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어린이 인질사건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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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양강도 혜산시에서 어린이를 납치(유괴)하고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해 북한 주민들을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어린이 인질납치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들이 곧 잡힐 것 같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다면서요? 3월 초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을 통해 문 기자에게 이런 소식들이 보내졌는데 그 이후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원만하게 해결이 됐나요?

문성휘: 네, 초기에는 범인들이 국가 전화망을 이용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사건이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아직 인민보안부가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았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직접 보고된 사건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유사범죄를 우려한 김정은이 범인들을 모조리 잡아낼 데 대해 독촉을 하고 있어 인민보안부를 비롯해 사법기관들이 '2월 20일 사건 그루빠(그룹)'까지 조직하고 빈틈없는 탐색전을 펼치고 있긴 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파장이 너무 커지면서 범죄자들이 아주 깊숙이 숨어버려 수사가 난항에 빠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한마디로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졌다는 말인데 이 사건의 시작부터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히 좀 설명을 해주시죠.

문성휘: 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건이 일어난 날짜가 2월 20일입니다. 범인들이 납치한 어린이는 양강도 혜산시 혜장유치원 '높은반'에서 공부하는 엄리룡 어린이로 나이는 만6살로 알려졌습니다.

혜장유치원은 '김정숙 예술극장' 옆 혜장중학교 뒤편으로 압록강 기슭에 있다고 하고요. 엄리룡 어린이의 집은 혜장동이 아닌 혜산시 혜명동에 위치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오중석: 그런데 납치된 어린이가 혜산시 혜장동 유치원에 다녔고 그의 집은 혜장동이 아닌 혜산시 혜명동에 있다, 그렇다면 혜명동에는 유치원이 없나요?

문성휘: 혜명동에도 유치원이 있다고 합니다. 혜산시 혜명동은 양강도 당위원회와 혜산시 당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권력기관들이 위치하고 있어 치안이 매우 강한 지역이고 주로 당 간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혜명동이 그렇게 당 간부들도 많이 살고, 치안도 매우 강한 지역이라는데 왜 하필이면 부모가 자식을 그곳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혜장동 유치원에 보냈을까요?

문성휘: 네, 납치된 어린이의 집에는 집전화도 있고, 혜산시에서도 아주 부유한 계층에 속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납치된 어린이의 어머니는 혜산장마당에서 천 장사를 하고 아버지는 시 무역국 계통에서 일한다고 하는 데요.

부모가 자식을 굳이 혜명동이 아닌 혜장동유치원에 보낸 건 그곳 유치원이 유엔으로부터 정기적인 검열을 받는 유치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지정한 유치원들만 국제사회가 검열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국제사회가 검열을 실시하는 유치원이니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돌보는 시설이나 환경이 잘 돼있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다고 합니다. 혜산시의 경우 수십 개의 유치원이 있는데 그 중에서 혜산시 성후유치원, 혜장유치원, 방직공장유치원, 이렇게 세 곳의 유치원만 유엔의 검열성원들이 지원물자 공급형편을 검열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검열을 실시하고 있는 유치원들은 교육수준도 높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이 다른 유치원들에 비해 매우 수준이 높아 힘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하나 그런 유치원들에 자식들을 맡기려 한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범인들이 우발적으로 엄리룡 어린이를 납치한 것인지, 아니면 엄리룡 어린이를 지정해 사전에 계획적으로 납치를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려져 있습니까?

문성휘: 네, 애초 범인들은 엄리룡 어린이 부모의 직업과 재산정도를 알고 매우 치밀하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범인들은 2월 20일 저녁 8시 경에 집전화로 부모에게 아이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범인들은 '우편물 보관소'의 공중전화를 통해 납치 사실을 알렸는데 '우편물 보관소'는 어린이의 집에서 불과 백여 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그렇게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전화로 부모에게 자식을 납치했다는 사실까지 알렸는데 왜 범인들을 아직 못 잡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우선 범인들은 집 앞에 사람을 보냈으니 당장 중국인민폐 10만원을 가지고 부모가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범인들이 요구한 중국인민폐 10만 위안은 북한에서는 상당히 큰돈인데요. 한국 돈으로도 1천 8백만원 정도입니다.

오중석: 그럼 범인들이 아이의 집전화 번호까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범인을 주변인물로 착각했다는 겁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중국인민폐 10만 위안이면 어느 정도로 큰 액수이죠?

문성휘: 북한에서 중국인민폐 10만 위안이면 도시 중심에서 큰 집을 한 채 장만할 수 있는 돈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중국인민폐 10만원을 대가로 아이를 돌려주겠다는 범인들의 조건에 납치 어린이의 부모가 몹시 당황했다는 거죠.

부모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고를 우려해 밖에 나가지 않고 주변에 있는 분주소(파출소)와 혜산시 당위원회에 이 사실을 먼저 알렸다고 합니다. 곧바로 보안원(경찰)들이 집으로 들이닥쳤고 이후 범인들은 전화를 끊고 잠적을 했다는 겁니다.

오중석: 북한은 주민감시와 치안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범인들이 잠적을 해도 흔적을 찾을 수는 있을 텐데 왜 아직까지 수사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는 거죠?

문성휘: 네, 범인들이 잠적 후 양강도 사법당국은 혜산시를 중심으로 숙박검열을 강화하면서 곳곳에 단속초소들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뜻밖에도 범인들이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입니다.

부모들더러 중국인민폐 10만 위안을 가지고 함흥시까지 오라는 건데 이로 하여 범인들은 납치된 어린이의 집 주변에 사는 공범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외지인들로 추정된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사건의 전말입니다.

오중석: 함흥시까지라면 수사의 폭을 전국적인 범위로 확대해야 된다는 말이 되는군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종종 이런 어린이 납치사건이 발생합니까?

문성휘: 아닙니다. 어린이 납치사건은 발생해도 전화를 이용해 대가를 요구한 사건은 북한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최근 북한은 집전화 가입률이 놀랄 정도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돈을 내면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문제는 이렇게 집전화도 늘고 공중전화도 늘고 있는데 범죄자들을 단속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라든지, 이런 수단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북한도 장마당이라든지 주요 거리에 드물게나마 감시 카메라가 있기는 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감시카메라가 있어도 계속되는 정전으로 무용지물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전기가 없어서 몇 대 안되는 감시카메라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군요.

문성휘: 네, 그게 바로 지금 북한의 현실입니다.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소식통들은 이미 납치된 어린이는 범죄자들에 의해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쳤습니다. 범죄자들이 수사망을 피해야 하는데 어린이를 숨기고 다니자면 부담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일부에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사법기관과 당 기관에 사건을 알린 부모들을 질타하면서 범인들과 협상을 하는 쪽을 택했다면 납치된 어린이를 살렸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게 소식통들이 전한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에서 어린이 인질 납치사건이 발생했는데 사법기관들은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어린이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북한에서도 일어났다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핵 타격이다 뭐다 하면서 대외적으로 위협을 일삼는 북한이 막상 주민 안전문제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도 되겠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