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완: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노재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심각한 생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국경경비대원들이 중국 농촌마을들을 무차별적으로 약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재완: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북한의 국경경비대 대원들이 요새 변방에 있는 중국의 외딴 가옥들과 농촌마을들에 대한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국경경비대원들의 생활이 정말 어려운가 보죠?
문성휘: 네, 국경경비대 군인들에 대한 후방공급은 예전이나 다름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군인들의 생활은 꽤 어려워 졌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해 노동당 행정부장이었던 장성택이 처형된 사건 있지 않습니까?
노재완: 네, 장성택 처형 후 국경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문성휘: 네, 그렇죠. 국경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경비대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접촉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국경경비대 내부에서 민간인들과 병사들이 접촉하지 못록 수시로 인원을 점검하고 사상학습만 시키고 있다는 얘깁니다.
거기다 장성택 처형 후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인민보안부 기동타격대, 국경경비대 기동중대로 중간감시지대를 새로 구축했다는데요. 그렇게 되면서 국경경비대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접촉 자체가 힘들게 됐다는 거죠.
노재완: 그래서 국경경비대원들이 압록강이나 두만강 주변에 있는 중국인들의 외딴 가옥들에 침입해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국경경비대원들이 배가 고파 밥이나 얻어먹으러 중국에 드나들면 사정이 좀 다르겠는데 처음부터 약탈을 목적으로 중국에 드나드는 경비대원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국경경비대원들이 중국에 넘어가는 시간은 대체로 근무를 나간 시간이라고 하는데요. 국경경비대는 2인 1조로 약 2.5리 구간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순찰근무를 서기 때문에 일단 근무를 나가면 경비원들의 위치 파악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틈을 이용해 경비대원들은 근무시간에 완전 무장을 한 채, 은밀히 중국에 넘어가 밥을 얻어먹고 돌아온다고 하는데요. 중국주민들도 국경경비대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니까 밥을 먹여 준다고 합니다. 지어는 술과 식용유까지 챙겨주며 "밥은 얼마든지 먹고 가라, 대신 다른 건 제발 손을 대지 말라" 이렇게 사정을 한다는 겁니다.
노재완: 다른 거라면 대체로 어떤 것들을 의미합니까?
문성휘: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경경비대원들이 중국에서 훔쳐가는 건 대체로 자전거나 오토바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농업용 부림소를 많이 훔쳐간다고 하고요. 요샌 농업용으로 쓰는 경운기, 북한 말로 소형 뜨락또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운기를 많이 훔쳐 간다는 겁니다.
노재완: 군인들이 배불리 먹으면 되었지 부림소나 경운기를 훔쳐다가 어데다 쓴다는 거죠?
문성휘: 부림소는 주로 국경경비대원들이 몰래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솔직히 경비대 중대장이나 소대장들도 고기를 먹기가 어려우니까 대원들이 중국에서 소를 훔쳐 오면 오히려 칭찬을 해주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소형 뜨락또르, 경운기가 있는데 최근 북한에서 경운기는 장사꾼들의 짐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거죠. 경운기는 누구나 운전을 하기 쉬운데다 휘발유보다 값이 눅은(싼) 디젤유를 쓰니까요.
그래서 요즘 북한의 역전들에 가면 여행객들이나 장사꾼들의 짐을 실어주고 돈을 받는 경운기 운전공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의 경우 경운기는 오토바이 보다 더 쉽게 개인들이 소유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오토바이의 경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될 수 있어 북한에서 개인소유의 등록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운기는 속도가 느린데다 농업용 외에도 다목적 운반수단으로 취급돼 등록이 용이하다고 현지의 소식통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재완: 그런데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경경비대원들이 주민들과 만나기도 어렵다면서 훔친 경운기는 어떻게 판다는 거죠?
문성휘: 국경경비대원들의 경우 경운기를 가져다 보안부 기동타격대나 기동중대 대원들, 그러니까 국경경비대와 주민들 사이를 가로 막는 중간지대 감시성원들에게 판다는 얘깁니다. 국경경비대원들은 그런 감시성원들에게 경운기 한 대에 정도에 따라 중국인민폐 4백원(위안)부터 6백원을 주고 팔아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중간 감시성원들은 또 주민들에게 중국인민폐 4백원부터 6백원 정도를 붙여 되판다는 거죠.
노재완: 그 정도라면 주민들과 국경경비대 사이에 중간감시선을 따로 만들었다고 해도 전혀 효과가 없지 않나요?
문성휘: 물론 그렇죠. 그래서 북한 주민들과 국경경비대원들은 "괜히 쓸데없는 감시인원만 잔뜩 늘여 놓았다"며 당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노재완: 문 기자께선 지금까지 국경경비대원들의 어려운 생활실태, 그로 인해 국경경비대원들이 중국인들의 마을에서 약탈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실제로 그러한 약탈이 일어난 사례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제가 파악하고 있는 사건들이 여러 건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그나마 밀수를 좀 한다는 건 인구가 적고 감시가 어려운 양강도 보천군과 삼지연군, 대홍단군, 함경북도 연사군 쪽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연사군 림강리에서는 올해 1월 말, 부대를 탈출한 국경경비대원 한명이 중국의 한 독립가옥에 들어가 도끼로 주인 부부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다가 갑자기 변을 당한 주인 부부는 옷도 못 입은 채로 도망쳐 중국 변방대에 알렸다고 하는데요.
해당 대원은 다음날 아침 가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연동굴에서 술에 취한 채 발견됐고 중국 변방대에 의해 다시 북한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가하면 3월 20일 경에는 양강도 대홍단군 5호발전소에서 3명의 무장한 국경경비대원들이 중국 화룡시 진양촌 주변 마을에 침입해 주민들이 기르던 소 2마리를 훔쳐 가다가 들킨 적도 있습니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포위되자 소를 버리고 도망가려 했다만 두 명의 병사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붙잡혀 무장을 한 채 주변 변방대에 끌려갔다고 하는데요.
중국의 해당 변방대에는 인원이 6명인데다 나이도 20살 정도의 어린 군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중국 변방대 군인들을 향해 북한의 무장한 국경경비대원들 한 개 소대가 들어가 체포된 군인들을 내 놓으라고 협박을 했다는 거죠.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사건은 중국 연변자치주 화룡시에 있는 공안당국에 직접 전화로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룡시 공안당국도 해당 변방대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자칫 큰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어 잡혀있는 병사들을 빨리 풀어주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이 사건은 북한에도 그래, 중국 화룡시 국경연선 마을들엔 아주 잘 알려진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노재완: 그렇다면 문 기자, 중국 당국은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의 약탈행위를 지켜만 보고 있다는 건가요?
문성휘: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은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약탈행위가 심화되고 변방대 인원만 가지고는 이들의 약탈을 막아낼 수 없게 되자 료녕성 심양군구에 있는 일부 현역 군인들을 북-중 간 국경경비에 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역시 국경경비를 강화했다는 건데 그런데도 북한 국경경비대의 약탈이 끊이질 않아 자칫 북-중간 무력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우려했습니다.
노재완: 무슨 얘긴지 잘 알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북한의 군인들이라는 게 마치 옛날의 마적 떼와 다른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군인들이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건지, 북한당국의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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