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요란하게 준비한 김일성 생일잔치가 지나친 정치행사로 얼룩져 주민들의 원망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주민들이 자체로 개발한 '청주'가 장마당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북한 당국은 이를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 정치행사로 얼룩진 생일놀이에 주민들 불만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죠. 이번에 99돌인데 재일조선인 총 연합, ‘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생일잔치에 대해 요란하게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습니까? 평양뿐만이 아니고 지방에서도 여러 가지 행사들이 많이 진행되었다면서요?
문성휘 : 네, 북한에 이런 말이 있거든요. ‘제사는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산 자의 허세를 위한 행사다’
박성우 : ‘산자의 허세를 위한 행사다’ 무슨 말인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문성휘 : 정말로 김일성 주석을 추억하고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의도였다면 충분히 공감이 갈만한데 산 자의 허세를 떨치고 그보다는 대외에 과시하려는 성격이 짙어서 보기에도 처량하고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별로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조직된 행사는 없었고요. 미리 ‘행사일정표’를 중앙에서 내려 보내다 나니 어느 지방이라 할 것 없이 판에 박힌 것처럼 꼭 같은 행사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겁니다. 저희들이 북한 내부소식통들을 통해 받은 행사일정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4월 15일 아침 6시를 시작으로 임의의 시간에 기관기업소, 또 인민반 별로 김일성의 동상이나 모자이크 벽화가 있죠? 김일성을 형상한… 여기에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박성우 : 그런데 오전 몇 시 이렇게 정하는게 아니고 임의의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이건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이게 왜냐하면요. 이전에는 꽃바구니 증정행사를 아침 6시부터 9시 사이로 정해놓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아침 7시부터 8시 사이가 제일 적합한 시간이니까 그때에 동상에 몰려들거든요. 시끄러운 꽃바구니 행사를 일찍 끝내고 술마시려가자 거나 아니면 자기 볼 장을 보자는 거죠. 그러다나니 주민들로 하루 종일 흥청거려야 할 김일성 동상주변이 아침시간에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겁니다. 그 시간에는 질서를 잡기가 어렵거든요. 그렇게 불과 한 시간정도입니다. 그 한 시간만 지나면요. 김일성 동상 앞엔 개미새끼도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이런 편향을 없애자고 ‘오전 임의의 시간에 꽃바구니 행사를 조직할 수 있다’라고 정해 놓았는데 역시 올해에도 주민들은 아침에 뚝딱 행사를 마치고 어버이 김일성은 하루 종일 혼자서 우두커니 서서 빈 광장을 지키고 섰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지역별로 사적관 참관을 조직했다는데요.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도사적관을 참관했고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모인 김정숙 사적관 참관을 조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적관 참관도 그래요. 평일에 조용할 때 시간을 내서 기업소별로 참관을 해야 분위기가 서겠는데 이건 평소엔 텅 비어있던 사적관이 김일성의 생일을 맞으며 숱한 사람들로 꼬리를 물고 들락거리니까 거기서 뭘 배우겠습니까? 북한이라는 게 정치행사에 빠지면 ‘반동’으로 몰리지 않습니까? 그러니깐 주민들은 마지못해 그저 따라다니는 거죠. 그게 얼마나 지겹겠습니까?
박성우 : 그렇겠죠.
문성휘 : 이런 행사가 있은 다음 공장별로 체육행사를 또 조직했다고 하는데 저의 소식통이 그러더라고요. “뭔 체육 행사겠냐? 축구를 하자고 해도 축구공도 없어,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기분이 나서 체육행사를 하겠냐?”, 그런데 하라고 했으니 하는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게 북한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식들이 운동회를 하는 학교운동장에 가봐야 한다는 구실로 직장에서는 따로 체육행사를 안 했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녁시간에 시내 광장들에서 군중무도회라는 걸 조직했는데 북한이 요즘 들어 내부적으로 조직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는 증거가 이런 체육행사나 군중무도회에서 잘 드러나거든요.
이전에 80년대 말,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일놀이를 위한 군중무도회를 위해 지역별로 문화회관들에서 각 공장, 기업소 선동원들에게 군중무용 보급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체계가 다 파괴되다보니 군중무도장이 술주정뱅이들의 싸움터로 변하고 있다는 거죠. 춤을 추는 사람이 없대요. 배우지 못했으니깐…
박성우 : 아, 배우지 못했으니까 춤을 추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보니 술을 마시고 싸움판이 되고 있다.
문성휘 : 네, 내년이면 ‘강성대국 완성의 해’라고 떠드는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놀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러한 정치행사에 넌더리를 치는 형국입니다. 북한 주민들치고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주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저 ‘4.15’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주민들의 의식으로는 그게 평범한 휴식 날이죠. 행사에 볶이길 원하지 않거든요.
한마디로 북한 당국이 김일성을 ‘태양’이라고 신격화하고 요란하게 선전을 해 대지만 주민들은 그에 전혀 동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다 이번 4.15처럼 체육이나 군중무도회와 같은 행사도 온통 정치행사로 변질시켜 놨으니까 주민들은 그야 말로 ‘죽을 맛’이죠.
저의 소식통이 “4.15날은 온 종일 행사로 볶이다 나니 16일 날은 하루 종일 낮잠만 자고 17일 날에야 좀 돌아다녔다. 진짜 명절은 15일이 아니라 17일 이었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박성우 : 네, 그나마 이번에 연휴가 있었으니 조금이나마 쉴 수가 있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박성우 : 알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김일성을 ‘태양’에 비유해서 선전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일성은 가난을 대물림한 통치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2. 북한 주민들 ‘청주’에 열광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최근 북한 주민들 속에서 ‘청주’라는 술이 유행하고 있다면서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청주’라는 게 술이라고 할까?… 제가 보건댄 술하고 일반 음료하고 그 중간 사이인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북한 주민들 속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딱히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고요. 이름도 왜 ‘청주’라고 부르는지 그것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청주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요. 그 맛이 맥주 그리고 막걸리의 딱 중간이거든요.
박성우 : 아, 그래요? 한국에서 청주는 쌀로 만든 술인데 북한에서 부르는 청주가 맥주와 막걸리의 중간이다. 이거 한국에서 팔아도 잘 팔릴 것 같은데요?
문성휘 : 네, 제 생각에도 맛도 괜찮고 잘 팔릴 것 같아요. 일단 맥주와 비슷한 탄산음료이고요. 그리고 맥주처럼 시원하거든요. 그런데 막걸리처럼 달작 지근해서 아마 한국의 여성들이 정말 선호할 겁니다. 그런데 막걸리처럼 침전물이 있다거나 뿌연 색깔이 나는 것이 아니고요. 술처럼 맑은데 주정이 14% 정도 됩니다.
박성우 : 아, 그래요? 지금 한국에서도 ‘처음처럼’이나 ‘백세주’ 같은 아주 잘 팔리는 술들을 보면 주정이 15%짜리들이거든요?
문성휘 : 네, 오히려 ‘처음처럼’이나 ‘백세주’처럼 순수한 술이 아니고 맥주 같은 상쾌함, 막걸리 같은 부드러움, 이런 것들이 혼합돼 정말 깔끔한 맛이 나거든요.
박성우 :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주 잘 팔릴 것 같은데 그런데 이 훌륭한 주류를 왜 상품화 하지 못하는 거죠?
문성휘 :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다면 그렇게 묻고 싶습니다. ‘왜 상품화 하지 못하느냐? 그런 걸 상품화하면 인민생활에 보탬도 되고 얼마나 좋냐?’
얼마 전에 북한이 만든 가짜 ‘참이슬’, 일명 ‘대나무 술’이라는 걸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마셔본 미국인 부부의 영상자료가 인터넷에 엄청 돌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거든요. ‘이건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최악의 술이다’ 이런 평가를 내리지 않았습니까?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박성우 : 그러게 말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만들었다는 청주, 이런 걸 제대로 상품화 하고 그 상품화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이것도 북한 당국이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