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곧 '쌀과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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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쌀과 전기라고 정의 내린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 꽃제비로 전락한 흩어진 가정의 아이들을 끝까지 찾아내 김 위원장의 생일선물을 전달한 한 동사무소 직원의 사연이 함경북도 주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곧 '쌀과 전기'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사회주의강성대국 완성의 해’라고 선전해온 2012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주민들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강성대국’, 이 표현 자체가 ‘좀 허황하다’ 이런 주장도 있는데요. 요즘 북한상황,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에서 ‘강성대국’이라는 말이 등장한 건 1998년부터인데요. 초기에는 ‘고난의 행군’으로부터 초래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선전 문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1월 1일에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사는 사회”, 다시 말해서 사상의 강국, 군사의 강국, 경제의 강국을 ‘사회주의강성대국’이라고 한다는 공식적인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 “위대한 수령님 탄생 90돌을 맞는 올해를 강성대국건설의 새로운 비약의 해로 빛내 이자”라는 새해공동사설을 발표하고 2012년까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공언한 2012년이 코앞에 닥쳤음에도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사회’라는 강성대국 건설의 목표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주의강성대국’이라는 의미를 본격적으로 왜곡하기 시작했고 2012년까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완성한다는 말도 슬그머니 거두어 들였습니다.

박성우 :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는 의미를 왜곡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이 최근 노동신문 사설과 논설들을 통해 주장하는 논리들을 보면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정치적으로는 주체적인 인민의 사상이 구현되고,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에 기초한 생산능력이 확립되고, 국방 분야에서는 외부의 그 어떤 적도 짓부실 수 있는 자위적 군사력을 가진 사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흥하고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사회”가 ‘강성대국’이라던 본래의 의미에서 퇴보해 자력갱생을 다시 내세우면서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는 사회”가 ‘강성대국’이다 이렇게 그 내용을 수정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2012년이 ‘사회주의강성대국 완성의 해’라던 장담을 슬그머니 거두어들이고 “2012년을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대문이 열리는 해”라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이 완성되는 해가 아니라 시작되는 해이다 이런 해괴한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렇게 구차한 변명을 늘여놓게 된 것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2012년까지 저들이 내세운 강성대국 목표에 도저히 근접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금까지 선전해온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끄는데요.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3월19일에 있은 간부강연회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곧 쌀과 전기”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이 전달됐다고 합니다.

박성우 : ‘쌀과 전기’가 곧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다, 이건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과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문성휘 : 네, 그렇죠. 쌀과 전기 문제는 인민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문제입니다.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겨우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지 그걸 가지고 ‘강성대국이 완성됐다’ 이렇게 말한다는 건 낯부끄러운 허풍일 뿐만 아니라 사실 말이 안 되는 궤변에 불과하다는 거죠.

이날 강연회에서 전달된 김 위원장의 방침에는 ‘쌀과 전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라는 것도 나왔다고 하는데요.

지금 건설 중에 있는 중 대형 발전소 건설을 올해 안에 모두 마무리 짓고 그 중에서도 희천발전소 건설을 다그쳐 올해 9월 9일, 그러니까 공화국 창건 기념일 전으로 완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올해 겨울부터는 북한 주민들이 환한 불빛아래 살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식량문제와 관련해서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 석탄가스화 문제, 순천비날론과 남흥청년화학에서 더 많은 비료를 생산해서 자체로 비료문제를 해결할 데 대해서도 지적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건데 들어보면 별로 새로운 주장도 아닌 것 같은데요? 이걸 간부강연회에서까지 강조했다는 걸 보니까 당장 2012년을 앞둔 북한이 얼마나 다급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 강성대국’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속히 주민들의 먹는 문제와 전기 문제없이 살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람이고요.

2. 북한 주민들을 울린 한 동사무소 직원의 사연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이야기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참사가 알려지면서 일본 국민들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들이 수없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요전에 문 기자가 “북한에도 감동적인 미담들이 적지 않다”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어떤 사연이 있습니까? 소개 하나 해주시죠?

문성휘 :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미담이라고 하면 김일성 일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꼽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로 불타는 건물 속에 뛰어들어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꺼내왔다든지, 이런 것을 북한에서는 ‘미담’이라고 크게 소개하는데요.

이와는 별도로 정말 주민들의 아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있었다는 한 읍사무소 직원에 대한 이야기가 그런 사례인데요.

북한은 겨울철 난방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유치원부터 인민학교(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까지를 겨울방학 기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이면 탁아소 어린이들부터 인민학교 학생들에게까지 김 위원장의 생일선물로 사탕과자 세트를 공급하는데요.

겨울방학인 탓에 생일선물을 학교에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읍사무소’에서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단 선물공급자 명단에 들어 있어도 그 사이 사망하거나 생활고로 가정이 해체돼 꽃제비로 전락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는 데요. 이러한 어린이들에겐 선물도 공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남은 선물들은 나중에 간부들끼리 나눠먹는데요.

은덕군 읍사무소에서 일하는 장희란(가명 41세)이란 여성은 꽃제비로 전락된 어린이들을 끝까지 찾아내 김 위원장의 생일선물을 공급받도록 해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생활난으로 변변한 간식도 없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김 위원장의 생일선물로 공급되는 사탕과자 세트는 그나마 1년에 한번이나마 차례지는 행운입니다.

이러한 명절공급마저도 받을 수 없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 씨는 직접 장마당이나 주변 탄광보일러실들을 비롯해 꽃제비들이 몰려드는 곳을 찾아다니며 선물공급에서 누락된 어린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냈다고 합니다.

특히 금송리라는 곳에 인적 없는 산속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사는 주민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백여 리가 넘는 길을 찾아가 세 명의 어린이들에게 생일선물을 전달해 주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장 씨가 위에 간부들로부터 상당한 박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런 일을 했으면 응당 칭찬을 받아야지 왜 박대하나요?

문성휘 : 그게 그렇게 끝까지 아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생일선물을 전달해주다 나니 간부들이 나눠 먹을 몫이 적어졌다는 거죠.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느냐?’고 군당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간섭했지만 장 씨는 끝까지 굴하지 않고 모두 11명의 어린이들을 찾아내 생일 선물을 받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행을 두고 은덕군 주민들의 근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박성우 : 주민들은 왜요?

문성휘 : 한번 간부들의 눈 밖에 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이죠. “군의 간부들이 지금은 손보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를 꼭 쫓아내고 말 것”이라며 은덕군 주민들은 장 씨에게 안타까운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정직하고 성실한 행동이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해를 받는 사회, 아무리 보통 인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해도 김 부자 일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면 아무런 평가도 못 받는 사회가 북한사회라는 얘기가 되는군요. 문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납시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