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양강도 혜산시에서 발생한 어린이 납치(유괴) 사건은 외지인들과 유치원 담임교원이 짜고 저지른 범죄행위로 드러났습니다.
- 양강도 사법당국이 외부에서 유입된 불법영상물을 본 학생들은 물론 그들의 학부모까지 처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어린이 인질사건 범인은 유치원 담임교사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주 이 시간에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일어난 어린이 인질납치 사건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범인들이 납치된 어린이의 몸값으로 돈을 요구했는데 그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범인들은 잡혔나요?
문성휘: 네, 2월 20일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 혜장유치원에서 엄리룡 어린이가 알 수 없는 범인들에게 납치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만6살인 엄리룡 어린이는 부모님들과 함께 혜산시 혜명동에서 살고 있었다고 하고요.
엄리룡 어린이의 집은 소문날 정도로 잘 사는 집이었다고 합니다. 범인들은 공중전화를 이용해 어린이를 돌려주는 대가로 중국 인민폐 10만 위안을 요구했다고 하고요. 공중전화를 이용해 돈을 요구한 납치사건은 북한에서 처음 일어난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직접 보고됐고 유사범죄를 우려한 김정은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범인들을 무조건 잡아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북한 사법당국도 '2월 20일 사건 그루빠(그룹)'까지 조직해 사건을 수사했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거기까지는 지난 주 이 시간에 이야기된 내용이었죠? 그 이후 사건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습니까?
문성휘: 네,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범인들이 잡히지 않으면서 주민들속에서는 인질로 잡은 어린이가 이미 사망했을 거라고 평가돼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사건의 단서를 잡기 위해 매일 인민반 회의를 열고 혜산시 주민들에게 신고를 독촉했습니다.
애초 사법당국은 범인이 양강도 혜산시 주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변 수사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당국의 예상을 깨고 3월 초에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범인이 또다시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수사는 전국적인 범위로 확대됐다고 하고요.
3월 18일, 납치됐던 어린이가 함흥시와 가까운 함경남도 정평군 장마당에서 꽃제비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북한은 어린이의 진술을 토대로 양강도에서 함흥시, 정평군의 '10호 초소'들을 통과한 자동차 이름을 조사해 범인들을 잡았다고 합니다.
오중석: 다행히 어린이도 찾고 범인들도 잡았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조금 전에 이야기한 '10호 초소'라는 건 뭡니까?
문성휘: 네, 정확한 이름은 '국가안전보위부 10호 초소'입니다. 북한의 주요 도로, 각 시, 군으로 이어지는 도로들엔 국가안전보위부가 운영하는 '10호 초소'가 있는데 이 초소에서 시간대별로 통과한 자동차 번호들을 모두 기록합니다.
외부로 나간 차량들은 '10호 초소'에 모두 기록이 남기 때문에 행적이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하고요. 북한은 어린이와 납치극을 벌린 범인을 조사해 해당 어린이가 공부하던 혜장유치원 담임선생(교사)과 경비원을 체포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이번 어린이 납치범죄에 유치원 담임교사가 개입했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납치범은 장사목적으로 유치원 담임교사의 집에 자주 드나들던 함흥시 주민이라고 하고요. 어린이를 맡았던 담임교사의 아버지는 해당 유치원인 혜장유치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중석: 어린이를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의무를 지닌 유치원 담임교사와 경비원이 사건의 공모자라고 하니 정말 끔찍한 범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어린이를 무사히 찾고 범죄자들도 잡아냈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북, 불법영상물 시청 학부모들 처벌 논란
오중석: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이 최근 학생들이 불법영상물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학생들은 물론 그 학부모들까지 처벌하고 있다, 문 기자가 얼마 전에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는데요. 왜 학부모들까지 처벌한다는 거죠?
문성휘: 네, 이게 한마디로 북한의 '연좌죄'라는 것입니다. 혜산시에서는 3월 초, 혜산군사학교 2학년 학생 조상혁 (19세)청년이 손전화를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조직인 '1080상무'에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 학생은 북한이 허용한 (합법) 손전화에 한국영화를 저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조상혁 학생은 군사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최근 군사학교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재판에서 '노동단련대 6개월' 형에 처해졌다고 합니다.
오중석: 불법 영상물을 보다가 '노동단련대' 6개월 형을 받았으면 북한에서는 아주 경한 처벌 아닌가요?
문성휘: 겉으로 보면 경한 처벌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면 병사생활을 거치지 않고 '분대장'으로 배치됩니다. 또 군 간부후보로 등록돼 노동당 입당과 출세의 길이 열려있다는 거죠.
그런데 군사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노동단련대' 6개월 형에 처해졌다는 건 앞으로 군복무는 물론이고 노동당 입당도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짧은 기간의 형벌을 받았지만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가하면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 3월 17일 주민총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주민총회'는 대체로 '인민재판'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혜산동 사무소 앞에서 진행된 이날 재판무대에는 미국영화를 보았다는 일가족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씨 성을 가진 47살의 세대주와 그의 아내, 그리고 16살, 13살 되는 아들 두 명도 나란히 재판무대에 나섰는데 세대주인 김씨는 노동단련대 6개월 형이 선고되고 가족들은 양강도 갑산군으로 추방을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합니다.
오중석: 미국영화 한편을 보았다는 이유로 세대주가 노동단련대 형에 처해진 것도 모자라 그 가족들을 모두 시골로 추방해버렸다는 건데 북한이 외부에서 들어 온 불법영상물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계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인 것 같습니다.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역시 혜산시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혜화중학교에 다니는 4학년 학생 7명이 노텔을 가지고 과거 소련이 만들어 낸 영화 '11명의 흑인 아이들'을 보다가 검열성원들에게 들켰다고 합니다. 이 학생들에 대해서는 부모들에게 각각 중국인민폐 1천원씩의 벌금과 함께 그들의 아버지에게 노동단련대 3개월 형의 처벌을 가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과거 소련에서 만들어 낸 영화들은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에서도 가끔씩 보여주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소련영화를 본 게 뭐가 잘 못된 건가요?
문성휘: 북한이 공개를 하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내용이 파쇼 독일에서 전범기록이 있는 자들이 이름과 경력을 숨기고 몰래 주민들속에 숨어 살다가 어느 날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경치가 좋은 외딴 섬의 호텔에 초대를 받았는데 거기에 11명의 흑인 아이들의 조각이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초대를 받은 이들이 그날부터 기이하게 한명씩 죽어나갔다고 합니다. 또 한명씩 죽어나갈 때마다 흑인 어린이 조각도 한 개씩 사라진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복수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지금 북한에서 유행이라고 합니다. 소식통들은 외국영화들 중에서도 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하는 내용의 영화는 북한 당국이 더 크게 처벌한다고 얘기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의 살인영화들이라고 이런 영화들을 비난하고 있다는데요. 이와 관련해 주민들속에서는 죄를 지은 간부들이 '제발이 저려 벌려놓는 소동'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네, 지금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소련영화 '11명의 흑인 아이들'은 영국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추리소설을 본떠 만든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영화조차도 불법영상물이라고 단속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마음 편히 살아가게 될지, 북한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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