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언론을 통제하는 북한 사회에서도 한국의 '세월호' 침몰사건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4월 16일에 발생한 사건이죠. 여객선 '세월호'가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중 전라남도 진도군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뜻밖의 사고로 침몰했습니다. 지금 온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의 시선이 '세월호' 구조작업에 집중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북한에도 크게 알려져 있는 상태라면서요?
문성휘: 네, 북한 언론들이 '세월호' 침몰사건을 이미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우선 북한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이틀 후인 18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관련 보도를 했고요. 19일에는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중앙텔레비죤'으로 '세월호' 침몰관련 영상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우선 '세월호'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으로 치면 '연합뉴스'와 비슷한 언론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연합뉴스'와는 달리 '조선중앙통신'은 주민들이 직접 보지는 못합니다. 대신 북한의 언론들에 빠른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조선중앙통신'의 역할인데요.
'우리민족끼리' 역시 대남선전용 인터넷 언론으로 북한주민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조선중앙텔레비죤'만은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유일하게 개방한 텔레비죤(TV) 방송입니다. 때문에 19일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내보낸 '세월호' 관련 영상보도는 많은 북한주민들이 시청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북한주민들은 19일에 '조선중앙텔레비죤'의 보도를 보고나서 이 사건에 대해 많이 알게 됐을 것이다, 이건데요. 19일 보도면 좀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문 기자 말로는 이미 사건 당일에 많은 북한주민들이 "'세월호' 침몰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건 어떻게 가능한 일입니까?
문성휘: 네, 가능합니다. 왜냐면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외부의 텔레비죤(TV)을 볼수 없도록 통로(채널)를 다 고정시켜 놓습니다.
박성우: 네, 그렇다면서요.
문성휘: 그러나 국경연선의 경우 주민들은 중국의 텔레비죤을 볼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통로 고정을 풀어 놓습니다.
박성우: 아, 그러니깐 중국 텔레비죤을 통해서 '세월호' 침몰을 사건 당일에 알게됐다, 이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함경북도 쪽이나 이런덴 '연변 조선족자치주'와 가까이 있어 직접 조선말(한글) 방송으로 텔레비죤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민들이 시시각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뿐이 아닙니다. 한국에 정착해 사는 탈북자들에 따르면 원산, 해주, 사리원, 남포, 평양시와 지어 함흥시의 일부를 비롯해 북한의 중부 지역까지 한국 텔레비죤의 파장이 잡힌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가 심하지만 주민들은 몰래 한국의 텔레비죤을 본다고 해당 지역에서 살던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문 기자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국경연선지역의 주민들은 중국의 텔레비죤을 통해서, 그리고 내륙이나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사는 주민들은 한국의 텔레비죤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번 사건을 접했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이미 많은 북한주민들이 그러한 경로를 통해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들이 알고 있는 소식들이 또 휴대전화나 집전화, 그리고 여행을 하는 주민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확산이 됐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영상을 내보낸 것은 그야말로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주민들의 관심을 폭발시켰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이 밝힌 견해입니다.
박성우: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왜냐면 북한주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접한 초기에는 그저 "한국의 여객선 한척이 침몰됐다" 이런 정도로만 이해를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죤'까지 보도를 하면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되게 되었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젠 많이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 북한주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한데요.
문성휘: 네, 북한주민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같은 민족이 겪는 비극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주민들 모두가 사건이 무난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세월호'의 침몰로 많은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데 큰 관심을 두고 몇 백 척의 군함들과 민간어선, 직승기(헬기)들이 동원돼 실종자 구조에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정과 구조과정을 서로가 전하는 과정에 북한주민들은 외부세계의 소식들을 공유할 수 있는 경로(루트)를 마련했다는 거죠. 주민들은 앞으로 누구를 통해, 또 어떤 수단들을 갖추면 외부의 소식들을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를 이번 사건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외부세계 소식을 접하는 방법을 북한주민들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신 건데 그런 게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주민들이 외부소식을 접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우선 공개적인 수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좀 전에 언급한 것처럼 가정집마다 있는 텔레비죤을 들 수 있는데요. 북한당국이 통로를 고정해 놨다고 하나 기술적인 개조를 통해 몰래 한국과 중국의 텔레비죤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그게 첫 번째이고요.
문성휘: 네, 그다음은 비공개 수단인데요. 여기에는 소형라디오와 판형컴퓨터(태블릿), 그리고 '소형땐스'가 속합니다. '땐스'라는 말은 텔레비죤을 뜻하는 중국어인데요. 현재 북한에선 라디오와 함께 영상물도 시청할 수 있는 '소형땐스'가 중국에서 들어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형땐스'는 크기가 손바닥만 한데 어디서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요. 가격도 중국인민폐 100원(위안) 대로 다른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기기들보다 상당히 눅다(저렴)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자체저장 공간과는 별도로 메모리칩을 장착해 영화나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하고요.
특히 영화나 음악을 자체저장 공간에서 소형 메모리칩으로 복사하는 기능까지 있어 불법영상물 공유가 매우 쉽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소형땐스'는 자체 충전식 배터리가 장착돼 있는데 중국산 충전식 배터리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가정집들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중국산 12V 배터리를 연결하면 며칠 동안은 충분히 영화를 볼 수 있고 음악이나 라디오는 한번 충전해 몇 달 동안도 감상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가격도 싸고 기능도 다양하고, 북한주민들 이런 기기를 많이 쓰겠네요?
문성휘: 네, 지금은 국경연선 단속이 심해 밀수가 어려우니까 이런 기기들이 빨리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형땐스' 말고 소형라디오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당국이 불법영상물 단속을 강화되면서 소형라디오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고요.
이런 기기들이 이번 '세월호' 사건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고 북한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하는데서 상당히 인상적인 기기들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판형컴퓨터와 소형땐스, 소형라디오는 과거의 알판(DVD)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급속히 확산되리라는 것이 소식통들이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한국의 6천825톤급 대형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 정말 가슴 아픈 사고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북한주민들도 생존자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 많으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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