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김일성의 생일을 맞으며 명절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생계가 어려운데다 당국의 통제와 감시가 강화돼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일성주석의 생일을 앞두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연일 "평양에서 여러 가지 체육문화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데요. 북한 수도인 평양의 경축 분위기는 대충 짐작이 가는데 지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좀 알려진 내용이 있습니까?
문성휘: 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으며 지방에서도 학생들에게 교복을 공급하고 있는 중이고, 각 도별로 축구경기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쪽으로는 '김일성화, 김정일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고 하고요.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 곳곳에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의미하는 "태양절을 민족최대의 대경사로 빛내이자" 이렇게 씌워진 구호와 선전화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고 합니다. 또 출근시간에 맞춰 예술종합선전대원들이 길거리에서 '공동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오중석: 지방에서도 역시 생일 축하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주변 환경들로 하여 명절을 맞는 지방 주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하다고 합니다. 우선 식량구입이 어려워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가정세대들이 늘고 있는데다 사법기관들의 통제까지 강화되면서 명절을 즐길만한 여건이 못 된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습니다.
오중석: 왜 그럴까요? 지난해 가을부터 식량가격은 안정세를 이어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갑자기 식량가격이 오르기라도 한건가요?
문성휘: 그런 건 아닙니다. 쌀값은 여전히 kg 당 중국인민폐 3원 20전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강냉이 가격도 북한 돈 2천원에 머물고 있고요. 다만 개인장사가 너무도 안 된다는 겁니다. 장마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도시 백화점이나 시, 군 종합상점들에서 중국산 상품들을 팔도록 승인을 했습니다. 각 지방 종합약국들에서도 중국 약품과 함께 북한에서 생산하는 의약품들을 장마당보다 더 눅(싸)은 값으로 팔도록 했다고 합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국영상점들에서 중국 상품도 장마당보다 눅게 팔고, 약국들에서도 중국 약품들과 북한에서 생산된 약품들을 더 눅게 팔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마당을 찾지 않게 되고 장마당 장사가 아주 어려워졌다, 이런 얘기이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장마당보다 다만 몇 푼이라도 값이 눅으니 사람들이 장마당을 잘 찾지 않게 된다는 거죠. 그러다나니 쌀값은 안정됐다고 하지만 장마당을 이용해 때대끼(한끼벌이)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겁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생계가 어려워진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는 거죠. 주민들의 생계는 북한의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인 범위에서 꼭 같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오중석: 장마당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혁 조치들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철저한 부적용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이 있습니다. 올해 2월 10일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결정서'를 채택하지 않았습니까?
그 '결정서'에는 사법기관들이 법질서를 철저히 확립할 데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사법기관들이 정치국회의 '결정서' 관철을 위한 법질서 확립이라는 구실아래 통제의 강도를 높게 벌리면서 주민들로 부터 우려와 빈축을 사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최대의 명절로 즐기자고 떠들면서도 한쪽으로는 주민통제를 강화해 명절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 주장인데요. 일각에서는 북한이 사법기관들을 동원해 고의적으로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북한당국이 사법기관들을 동원해 일부러 주민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무엇 때문에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지 알려진 게 있나요?
문성휘: 네, 우선 국경연선의 경우 텔레비죤(TV) 통로(채널) 검열입니다. 주민들이 몰래 중국 텔레비죤을 시청하는 현상을 막겠다는 건데요. 이밖에 노텔이라든지, 판형 컴퓨터(태블릿), 손전화를 비롯해 불법영상물을 볼 수 있는 일체의 모든 수단들을 모조리 검열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개인들이 돈을 받고 외지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숙박업소들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숙박을 할 거면 당국이 운영하는 여관을 이용하라는 건데 소식통들은 그런 시설들은 위생상태가 너무도 불결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당국이 직접 여관을 운영할 만큼 경제적 여건이 호전됐다는 의미인가요?
문성휘: 사실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북한의 여관들은 난방시설도 없는데다 한방에 12명씩 마구 몰아넣어 잠을 자게끔 한다고 합니다. 또 단순히 잠만 잘 뿐인데 북한 돈 1천원씩 받기 때문에 잠만 자는데 2천원인 개인 숙박소들을 먼저 찾게 된다는 거죠.
북한 당국이 가정세대들을 검열하는 목적은 또 다른데 있습니다. 주민들이 모이면 북한당국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들을 많이 퍼뜨린다는 이유인데요. 사법당국은 3명 이상의 주민이 모여 있을 경우 무슨 목적으로 모였는지를 반드시 따진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을 경우 도박이나 마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 북한 당국이 상시적으로 단속하기 마련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그렇게 단속된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처리되는 겁니까?
문성휘: 북한은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단속한 주민들을 놓고 매주 '주민 폭로회'라는 걸 조직하고 있다고 여러 지역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는데요. '주민 폭로회'는 주로 장마당이나 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오중석: '주민 폭로회'라는 건 처음 듣는 말인데 무엇을 폭로하는 회의인가요?
문성휘: 북한에서 진행되는 '인민재판'이라는 게 있습니다. '인민재판'의 방법은 '주민총회'와 '주민 폭로회'가 있는데요. '주민총회'와 '주민 폭로회'는 형식이 꼭 같지만 구속자들의 범죄 형태와 회의 참가자들의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주민총회'는 일정 지역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고 여기에서는 공개처형도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주민 폭로회'는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또 대부분 '주민 폭로회'는 경범죄자들의 죄를 폭로하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아,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그렇다면 '주민 폭로회' 무대에 올라서는 사람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문성휘: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의 경우 매주 장마당 주변에 있는 '혜산영화관' 마당에서 '주민 폭로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범죄자로 오르는 사람들은 마약, 도박, 밀수, 매음, 불법영상물 관련자들로부터 좀도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경우 매 구역 동사무소들에서 일요일 오전에 '주민 폭로회'가 열리는데 이 회의에 끌려나와 폭로되는 주민들은 모두 '노동단련대' 형에 처해져 북한 전역의 어려운 공사장들에 끌려간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주민 폭로회'를 통해 '노동단련대' 형에 처해진 사람들을 힘든 건설장들에 보내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당국이 일부러 '주민 폭로회'를 조직해 모자라는 건설인력을 보충하고 있다는 비난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오중석: 네, 주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방에선 김일성 주석의 생일분위기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과거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나 있었을 법한 '주민총회'와 '주민 폭로회', 북한에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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