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학부모들, 롤러스케이트 원망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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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청소년학생들 속에서 롤러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가난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 전역에 롤러스케이트장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었죠? 그러면서 북한 청소년학생들 속에서 롤러스케이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얘기를 얼마 전에 해 주셨는데요. 북한의 롤러스케이트장 건설,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로 롤러스케이트가 대중화되고 있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에 때 아닌 롤러스케이트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5일, 김정은이 직접 평양에 건설된 롤러스케이트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보도를 했는데요. 당시 김정은은 평양뿐만 아니라 전국의 곳곳에 롤러스케이트장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요. 북한이 롤러스케이트를 직접 만드는가요?

문성휘 : 롤러스케이트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고 전부 중국에서 사들이고 있습니다. 롤러스케이트는 북한 말로 '로라스켓트'입니다.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라는 뜻인데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로라스켓트'는 한국에서 말하는 롤러스케이트가 아니라 '인라인 스케이트'입니다.

박성우 : 한국에선 이걸 구분을 하죠. 한국에서 '인라인'이라고 하면 바퀴가 신발아래 일렬로 달려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북한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한국은 바퀴가 두 줄로 달린 것을 롤러스케이트라 하고 한 줄로 달린 것을 인라인이라 하는데 북한에선 이걸 따로 구분 짓지 않습니다. 정해진 것이 없고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는 통틀어 '로라스켓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별로 아직 '로라스켓트'장이 건설된 것이 없고 청진, 함흥, 남포시를 비롯한 일부 대도시들에 지금 막 건설을 시작했다고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학생들 속에서 '로라스켓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면 어디서 타는 겁니까?

문성휘 : 일반적인 대도시들은 자동차도로가 모두 포장돼 있으니까 그냥 자동차 도로에서 탄다는 거죠?

박성우 :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단속하지 않나요?

문성휘 : 아직까지 지방은 자동차 도로에서 '로라스켓트'를 타는데 대해 특별히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워낙 자동차가 많지 않다보니 자동차는 도로에서 그리 위험할 것이 없는데 대신 최근 늘고 있는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도로에서 '로라스켓트'를 타는 청소년학생들에게 가장 위협적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로라스켓트'가 어느 정도로 대중화됐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문성휘 :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지금이 '로라스켓트'가 최대로 인기를 끌 때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로라스켓트' 유행이 그리 오래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성우 : '로라스켓트'장도 건설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앞으로 더 인기가 많아져야 되는 것 아닙니까?

문성휘 : 네, 외부세계에서 보는 눈으로는 그렇게 상상할 수도 있는데 정작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하는 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직접 '로라스켓트'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장마당들에서 팔리는 '로라스켓트'는 모두 중국산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싼 '로라스켓트' 값입니다. 북한에서 팔리는 '로라스켓트'는 어린이 용보다 청소년용으로 중국에서는 보통 인민폐 90부터원 120원 짜리들이라고 합니다. 개인이나 무역기관들이 이런 '로라스켓트'를 들여다 장마당들에서 인민폐로 130원부터 170원까지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걸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약 17만원, 비싸게는 북한 돈으로 23만원정도 됩니다. 장마당 쌀과 비교하면 입쌀(벼) 25kg을 사고도 남을 돈입니다. 이렇다나니 돈 꽤나 있다는 사람들도 쉽지 않겠지만 강냉이 밥도 없어 못 먹는 가난한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하늘의 벽'과 같은 거죠.

박성우 : '로라스켓트' 때문에 북한의 빈부격차가 더 뚜렷해 지겠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웬만히 밥술을 뜬다는 집의 학부모들도 '로라스켓트' 유행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며 김정은에 대해서는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고 원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또 중국산 '로라스켓트'가 쉽게 고장이 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물론 중국산 '로라스켓트'의 질도 나쁘겠지만 기본은 북한 도로의 포장이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몇 번 타보지도 못하고 고장이 나 한숨을 짓는 가정들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로라스켓트'의 유행이 오래 갈 수가 없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 그런데 '로라스켓트'장이 완공되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문성휘 : 꼭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북한 양강도의 경우는 아직 '로라스켓트'장 건설 계획이 없다고 하고요. 함경북도의 경우 청진시 포항구역에 건설 중이라고 하는데 건설이 완공된다고 해도 버스나 지철(지하철)과 같은 운송수단들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 살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다고 하고요.

그리고 도에 겨우 하나 건설되는 '로라스켓트'장에서 모든 청소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건 꿈도 못 꿀 현실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럼 대부분의 청소년 학생들이 지금처럼 위험한 자동차 도로에서 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는 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로라스켓트'가 큰 인기를 끌기 때문에 도로에서 '로라스켓트'를 타는 학생들도 급속히 늘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고요. 그렇게 되면 북한 당국도 단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네, '로라스켓트'장도 많지도 않은데 요란하게 선전을 해서 학생들이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로라스켓트'를 타게 만들었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이렇게 '로라스켓트'가 유행하면서 지금 속이 터지는 부모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북한 도로에 아무리 자동차들이 없다고 해도 자전거는 많다고 합니다. 자전거와 충돌해도 큰 사고가 날수 있는데 '로라스켓트' 자체가 비싸다나니 안전모나 기타 안전장비 같은 건 주민들이 구입할 꿈도 못 꾼다는 겁니다.

박성우 : 원래는 '로라스켓트'를 탈 때 안전모도 있어야 하고, 넘어졌을 때 무릎과 팔꿈치를 보호하자면 보호대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문성휘 : 그렇죠. 그런데 그런게 전혀 없다는 거죠. 더욱이 지방 도시들까지 '로라스켓트'가 없으면 돈 없는 집으로 따돌림(왕따)을 받는다니까 청소년학생들 속에서 '로라스켓트'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식들은 매일같이 부모들에게 '로라스켓트'를 사달라고 성화를 먹이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들은 턱없이 비싼 '로라스켓트'를 못 사주니 자식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 같아 속을 썩이고, 이렇게 서로가 원망을 한다는 거죠.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입는 옷이 유행을 하고 김정은이 지시한 '로라스켓트'가 유행하면서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도 앞으로 김정은 부부가 또 무엇을 들고 나오겠는지 "아주 긴장이 된다",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나 부인 리설주도 현실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비난이지요.

박성우 :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북한에서 사실 롤러스케이트를 제대로 다 갖추어서 탈 사람들은 몇 안된다는 말인데요. 가난한집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 롤러스케이트는 그저 '그림의 떡'이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