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를 위한 이동식 발사 차량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속되는 '프로그' 로켓 발사 왜?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이 지난 16일, '프로그(FROG)' 로켓 25발을 발사한데 이어 22일과 23일 연이어 '프로그' 로켓 46발을 발사했습니다. '프로그' 로켓만 모두 합쳐서 71발을 발사했는데요. 무력시위의 성격이라 해도 이렇게 많은 로켓을 발사한 것은 상당히 의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뭐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이 지난 2월 중순부터 스커드 미사일과 여러 종류의 방사포를 발사하지 않았습니까? 한국 당국과 언론들은 이를 두고 '한미연합방위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판단했고요.
물론 또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이 동계훈련 총화로 무력시위를 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거죠. 그 중에서도 특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3월 중순부터 '프로그' 로켓을 대량으로 발사한 점입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게 참 의문스러운데 '프로그' 로켓은 1960년대 북한이 옛 소련으로부터 들여왔던 무기체계이지 않나요. 100여기 정도를 들여왔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71기를 발사했으니까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프로그' 로켓의 70% 가량을 쏘아버린 겁니다. 왜 이렇게 한번에 많은 로켓을 발사했을까, 이게 의문인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문성휘: 네, 그와 관련해 한국의 언론들이 북한이 이제는 구형형인 '프로그' 로켓을 폐기하기 위해 무더기로 발사했다, 이런 주장을 했는데요.
박성우: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이런거죠?
문성휘: 네, 그러한 언론들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관련해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은 2월 11일 보도를 비롯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한 기사를 여러 번 내 보냈습니다.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군수공업)와 제2과학원(군사기술연구원)이 지난해부터 "국방기술 현대화를 위한 '4개년 계획'에 돌입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그동안 북한 내부소식통들이 보내 온 소식을 분석해 보면 이번 '프로그' 로켓발사는 새로운 현대적인 발사체를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부득이한 조치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박성우: 새로운 발사체를 보유하기 위해 있던 로켓을 폐기한다, 이건 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아닌가요?
문성휘: 물론 그렇죠. 한 기의 로켓이라도 더 보유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북한이 이미 있던 로켓을 무더기로 발사해 폐기시킨다는 게 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신형미사일을 장착할 이동식 발사차량들이 필요한 북한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추론이 유력합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신형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구형 '프로그' 로켓을 폐기하고 있다, 이런 말이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프로그' 로켓은 길이가 9미터, 중량만 2.5톤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사거리가 고작 70km인데다 관성유도방식으로 타격오차가 500m입니다. 때문에 '프로그' 로켓으로 지상의 목표물을 정밀타격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인데요.
그에 비하면 북한은 현재 화성(스커드) 5호나 6호, 그리고 KN-2와 같이 정밀타격이 가능한 미사일들을 자체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미사일들을 탑재하고 이동하면서 발사할 수 있는 차량들을 구입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프로그' 로켓발사 차량은 1950년대에 첫 생산을 시작해 여러 번 개량된 'ZIL-135' 4축 차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축 차량이니 바퀴만 8개가 되고 최대 적재량도 30톤가량 되는 전형적인 야전형 차량이라고 하는데요.
'ZIL-135' 차량은 길이 없는 험한 곳도 마음대로 달릴 수가 있어 한때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군수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신 1km를 달리는데 휘발유 1.2리터가 들어가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해가 됩니다. 그런 구식차량에 북한이 만든 신형미사일을 장착할 걸로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할려고 하시는 거죠?
문성휘: 네, 왜냐면요. 'ZIL-135'가 비록 구형차량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수명이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왜 이런 구형차량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는 '군사기술 현대화'와 관련해 내부 소식통들의 보내온 소식들을 가지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실례로 소식통들은 "지난해 북한이 무산광산에서 '철광석을 운반하기 위한 용도'로 중국 당국에 25톤 적재 차량 40여대를 수입하겠다고 제안했다 합니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적재량이 높은 차량들이 군사적 목적에 쓰이는 것을 우려해 수출을 불허했다고 하고요.
대신 광석운반용 대형차량들을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빌려주고 매달 차량의 대수와 사용 용도를 점검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차량은 빌려 주는데 사용용도와 관리는 철저하게 중국당국이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되는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북한입장에서 이동식 발사차량이 얼마나 절실한가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 때 민간무력인 '노농적위대원'들이 뜨락또르(트랙터)에 방사포를 싣고 나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저도 기억이 납니다. 뜨락또르에 방사포를 싣고 나와 해외 언론들에 큰 웃음거리가 됐었죠.
문성휘: 네, 그만큼 이동식 무기들을 싣고 기동할만한 차량들이 없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보내 온 소식이 있습니다. 2012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라남탄광기계 연합기업소'를 찾았을 때 했다는 이야기인데요.
'라남탄광기계' 공장은 북한에서 방사포의 포신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북한은 현재 이 공장에서 사거리 60km의 방사포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는데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장을 현지 시찰할 때 군수공업부분 간부들이 방사포를 적재할 차량들이 없는 고충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제1비서는 "방사포를 꼭 차량에다 탑재해야 한다는 것은 아주 잘 못된 생각"이라며 방사포를 고정식 발사대에 탑재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방사포를 고정식 발사대에서 쏘게 되면 쏘고 나서 적의 표적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문성휘: 물론 그렇죠. 그런데 이동식 발사차량들을 구할 수 없는 북한의 조건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은 고정식 방사포에 한해서는 한 번만 포탄을 날리면 사명이 끝나는 걸로 규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고정식 발사대에서 방사포를 쏘고 난 포수들은 사명이 끝난 것으로 즉각 다른 보병중대에 편입해서 다른 임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도 만들어 놓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네, 그렇군요. 차량이 없어서 이동식 무기들을 고정식 무기로 전환을 한다는 말씀인데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라면 이런 발상, 가능할까 싶습니다.
문성휘: 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이동식 타격수단을 더 많이 갖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이동식 발사체들을 탑재할 수 있는 중량급, 그러니까 25톤 이상의 차량들이 많이 필요한데 지금의 북한으로선 유엔의 제재 때문에 그런 차량을 구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때문에 이번 '프로그' 로켓을 폐기수준으로 대량 발사한 것도 '프로그' 로켓을 탑재했던 차량에 보다 성능이 향상된 다른 미사일 발사대들을 장착하기 위한 의도가 명백히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동안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보내 온 소식들을 놓고 추정해 본 결과입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지금 이 상황에도 꼭 들어 맞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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