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침체로 북 주민 삶의 질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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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올해 들어 계속되는 국경봉쇄와 해안봉쇄로 북한의 장마당들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마당 침체로 삶의 질 하락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의 식량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주민들의 삶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 일부 한국 언론에서 이런 보도들이 나왔는데요. 그런데 현실하고 좀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요? 이야기 좀 해 주시죠.

문성휘: 네, 기존의 보도들을 보면 쌀 가격이 많이 하락돼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 이런 식으로 나와 있는데요. 그런데 단순히 쌀 가격만 놓고 주민들의 삶이 개선됐다, 안됐다, 이렇게 평가를 내리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오히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소식통들은 "아직 굶어죽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전반적인 주민들의 생활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사자는 없다"고 하면서도 "전반적인 생활환경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이런 상반되는 내용인데요. 이런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북한 당국의 극심한 통제로 현지 소식통들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12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단한 뒤 국경과 해상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는데요. 국경지역에서는 중국 기지국과 연계된 불법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위해 연일 새로운 감시 장비들이 들어오고 단속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내부의 다양하고 정확한 소식들이 전해지기가 많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래서 상반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이런 내용이 언론보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되는 거죠?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사자가 없다는 건 그만큼 먹는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는 의미이고요. 또 먹는 문제가 개선이 되면 자연히 다른 생활조건도 향상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이지 않아요.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네, 순리대로 따진다면 먹는 문제가 풀리면 응당 주민들의 생활도 향상돼야 되는 거죠. 그런데 북한의 생활환경으로 볼 때 딱 먹는 문제뿐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개선된 게 먹는 문제뿐이라는 거군요.

문성휘: 네, 다른 생활조건은 몰라도 주민들의 먹는 문제, 식생활은 예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북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말린 감자껍질과 메주콩껍질 가루로 국수를 눌러 먹는 집들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록 넉넉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농촌가정들이 감자나 옥수수로 끼니를 에우고 있다"고 얘기했고요.

하지만 이런 먹는 문제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생활조건은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 졌다는 게 소식통들의 하소연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식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들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초적인 생활필수품조차 마련이 쉽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생활필수품은 왜 구하는 게 어렵다는 겁니까?

문성휘: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장마당이 모두 얼어붙은 것이 원인이라고 소식통들은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장마당을 견인해 온 것은 식량이었습니다.

식량이 잘 팔려야 장마당의 전반적인 유통도 원활해진다는 건데요. 그러나 지난해 북한의 농사가 잘 됐습니다. 또 북한에 식량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 역시 식량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지난해 북한 장마당들에서 중국산 입쌀(벼) 1kg의 가격은 중국인민폐로 5원(위안)이었는데 현재 양강도 장마당들에서 중국 쌀 1kg의 가격은 질에 따라 인민폐 3원 50전부터 3원 20전 사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그러면 중국인민폐로 1원 50전 정도가 내렸다는 거네요. 그럼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이게 얼마정도 되는 거죠?

문성휘: 지난해 여름에 장마당에서 중국산 입쌀은 북한 돈으로 1kg당 6천원 계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kg 당 4천원이라고 하는데요. 북한 돈으로 계산하면 2천원이 내린 거죠. 현재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강냉이 1kg이 북한 돈으로 1천5백원 계선임을 감안하면 입쌀 1kg의 가격이 얼마나 크게 내렸는지 실감이 갈 갈 겁니다.

이렇게 쌀값이 하락했음은 그만큼 주민들의 수중에 식량이 많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장마당에서 쌀이 잘 팔리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물건들도 팔리지 않아 유통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쌀을 팔아 다른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는 주민들이 가격하락으로 식량을 팔지 못하면서 장마당이 얼어붙었다는 얘기이죠.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이 얼어붙은 데는 또 다른 원인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몇 달째 국경과 해안을 봉쇄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밀수를 못하게 되는 거군요.

문성휘: 네, 밀수가 꽉 막히고 또 바닷가 어부들도 조업을 못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장마당 유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인데요.

밀수가 북한 장마당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는 현재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제품들을 놓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속에서 중고 노트컴(노트북), USB를 꽃아 영화를 볼 수 있는 중국산 신형 DVD(녹화기), 그리고 노텔(DVD플레이어), 판형컴퓨터(태블릿), 이런 전자제품들이 상당히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자제품들은 북한 당국이 엄격히 단속하는 물품들이어서 전적으로 밀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욱이 북한 세관당국은 지난해부터 조선글(한글)이 적혀있는 물품들은 일체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화장품이나 쿠쿠밥솥, 지어 중국연변자치주에서 생산돼 조선글로 된 상표나 설명서가 부착된 상품들도 세관을 전혀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현재 북한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제품들은 모두 밀수를 통해 장마당에 유통된다는 건데요. 이런 물건들이 이젠 북한 장마당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해상 봉쇄 역시 북한 장마당에 타격을 입히긴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인민무력부 산하에 수산관리국을 신설하고 대형 어선들을 모두 군부대 수산 기지들에 편입시켰습니다.

군부대 수산기지에 소속된 어선들만 한해서 조업권을 발급해 주고 기타 중소규모의 수산협동조합, 개인들이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형어선들은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엄격히 감시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장마당들에 해산물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예전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북한 장마당들에서 해산물들을 살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예전에는 이러한 해산물들이 바닷가 어부들을 통해 유통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 장마당들에서 유통되고 있는 해산물들은 전부 군부대 산하 수산기지들을 통해 나오는 것들이어서 그 돈은 고스란히 북한 당국의 수중에 들어간다는 거죠.

박성우: 아, 그런 큰 차이가 있었군요.

문성휘: 네, 한마디로 주민들의 수중에서 돈이 회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북한 장마당들이 얼마나 얼어붙었는가는 최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이 전한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가 있는데요.

이 소식통은 청진시 '수남 장마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마당들이 "매대가 텅 비어 한산하기 그지없다"고 말했습니다. 장사가 안 되니까 애초 장사꾼들이 장마당에 나오지도 않는다는 건데 이러한 현상은 "올해 1월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만큼 주민들이 돈을 만지기가 어렵고 주민들의 수중에 돈이 없다나니 장마당은 더욱 얼어붙고 또 주민들의 삶의 질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지난해 농사가 잘 돼서 식량난이 나름대로 해소가 되긴 했지만 부식품이나 생필품은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지 않아요. 장마당이 지금 현재까지는 상당부분 식량수급기능에 한정된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많지 않나, 이런 기대도 가져 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