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시예비식량 어떠했기에

전투훈련을 하고 있는 북한 로농적위군 대원들.
전투훈련을 하고 있는 북한 로농적위군 대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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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당국이 '전시동원태세'기간 일부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공급한 전시예비식량을 놓고 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전시예비식량 어떠했기에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도발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놓고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도발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여기에 대해 북한 내부주민들의 견해가 어떤지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이야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도발을 시작한 것이 2월말, 3월 초부터인데요. 핵시험을 강행한 북한에 제재를 가할 데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발의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결의안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고립말살책동이라고 떠들며 전쟁위험수위를 높여왔고요. 초기단계, 그러니까 '전시동원태세'가 발령되었다가 해제된 3월 초부터 3월 21일까지만 해도 북한주민들은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위기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건식(마른음식)으로 한주일분의 식량을 준비 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고요. 일부 민방위군에 무기도 지급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3월 21일, '전시동원태세'가 해제되면서 주민들의 긴장감도 해소되게 되었습니다.

이후 북한당국이 언론을 통해 호전적인 언사를 높여가며 전쟁위험 수위를 계속 이어가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주민들의 불만만 높아질 뿐 전쟁분위기는 도무지 서지 않는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현 상황에선 주민들속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위력을 뽐내기 위해 전쟁위험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 이런 의심이 더 강하다고 하고요. 그러다나니 북한 당국이 아무리 애를 써도 주민들은 전쟁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건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내부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당국이 '전시동원태세'기간에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공급한 '전시예비식량'이 지금에 와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는 건데요.

박성우 : 왜 이게 논란거리가 된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좀 얘기해 주시죠.

문성휘 : 북한주민들은 전쟁위험수위를 계속 높여가는 당국이 정말로 전쟁을 치를만한 '전시예비물자'를 가지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의문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고 주민들을 다그치던 3월 초에 북한당국은 '2호(전시예비식량)창고' 식량을 주민들에게 배급으로 주면서 앞으로 5월까지 이러한 배급을 계속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3월 초에 주면서 5월까지 계속 줄거다, 이렇게 말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러니까 북한주민들은 지금의 긴장상태가 5월까지 계속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처음에 공언했던 바와는 달리 3월 달 한달 분만 식량을 주고 4월 달에 들어서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전인 4월 12일 경부터 보름치의 식량만 공급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속에서는 '2호 창고'가 벌써 바닥이 났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전시예비물자 식량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추측들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더욱이 3월 한 달 동안에 주민들에게 준 식량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는데요. 양강도의 경우 당시 주민들에게 통강냉이와 현미를 배급으로 주었다고 합니다. 통강냉이는 모두 중국산이었고 현미는 일본산이라는 게 북한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박성우 : 생각이라면 이게 완전 사실로 확증된 것은 아니고 추측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되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초기 '2호 창고' 식량을 배급으로 풀 때에는 포장그대로 공장기업소들에 나누어 주어서 '중국산 강냉이다', 이런 게 확인이 됐는데 이후부터는 포장을 다 뜯어서 통강냉이만 실어다 주니까 이게 어디 쌀이다, 이렇게 확인하기가 어렵고요.

대신 배급을 받는 주민들이 눈으로, 또 강냉이를 씹어보면서 '이게 국내산이 아니다. 외국산이다' 이렇게 추측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산이나 외국에서 지원된 강냉이는 북한산과 달라 눈으로 봐도 확인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외국산 강냉이는 북한산 강냉이에 비해 알이 큰 것이 확연히 구분된다고 합니다. 또 날 것으로 씹어보면 외국산 강냉이는 쉽게 부서지는데 비해 북한산은 더 딱딱하고 잘 부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록 알은 작지만 북한산 강냉이가 밥을 해 놓아도 훨씬 고소하고 맛이 난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신토불이', 토종이 좋다는 게 여기서도 통하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다 일부는 현미를 배급으로 주었는데 현미는 과거 2002년경에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지원을 목적으로 일본과 유럽연합에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은 '전시예비물자' 식량이 모두 외국에서 지원으로 들어온 쌀이고 적어도 10년 이상 묵은 쌀이다, 이런 판단을 한다는 거죠. 그나마 5월까지 준다고 해놓고 4월달 배급을 보름치 밖에 못 탔으니 '전시예비물자' 식량이 3개월분도 못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속에서 이런 추측을 하는 것과 동시에 군인들 속에서도 훈련기간 공급된 식량을 놓고 말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 인민무력부는 '전시동원태세'가 발령된 후 갱도생활을 하는 군인들에게 '비상전투식량'을 공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비상전투식량'의 대부분이 '라면'이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라면'을 '속성국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군인들에게 '비상전투식량'으로 보관돼 오던 '라면'을 공급하면서 '속성국수'라는 이름 대신 '기름국수'라고 이름을 바꾸어서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기름국수'라고요? 북한에서 '라면'을 '기름국수'라고도 부르나 보죠?

문성휘 :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속성국수'가 맞는 말이고요. '기름국수'라고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아, 이유가 있겠군요?

문성휘 : 네, '속성국수'를 만들지 못하는 북한이 외국에서 들여왔거나 아니면 국제사회가 지원한 '라면'을 '비상전투식량'으로 저축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불편하니까 기존처럼 '속성국수'라고 부르지 않고 '기름국수'라고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는 거죠. 그리고 그 '기름국수마저 포장을 모두 뜯어서 하나씩 나눠줬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군단에서 훈련이 시작된 첫 이틀 간 '비상전투식량'으로 끼니를 에웠다는 병사의 말을 전하며 "이틀간 여섯 끼 중에 다섯 끼는 '기름국수'를 먹었다. 마른 것을 그대로 먹기도 하고 뜨거운 물을 놓아서 먹었다" 이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끼로 나온 것은 비닐포장을 뜯어서 나누어 준 '말린 쌀밥'이하고 하는데요. '말린 쌀밥'이라는 건 일단 밥을 말려서 물을 부으면 그대로 밥처럼 먹을 수 있는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린 쌀밥'과 함께 준 조미료가 중국산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군인들의 '비상전투식량' 역시 모두 외국에서 들여 온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모두 포장을 뜯어서 주다나니 이게 언제 생산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래서 포장을 뜯었을 수도 있겠군요. 포장 그대로 주면 날짜가 지났다는 것이 들통 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문성휘 : 네,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다 포장 그대로 주면 한국에서 생산된 것인지, 중국에서 생산된 것인지 확인이 가능하니까 그런 걸 확인하지 못하도록 포장을 일일이 뜯어서 병사들에게 나눠 준 것이라고 판단을 해 봅니다.

당장 전쟁을 한다는 북한이 군인들의 '비상전투식량'조차도 변변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이고요. 이런 상태에서 계속 전쟁을 떠드는 북한 당국에 대해 주민들은 '도대체 전쟁준비나 돼 있으면서 그러는 거냐?' 이렇게 코웃음을 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네, 코웃음을 치는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