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2011년 한국의 부산에서 개최된 제16회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 중엔 뽈스까(폴란드)에서 제작된 "1920년 와르샤와(바르샤바) 전투"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저는 주말에 시간을 내 이제야 겨우 보았습니다.
영화는 1920년 뽈스까 인민들이 레닌과 스탈린이 지휘하는 붉은군대의 공격을 막아 서유럽에 대한 소련의 침략을 좌절시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벌써 소련은 부르쥬아 타도를 외치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쓰, 핀란드를 비롯해 동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침략하였습니다.
뽈스까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발판으로 오지리와 독일의 장기간 식민지에서 독립을 성취했습니다. 그런데 독립의 기쁨도 잠깐이었습니다. 소련의 붉은군대는 레닌의 지시아래 뽈스까를 침략하고 수도인 와르샤와까지 진격합니다.
1920년 8월 12일부터 1920년 8월 25일까지 13일간 와르샤와 외곽에서 소련군과 뽈스까 인민들의 백병전이 이어졌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뽈스까 인민들은 부자와 평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붉은군대에 맞서 승리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소련군 장교가 한 말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제르쥔스끼 동지가 늘 말했어. 우두머리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무슨 일이든 맨 처음 하는 사람이 혁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거지. 간부들을 처형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요"
어쩌면 이 고백이 독재화로 갈 수밖에 없는 사회주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은에게도 그리고 언제 숙청의 칼날이 향할지 모를 북한의 고위간부들에게도 이 영화 속의 대사가 딱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속의 대사를 새기며 '북한은 오늘'로 들어갑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필요 없게 된 사냥개도 삶아 먹는다"는 뜻인데 "필요할 때는 맘껏 부려먹다가 필요 없게 되면 가차 없이 제거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입니다.
'토사구팽'은 북한의 전형적인 통치수법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소위 '8월 종파투쟁'이라든지 김정일 시대의 '심화조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토사구팽'식 공포정치는 더욱 가혹해졌습니다.
김정은이 제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사건도 그러한 연장선이라고 봐야 할 텐데요. 김정은 집권 후 북한에서 정말 많은 간부들이 숙청당했죠. 인민군총참모장 리영호와 국가보위부 부부장 류경과 같은 인물도 숙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는데요.
지난해엔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이 처형당했습니다. 해마다 고위간부들을 수시로 물갈이하는데다 시도 때도 없이 간부들을 처형하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지켜보며 올해엔 또 누가 희생양이 될지 북한 주민들도 궁금해 한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올해 김정은 정권의 희생양이 누가 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가운데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오르내린다고 현지 간부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함경북도의 한 간부는 "김원홍의 세력이 이미 지난 날 장성택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를 내놓았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 내부에서조차 김원홍을 가리켜 '도로 장성택'이라는 말이 은밀하게 돌 정도라고 그는 밝혔습니다.
국가보위부 내부 사정에 밝은 이 소식통은 "장성택과 현영철을 처형한 후 김원홍의기세를 꺾을 사람은 김정은 말고는 아무도 없다"며 김원홍의 아들 김철과 가깝게 연계된 정찰총국장 김영철도 국가안전보위부와 한패거리라고 지목했습니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아들 김철은 정찰총국산하 외화벌이 기관인 '매봉회사'를 직접 관리하던 인물입니다. 김원홍의 아들 김철은 '매봉회사'를 운영하다가 장성택 처형을 한 달 앞두고 외화벌이 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2년 11월 20일 국가안전보위부를 처음 시찰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보위부가 돈벌이에 급급하게 되면 계급투쟁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보위부 산하 외화벌이 기관들을 모두 내각과 노동당 행정부에 넘길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김정은의 지시로 하여 '외화벌이'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인민보안부가 가지고 있던 '109상무'와 산하 외화벌이 기관인 '대부무역'을 넘겨받으며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게 됐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자강도의 한 간부도 최근 "김원홍은 지난해 인민보안부가 준법확립에 실패하고 오히려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보안부 간부들이 범죄자들과 결탁했다는 구실로 인민보안부의 권한과 이권을 빼앗아 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2월에는 국가안전보위부의 기강해이를 이유로 정치부 부부장 임동철을 처형토록 하고 임동철의 숙청에 불만을 표출한 국가보위부 지방지도과인 보위1국 8과의 부과장도 마약복용과 성문란 혐의로 처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평소 자신에게 불만이 많았던 정치부 간부들과 해외반탐을 담당하던 2국 라인의 인물들 여러 명을 함께 제거함으로서 국가안전보위부를 명실 공히 김원홍의 '소왕국'으로 만들었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의 다른 간부소식통들도 "국가보위부가 김원홍의 개인 조직화 되었다는 얘기가 돌면서 당기관과 행정, 사법기관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보위부 본부에 국내와 해외 컴퓨터 망을 감시하는 조직도 새로 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가보위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산하 전파감시기관인 29국과 '109상무'에서 활동하던 능력 있는 컴퓨터 전문가들을 대거 평양에 있는 본부로 끌어 들였고 각 도, 시 컴퓨터 봉사소에서도 전문가들을 상당수 흡수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본래 북한에서 해킹분야는 대남담당부서인 통일전선부와 정찰총국만이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엔 국내 비밀보안과 해외 비밀작전을 핑계로 국가보위부 내부에도 해킹부대를 조직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국가안전보위부가 사법권과 함께 무역과 와화벌이, 지어 막강한 해킹조직까지 운영하면서 김원홍의 '소왕국', '사조직'이라는 비난이 높지만 워낙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김정은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어 여지껏 생존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고위 간부들을 잘 써먹다가 권력이 지나치게 커졌다 싶으면 단칼에 숙청해 버리는 김정은의 통치수법으로 보아 '소왕국'이라는 말까지 듣게 된 보위부의 우두머리 김원홍의 앞날도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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