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주민들 "한국, 김정은 비난하면 정당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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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주민들은 한국에서도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 그것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농업용 물 확보를 위해 북한 당국이 일부 수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이 식수 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1. 북 주민들, 우리와 꼭 같이 비난하면 정당한 것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베이징에서 열린 미-북 간 양자회담이 일정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죠? 그러면서 북핵6자회담 재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자 이렇게 미국과의 대화에는 나서면서 북한이 오히려 남한과의 관계는 더 악화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도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이 4일이죠? 평양시에서 15만 명이 참가하는 군중대회를 벌려놓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대남압박의 수위를 전례 없이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이미 1백70만 명의 청장년들이 인민군대에 탄원(지원)했다고 열을 올렸는데요.

최근에는 지방 청장년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인민군대 탄원놀음을 벌려 놓으면서 당장 전쟁이 임박했다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몹시 애를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 대부분, 중간급 간부들이나 대학생들조차도 이렇게 정세가 긴장한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거죠.

현재 북한은 모든 언론체계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몹시 메말랐는데 올 겨울에도 북한 지역엔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나니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2월 말부터 일부 수력발전소들의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수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키다나니 전기가 없어 텔레비전을 못 보는 것은 물론이고 유선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그래서 소식을 잘 모른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오히려 제일 추웠던 1~2월에는 최소한 하루 4~5시간 정도 전기 공급을 했는데 2월 말부터는 함경북도 회령, 청진시나 함경남도 함흥, 단천, 이런 주민지구에 하루 30분 정도도 전기 공급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다 열차운행도 정상화되지 못하다나니 신문도 열흘에 한 번씩 무더기로 도착한다는 거예요.

박성우 : 아, TV도 못 보는데 신문도 늦게 오는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주민들은 도대체 왜 인민군대 탄원까지 해야 하는지, 왜 정세가 긴장하다고 하는 건지 전혀 모른 채 막연한 불안감만 호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정세와 관련해 제가 일반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정세를 긴장시키는 원인에 대해 한마디로 북한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성우 : 오,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우선 ‘키 리졸브’ 훈련인데요. 여기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과거에 있었던 ‘팀 스피리트’ 훈련이나 같은 훈련이 아니냐? 우리도 김정일, 김정은이 연합작전 훈련을 시찰하는 과정을 영화문헌학습을 통해 다 보았다” 이렇게 말 하는 겁니다.

북한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남과 북이 전쟁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어떤 조약 같은 것도 없고, 또 우리(북한)도 전쟁훈련을 하는데 그걸 가지고 시비할 건 못되지 않은가? 전쟁의 근원을 없애자면 일방적인 비난에 치우치지 말고 남북한 동시에 전쟁연습이나 군비를 확장하지 않는다는 어떤 조약 같은 것을 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제일 황당한 것은 최근 한국군의 모 부대에서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를 비난하는 사진과 구호를 붙인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박성우 : 네, 어떻습니까?

문성휘 : 북한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걸고 들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 이런 식으로 정세를 긴장시켜 왔는데요.

박성우 : 그렇죠, 최고의 존엄.

문성휘 : 네, 그러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이 ‘최고의 존엄’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번 소동을 놓고도 대부분의 소식통들은 한국 군인들이 우리공화국기, 한마디로 북한의 인공기를 불태우지 않았냐, 이런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해 몹시 불쾌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들이 많지 않고 또 북한이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소각하는 그런 소동을 벌린 일도 없기 때문에 한국군이 이런 행위를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를 놓고 북한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초상화와 비난구호를 걸어놓았다, 주민들은 오히려 ‘그거야 응당한 것 아니냐?’ 이런 분위기여서 저 자신도 몹시 놀랐습니다.

박성우 :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의 경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상대가 꼭 같은 방법으로 보복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지난기간 북한 당국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역도, 패당, 매국노, 이런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에 한국도 내부적으로 김정일이나 김정은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욕을 퍼붓고 있다, 이렇게 짐작하고 있는 거예요.

더욱이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군을 그려놓은 목표 판을 사용하고 또 훈련을 할 때에는 항상 ‘미제를 소멸하라’ 이런 구호를 붙이고 전쟁훈련을 하기 때문에 한국군이나 미군이 김정은 부자를 비난하는 방법으로 훈련을 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어요.

북한 당국이 ‘최고의 존엄’이라는 말을 붙이면서도 주민들 속에 김정일, 김정은 부자를 비난하는 구호라고 공식적으로 말을 못하는 사정이 이런데서 기인된 것도 일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박성우 : 네, 그러니까 한국군이 김정일, 김정은을 비난했기 때문에 정세를 긴장시킨다, 이런 얘기를 하면은 북한 주민들은 ‘우리도 역시 그렇게 비난하고 있지 않냐?’ 이렇게 생각한다, 라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북한이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속사정에는 그런 떳떳하지 못한 점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지 않겠냐? 그런 거죠.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떳떳하지 못하니까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거겠죠?

2. 농업용 물 확보가 식수대란 불러와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농업용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부 수력발전소들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런 말을 하셨어요. 수력발전소의 가동중단으로 주민들이 먹을 물이 없어서 난리라고 들었는데요. 그 실태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은 2월 말부터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함경북도 청진시 부윤구역에 있는 서두수 발전소의 일부 발전기들을 가동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진강 발전소와 부전강 발전소도 일부 가동이 중단되면서 함경남도 주민들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들은 전체 수력발전소에 있는 3/1정도의 발전기들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리고 그 나머지 발전기들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군수공장들과 건설장들에 공급되다나니 주민지구는 전혀 전기를 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박성우 : 네, 3/2정도는 돌아가는데 돌아가는 전기는 전부 다 공장과 건설장에 가는 거군요?

문성휘 : 네, 회령시의 경우 가장 추웠던 1~2월에는 하루 6시간 정도 전기를 보내주어 수원지는 제대로 가동을 했고 또 주민들에게 물 공급도 웬만큼 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2월 말부터 전력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들에서 양수기들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은 식량문제, 땔감문제, 이제는 식수문제까지 그야 말로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가정집 수도가 나오지 않으면서 올 겨울 들어 자취를 감추었던 물장사가 다시 등장했다는데요. 함경북도 청진시와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대학생들이 50리터들이 물통 하나에 북한 돈 2천원을 받고 물장사를 하는 그런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물 50리터에 2천원이면 어떻게 됩니까? 이게 강냉이 1kg보다 비싼 게 아닙니까?

문성휘 : 네, 현재 함경북도 회령시, 청진시 장마당에서는 강냉이 1kg 값이 1천100원이고요.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1천3백 원입니다. 그런데 물 50리터에 2천원이면 강냉이 1kg 값을 훨씬 넘는 거죠.

박성우 : 네, 그렇군요. 물은 사람이 사는데 정말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려운 겨울을 이겨낸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또 이렇게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무리 전기는 못 보더라도 먹는 물 문제만큼은 당국이 책임을 좀 져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