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과 화학전대비 소개훈련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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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전국적 범위에서 핵과 화학전쟁에 대비한 소개훈련을 준비 중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동원해 일상적으로 벌이는 작업까지 전쟁분위기와 연계해 내부로 부터 비난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핵과 화학전대비 소개훈련 준비 지시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요즘 북한 언론들을 보면 전쟁이 곧 임박한 것처럼 연일 보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위기 때문에 북한주민들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최근상황, 어떤지 궁금한데요. 알려진 게 좀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 북한 당국은 전쟁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긴장감은 빠른 속도로 풀리고 있다는 게 소식들이 전하는 내용이고요. 1993년도 '영변핵위기' 때와 흐름이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벌써 주민들의 긴장감이 풀리고 있다는 건 조금 의외라고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지금은 93년 '핵위기'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당시는 주민들이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식량난도 그래, 경제적 어려움으로 버틸 여력이 없다는 거죠.

박성우 :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여력이라는 식량이 얼마나 있냐, 이걸 뜻하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렇죠. 북한은 지난주에도 말씀 드린 것처럼 3월에 들어 '2호 창고'에 있는 '전시예비식량'으로 배급을 주었습니다. 직장인들에 한해서는 한 달분, 부양가족들에 대해서는 열흘 분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식량배급만으로는 주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배급이라는 게 어른에 한해서 하루 450그램이고 고등학교 학생들까지는 하루 280그램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네, 배급을 준다고 해도 이게 원체 량이 적다는 거죠?

문성휘 : 네, 먹을 것이 없으니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주민들이 이젠 견딜 수가 없어서 다시 장마당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거죠. 이렇게 장마당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긴장감도 많이 풀리게 됐다고 하고요.

당국 또한 당장 급한 농사준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작업에 주민들을 많이 동원하면서 주민들은 "오, 이건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렇게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려고 하는데 북한 당국은 여전히 전쟁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사이에 임의의 순간에 소개훈련을 진행한다" 이렇게 각 인민반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식 선포했다고 하는데요. 또 소개훈련기간도 5일간으로 정하고 "이번 소개훈련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다" 이렇게 주민들에게 경고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런데 '대피훈련'과 '소개훈련'이 다른가 보죠? '소개훈련'은 무슨 훈련입니까?

문성휘 : 네, '대피훈련'은 적 항공기의 기습에 대비해 주변에 있는 방공호나 김치움, 비행기의 공습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설들에 임시적으로 몸을 피하는 훈련입니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정도 하고요.

'소개훈련'은 그와 달리 핵,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들이 사용될 경우를 가정해 일정한 지역, 도시를 버리고 40리 이상 주민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훈련입니다. 또 이동한 장소에서 일정기간 거주하는 훈련인데요.

지금까지 가장 긴 '소개훈련'으로는 '준전시 상태'가 선포됐던 1993년 3월에 3일간에 걸쳐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1박 2일 정도로 훈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성우 : 그런데 이번엔 북한당국이 워낙에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으니까 아마도 '소개훈련'이 좀 길어질 거라는 거죠?

문성휘 : 네, 지시대로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안도하는 분위기이고요. 3월 21일까지 사이에 임의의 시각에 소개훈련을 진행한다는데 대해서도 "실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긴장상태를 유지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박성우 : 그럼 실제 훈련은 안 하면서도 주민들에겐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 네, 그에 대해 소식통들은 "지금의 경제난 속에서 닷새 동안이나 소개훈련을 하면 주민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소개훈련을 아예 안 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한다고 해도 기존처럼 1박2일 정도나 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박성우 : 훈련을 하지 않거나 혹은 짧게 끝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훈련기간을 좀 길게 잡고 또 훈련 시간도 임의로 한다, 이렇게 포치를 했다는 건데요. 그렇게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문성휘 : 한마디로 전쟁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지요. 주민들속에서 전쟁분위기가 가라앉는데 조금은 당혹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만 합니다. 가능성이 있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전쟁분위기와 연계된 동원에 주민들 불만 높아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조금 전에 문 기자가 "농사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작업에 주민들을 많이 동원하고 있다"고 했는데 농사일 말고 지금 주민들을 동원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습니까?

문성휘 : 지금이 봄철이니까 우선 나무심기라든지 잔디심기, 그리고 '3~4월 위생월간'과 관련된 '위생사업'에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내륙지방은 잔디심기라든가 위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북부 국경연선은 아직 얼음이 채 풀리지 않아서 이런 사업보다는 나무심기, 그러니까 식수사업에 모두가 동원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식수사업을 비롯해 주민들을 동원하는 작업들 모두를 전쟁분위기와 연계해 상당히 불편하고 불만도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 나무를 심는 걸 어떻게 전쟁분위기와 연계를 시키는 겁니까?

문성휘 : 이번 주말에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 진행된 나무심기가 진행됐는데요. 공장기업소는 물론 인민반 부양가족들까지 모두 군복차림에 위장망을 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나무를 심는데 군복을 입고 심으라고 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 뿐만 아니라 이른 새벽부터 비상소집을 해서 주민들을 모두 집합시키고 함께 출발을 하는데다 점심까지 준비하도록 했으니 불만이 없을 리 없죠.

게다가 매 기업소, 구역, 동별로 깃발과 함께 '원수 미제를 격멸하는 심정으로!' 이런 구호를 비롯해 전쟁 분위기와 연관된 구호판들을 모두 들도록 했다는 겁니다. 양강도의 경우 거리의 가로수로 심을 다 자란 나무들을 산에서 떠 옮겼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큰 나무들을 떠 오자니 주변엔 나무가 없어 40리 이상 떨어진 곳까지 갔다 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집단으로 움직이는 과정도 민방위부와 시당 간부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수시로 호각을 불고 깃발을 흔들면서 핵, 화학경보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면 주민들은 길바닥에 엎드리거나 주변에 대피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삼수방면 '범포산'이라는데 갔던 주민들에 의하면 민방위부나 시당 간부들이 아무리 호각을 불고 깃발을 흔들어도 엎드리는 흉내만 낼 뿐이지 훈련에 잘 동원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함께 가던 도당 간부들이 각 기업소, 조직책임자들을 불러 경고를 주고 다시 훈련을 실시했는데도 주민들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훈련명령을 내린 간부들만 창피하게 됐다는 거죠. 화가 난 시당 간부들이 "앞으로 단단히 총화 짓겠다"고 공장기업소 책임자들과 각 조직책임자들을 향해 협박까지 했다는데요. 이와 관련된 총화사업이 있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또 한편에선 그러는 간부들을 보며 "나무심기 동원이면 나무나 곱게 심으면 되는 거지 훈련은 또 무슨 훈련이냐?", "전쟁이 일어나면 나무심기를 하냐?" 이렇게 비웃기도 했다고 하고요.

앞으로 진행될 모든 주민동원이 이렇게 각종 전쟁훈련들과 연계 될 것이라고 해 주민들의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본 북한의 구호들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생산도 곧 전투다',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 식으로', 이런 구호들이었는데요. 이렇게 모든 사업을 억지로 전쟁에 맞추다나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지금의 북한이 돼 버린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