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주민들, 김정은은 경제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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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주민들속에서 후계자 김정은도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처럼 경제에 대해 무식한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북한 당국이 통알 감자에 의한 농사법을 강조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감자 눈에 의한 농사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주민들, 김정은은 경제를 몰라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 생일 100돌을 맞으며 강성대국 건축물들에 대한 준공식을 연이어 벌려놓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준공식에 후계자 김정은이 전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걸로 알려져서 의문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 언론들은 지난 3일 ‘618시멘트공장’이 준공됐다며 이를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돌과 4차 노동당대표자회에 드리는 자랑찬 노력적 선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6.18시멘트공장’ 준공식에 이어 5일에는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선전해온 희천1호발전소와 희천2호발전소 준공식을 가졌고요. 같은 날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도 ‘수양산은하피복공장’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대상물 건설이 완공돼 준공식을 가졌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정작 강성대국 건설의 첫 번째 목표였던 인민들의 배급문제나 먹는 문제 해결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박성우 : 사실 그것이 주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겠는데 안타깝군요.

문성휘 : 네, 이런 대상건설들의 준공식이나 평양에서 진행되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분위기는 제 각각입니다.

우선 주말 연락이 닿은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은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무엇보다 배급문제를 꼽았습니다.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에서 부분적인 식량공급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국가적인 식량공급이 아니라 지방별로 2호 창고에 보관됐던 식량을 풀다나니 지난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70돌 때와 같이 각 지역마다 공급량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또 2호 창고를 풀기시작한 거군요?

문성휘 : 네, 회령시의 경우는 이미 한 달분 식량공급을 시작했다고 하고요. 함경북도 온성군은 아직 공급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보름간의 식량공급을 한다고 발표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렇게 배급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지방은 조금 기분이 트이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 그렇죠. 이런 말이 있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정말 뭘 좀 먹어야 기분도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강도를 비롯해 아직 식량공급에 대해 일절 말이 없는 지방도 많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현재 여러 대상물건설이 완공되어서 준공행사를 가진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데요. 현재 북한은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지 못해 텔레비전도 볼 수 없는 형편인데다 전기사정으로 열차운행마저 정상화 되지 못하다나니 중요한 행사소식들을 제때에 전해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아, 신문을 기차에 싣고 다니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삼수발전소’의 전기가 공급돼 그나마 전기가 오고 텔레비전도 본다는 양강도 혜산시의 주민들은 이번 대상건설 준공식들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올해 2월부터 ‘희천발전소’를 비롯한 대상건설 준공식에 후계자 김정은이 직접 참가한다고 요란스럽게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의 매일이다시피 군부대들을 돌아다니는 김정은이 ‘강성대국 건설’과 관련된 준공식에는 얼굴을 내 비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의아해 한다는 거죠.

다른 거라면 몰라도 ‘희천발전소’ 준공식만큼은 김정은이 참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인식인데요.

박성우 : 아무래도 김정일이 굉장히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리고 또 북한 당국도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많이 선전을 했고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의 유훈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후계자 김정은이 ‘희천발전소’ 준공식에는 참가해야 그 의미가 더해진다는 거죠.

이 같은 현실을 두고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후계자 김정은 역시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닮아 경제에는 무식한 것 아니냐는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우 : 무식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 둘 중에 하나겠군요?

문성휘 : 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라의 살림살이를 잘 못했다, 이런 인식이 강한데요. 이러한 김 위원장도 과거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선전을 하면서도 경제 분야를 전공했다는 말은 전혀 없으니 주민들은 불안하다는 거죠. “경제를 좀 배웠다는 김정일도 그 모양이었는데 경제를 전혀 모르는 김정은이 무슨 정치를 제대로 해 내겠냐?” 이런 게 북한주민들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평가라는 겁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만합니다. 김 위원장 사망 후 이틀이 멀다하게 군부대를 돌아보고 있는 김정은이 아직까지 경제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 돌지 않겠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2. 북 주민들, 기존의 감자농사법 더 선호해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통알 감자심기를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의 반응은 별로다. 아직도 개인들은 쪽감자를 심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주민들이 왜 통알 감자심기를 꺼리는 건가요?

문성휘 : 네, 우선 쪽감자라면 감자 눈이 있는 부분만 쪽을 내어 심는 우리 민족 전통적의 감자심기 방법인데요. 대신 통알 감자는 감자를 통째로 종자로 쓰는 것으로 유럽의 감자농사방식입니다.

북한도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인들은 물론이고, 협동농장들에서까지 모두 쪽감자를 종자로 심었습니다.

박성우 : 네, 한국도 통알 감자보다는 감자 눈을 쪽을 내서 심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데요. 북한 당국이 통알 감자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보죠?

문성휘 : 네, 감자를 쪽을 내지 않고 그대로 종자로 쓰면 우선 감자 눈병이라든지, 가락지병과 같은 이런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통알 감자를 심으면 쪽감자를 심을 때보다 수확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통알 감자를 그대로 종자로 쓰는 방식은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감자농사혁명’을 재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스위스와 벨지끄와 같은 나라들에 기술대표단을 파견하면서 유럽의 감자농사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통알 감자를 심는데 대해 아직까지 불만이 많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도 쪽눈을 떠서 심는 전통적인 방법보다 통알 감자를 심는 방법이 수확이 더 높다는 데는 의견을 달리하지 않습니다.

박성우 : 그러면 이 방법대로 하는 게 좋은 게 아닌가요?

문성휘 : 그러나 이러한 방법대로 심으면요. 우선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종자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심을 경우 보통 1정보당 감자종자가 1.2톤 정도가 소요되는데 유럽방식의 통알 감자를 심을 경우 보통 8톤의 종자가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여섯배가 더 든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또 다음으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심을 경우 비료가 많이 들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요. 유럽방식의 통알 감자는 비료를 엄청 요구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수확고가 높아지니까 아무래도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거겠죠.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런데 지금 북한의 비료상황이 매우 심각하지 않습니까? 쪽감자의 경우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하면 먹을 만한 감자가 한 두알 정도밖에 달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통알 감자를 심고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하면 아예 먹을 만한 감자가 열리지도 않는다는데요.

그러다나니 날씨가 좋지 않거나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하면 종자도 건지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계속 통알 감자를 고집하니 협동농장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심는데 개인들은 자기의 텃밭이나 뙈기밭에 감자를 심을 때 절대로 통알 감자를 심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거죠.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되겠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언제면 농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게 될지, 실정에 맞는 농사를 짓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