을 잘 봐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반대로 김정은은 무분별한 도발을 했다가 북한군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경우 자신의 권력유지가 어렵다는 사실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그러니까 이런 거군요?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김정은이 ‘도발에 걸려들지 말라’고 했는지 아니면 ‘무자비한 보복을 안기라’라고 이야기를 했는지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건지는 김정은이 직접 확인해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소식통의 말을 일단은 전해드린 거고요.
그런데 현지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만약에 북한군이 도발을 했을 때 한국군은 반격을 하게 될 것이고요. 그랬다가 북한군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 북한군의 능력이 한국군에 비해서 형편없다, 이런 현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정은의 지도력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인거죠?
문성휘 : 네, 그렇죠. 겉으로는 군부대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자신이 북한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걸 과시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아직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군부대를 부지런히 돌아다닌 다는 거죠.
그리고 작은 예들이지만 김정은이 아직까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례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그 첫 번째 사례로 함경북도 도당과 도 보위부, 보안부에 대한 집중검열을 1월 초에 실시했다고 합니다. 이 검열로 해서 함경북도 도당과 보위부, 보안부와 같은 중점기관들에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함경북도에 검열이 붙은 원인은 김정일 사망을 전후해 함경북도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1월에 함경북도 보안부 경제감찰과 과장이 수성천에 뛰어 들어 자살을 하고 또 다른 간부는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시체부검결과 그들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근거들이 여러 건 제기되었다는 겁니다. 타살을 자살로 꾸몄다는 말이죠.
이런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일단 지난해 10월말에 있었던 함경북도와 평안남도의 교방검열이 문제가 됐다고 합니다. 북한이 흔히 쓰는 교방 검열은 함경북도 검열대가 평안남도를 검열하게 되면 반대로 평안남도 검열대가 함경북도를 검열하는 방식으로 서로 싸움을 시키는 검열입니다. 이렇게 되면 검열자체가 보복전의 양상을 띠게 되는데요.
죽은 보안원들이 교방검열에서 부정축재 행위가 드러나 구속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구속될 경우 함께 뇌물을 받았거나 부정을 저지른 위에 간부들이 줄줄이 걸려들 판이니까 누군가 사전에 그런 선을 차단하기 위해 이들을 살해했다는 거죠.
여기에 함경북도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애도기간에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삐라 살포사건도 있었고 또 숙청된 홍석형 책임비서와 인맥이 있는 도당 간부들도 아직 손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로 하여 새해 벽두부터 함경북도에 대한 중앙당 검열위의 검열이 붙었는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견했던 간부사업(간부인사)들이 모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는 겁니다. 도급간부들은요. 중앙의 비준이 있어야 해임하거나 철직을 줄 수 있는데 중앙에 있는 권력자들이 서로가 자기 세력을 보존하기에 급급해 간부사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단지 함북도만의 사례가 아닙니다. 김정일의 경우에는 권력을 잡자마자 농업담당비서 서관히 사건이나 심화조 사건을 비롯해 김일성의 최측근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 했는데요. 김정은은 현재 그런 징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간부사업 자체가 완전히 정지돼 있다는 거죠.
박성우 : 그러고 보니까 정말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아직까지 숙청이나 철직, 뭐 이런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네, 이게 북한 체제의 특성상으로도 그래, 과거 전력을 보면 김일성도 권력을 잡자마자 박헌영, 남노당 숙청사건을 일으켰고요. 또 김정일도 이자 말하다시피 심화조 사건을 일으켜서 숱한 사람들을 숙청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위세를 떨치는 이런 과시행위들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김정은은 아직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권력 장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소식통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징조를 하나 더 들어 보겠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 당국이 ‘거름생산전투’라는 걸 조직해 가지고 모든 주민들을 동원시키지 않았습니까? 올해의 경우는 거름생산량도 1인당 2톤 정도로 턱없이 높은 과제를 주어서 문제가 됐었는데요. 이러한 거름생산전투는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전까지 끝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기관, 기업소 또는 조직별로 거름생산 총화를 짓는데요. 올해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소나 조직들이 거름생산량을 미달했지만 아직까지 검열총화조차 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도 아주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뭐, 잘했다든지, 못했다든지 어떤 평가가 있어야 되겠는데 위에서 일체 거름생산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밑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북한이 계획을 세운 건 2월 16일까지 거름생산을 끝내고 2월 20일부터는 부식토생산과 ‘흑보산비료’ 생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흑보산비료를 생산하라는 지시도 없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통제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듯한 이런 현상들이 자꾸 나타나니까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 이런 추정이 자꾸 나오게 되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소식들을 전한 북한 내부소식통들도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할 수 없다, 뭔가 이상한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을 많이 펼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알만 합니다. 지난 2월 15일이었죠?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이 김정은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고모인 김경희가 챙기고 있다, 아직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게 아닌 걸로 보인다, 이런 보도를 냈었는데요.
최근에는 또 ‘탈북지식인연대’를 비롯해서 탈북자 단체들에서도 김정은이 권력 장악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소식들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