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지식인들과 대학생들 속에서 김일성 주석에 대한 평가가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은 북한의 협동농장들이 분조도급제 실시와 관련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한에서 재평가되는 김일성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4월 15일은 다 아시는 것처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한은 4월 15일을 '태양절'로 정하고 해마다 성대히 경축을 하고 있는데요. 올해도 '태양절'을 맞으며 평양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조직되고 있다, 이런 보도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런데 지방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지방에서는 '태양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지방에서도 '태양절'과 관련해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중앙으로부터 4.15를 맞으며 다양한 문화오락행사, 체육행사들을 조직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4월 15일 하루 동안은 좀 분주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4.15행사를 연례적인 행사로 간주하고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4.15는 비가 내리는데 올해 4.15 역시 밤새 약한 비가 내리고 국경연선 지방들은 날씨가 쌀쌀했다고 합니다.
4.15를 맞으며 4월 13일에는 소학교 이하 어린이들에게 1kg의 간식세트를 선물했다고 하고요. 교원, 의사를 비롯한 사무원(국가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보름 분씩, 일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열흘 분씩 식량공급을 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태양절'과 관련한 행사들로는 4월 14일, 각 도 기념경축보고회와 문헌영화, 그러니까 김일성의 활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주민들이 관람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4월 15일 아침 7시부터는 각 공장기업소, 인민반과 조직별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모자이크 벽화를 찾아가 조의를 표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하고요.
양강도의 경우 여맹원(민주여성동맹)들은 따로 김일성 주석의 활동이 기록돼 있는 양강도 사적관을 참관했다고 합니다. 혜산시 공설운동장에서는 양강도 각 대학들 간의 축구경기를 비롯해 다양한 경기들이 있고 혜산광장에서는 소년단 연합단체 대회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김정숙 예술극장'에서 양강도 예술단과 기동선전대의 축하공연도 있고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옆에서는 김일성와, 김정일화 전시회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평양에서만 다양하게 행사를 하는 게 아니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소식통들은 올해 행사가 특별히 성대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전쟁소동으로 침체되었던 주민들도 행사를 통해 상당히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보내 온 소식이고요.
이렇게 다양한 경축행사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는 김일성 주석에 대한 평가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건 왜 그렇습니까? 그냥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관심이 좀 떨어졌다, 이렇게 봐도 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네, 그런데 북한의 경우 김일성 주석의 시대가 제일 안정적이었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래서 예전까지는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김일성 주석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치를 잘 못해서 나라의 경제를 다 망쳐먹었다, 이런 인식이 강했는데요.
박성우 : 이런 이야기 탈북자들 많이들 하시잖아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의 지식인들이나 대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지금의 북한에 대해 김일성 주석에게 엄연한 책임이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모든 상황을 초래한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이 김일성 주석이다. 이런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현재와 같은 북한이 만들어 진 데는 김일성 주석의 책임이 있다, 왜냐면 김일성이 북한이라는 사회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군요?
문성휘 : 그렇죠. 이와 관련 북한의 소식통들은 이러한 논쟁이 세대교체와 연관이 있다,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 세대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분리시켜 평가하면서 누구는 잘했다, 누구는 잘 못했다, 이런 식이였는데 지금은 북한을 주도하는 중년층들, 청년층들이 김일성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김일성 주석이 후계자 선정을 잘못해서 북한은 지금과 같이 낙후한 국가가 됐다, 북한의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의 평가가 그렇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만합니다. 북한에서 인구구성이 바뀌면서 김일성에 대한 평가도 바뀌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2. 북 협동농장들, 분조도급제를 놓고 혼란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도 지금은 본격적인 농사철이 죠? 북한을 대변하는 총련(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가 얼마 전에 분조도급제, 포전관리제를 시범 도입해 좋은 성과를 거둔 북한의 협동농장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었는데요. 어떻습니까? 시범단계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면 올해는 분조도급제, 포전관리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문성휘 : 아직 거기에 대해서는 소식통들의 대답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분조도급제, 포전관리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도 그와 관련한 지시가 내리지 않아 협동농장들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좀 있다 하시고 제가 먼저 궁금한게 하나 있습니다. '분조도급제'와 '포전관리제'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문성휘 : 그러니까 이게 생산적 자율체계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분조도급제는 기존의 분조들을 가족단위로 잘게 쪼갠다는 건데요. 기존의 20여명, 30명에 달하던 분조를 6명 정도, 그러니까 2~3가족으로 쪼갠다는 거죠.
그리고 국가적으로 매 분조마다 어떤 곡종을 얼마씩 생산하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생산과제를 개인이 아닌 분조단위로 받아낸다는 거죠.
박성우 : 그러니까 농민들의 자율성을 상당히 인정해 준다, 이런 말로 들리는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그리고 '포전책임제'는요. 분조안에서 다시 개별적으로 밭을 쪼개서 관리하도록 하는 체계입니다. 그러니까 가족단위로 분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 개별적으로 포전을 맡겨주면 누가 일을 열심히 하고 누가 게으른지 이렇게 관리감독을 하기 쉽다는 거죠.
박성우 : 가족들도 개별적으로 평가하겠다, 다시 말해서 농사일에 대한 경쟁의욕을 키우겠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다른 특징도 있습니다. 북한의 분조관리제나 포전책임제는 개인들에게 땅을 완전히 나누어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협동농장 간부들에 대한 선택은 노동당이 철저히 행사하면서 일반 농민들에게 협동농장 간부들을 선택할 권한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체계가 언제부터 시행하라는 지시가 아직 안 내렸다고 합니다. 정확한 시행지시가 내려야 분조를 다시 구성하고 땅도 나누겠는데 아직 그와 관련된 지시가 내리지 않아 농민들이 일을 안 한다는 거죠.
일단 지금은 밭갈이 시작이니까 농민들이 사는 마을 주변부터 밭갈이를 시작하고 있는데 그게 자기들의 땅이 될지, 다른 사람들의 땅이 될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영농물자나 농기계들을 어떻게 지원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하고요.
그래서 일단 주민들은 4.15 행사까지 마치면 곧 지시가 내려 올 것이다, 이렇게 추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좀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간을 늦출수록 올해 농사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농사라는 뭐 다 아시겠지만 워낙 때와 철이 있기 때문이겠죠. '분조도급제'와 '포전책임제'가 좋다고 선전만 할게 아니고요. 하루빨리 시행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올해에는 먹는 문제를 북한 스스로 해결하게 될지 이 문제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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