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학생 네트워크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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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북한의 대학과 대학들 사이에도 학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다시 말해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북한 내 대학생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문 기자가 북한 내부소식을 전하면서 가끔씩 대학생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인용하지 않습니까? 지어는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나온 얘기다, 이런 식으로도 인용하고 있는데요. 궁금한게 하나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취재가 이루어 집니까?

문성휘 : 아, 그게 지방에 있는 대학생 소식통들이 평양에 있는 대학,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중앙대학이라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짚는다면 '김일성종합대학'이라든지, '김책공업종합대학', '김형직 사범대학', '평양건설건재대학' 이런 대학들을 꼽을 수 있는데요.

박성우 : 그러니까 북한에서 좋은 대학들 이야기 하는 거죠?

문성휘 : 네, 이런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과 지방에 있는 대학 학생들이 집전화나 전자우편(이메일)을 통해 서로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집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북한에도 한국대학생들이 인터네트를 통해 소통하는 것과 비슷한 네트워크가 있다는 이야기이죠?

문성휘 : 네, 북한에도 그러한 대학생네트워크가 분명히 있다고 합니다. 북한 역시 컴퓨터관련 용어로 '네트워크'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하고요.

다만 한국의 대학생네트워크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터네트 '통신망'으로 연결된 대학생들의 소통공간이지만 북한대학생들의 네트워크는 평양시내에 있는 공공전화나 집전화로 연결되는 중앙과 지방 대학생들 간의 소통공간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전화기로 소통을 한다는 거군요?

문성휘 : 북한의 대학생들도 자체 컴퓨터 운영체제인 '광명'망을 통한 전자우편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전자우편은 당국의 감시로 하여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신 중앙과 지방의 대학생들 간에 간단한 안부를 전하고 구하기 어려운 물품의 가격을 알아보는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 속에서 전자우편은 연애를 하는데 많이 이용된다고 합니다.

박성우 : 전자우편을 가지고 연애를 한다고요?

문성휘 : 네, 전자우편을 통한 연애를 북한의 대학생들은 '얼굴 없는 연애',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아, 모르는 상대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연애를 한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얼굴도 모르고 상대가 자신을 속이는지도 모르고 순전히 흥미본위로 연애를 한다는 거죠.

박성우 : 북한은 이메일을 전자우편이라고 하는데요. 한국도 예전엔 마찬가지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컴퓨터가 대거 주민들속에 보급이 됐죠. 그때엔 이메일, 전자우편으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그 시절엔 한국도 그랬겠죠. 북한의 지방대학들에서는 평양과 연계된 대학생 네트워크를 흔히 '평양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지방대학생들 속에서는 "야, 너 평양 선이 있어? 내가 평양 선을 통해서 들은 얘기인데…" 이런 식으로 말들을 한다고 해요.

이러한 '평양선'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주축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의 소통공간인 '평양선'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 무슨 계기가 있었을 게 아닙니까?

문성휘 : 네, 재미있는 계기가 있는데요. 사실 이러한 북한의 대학생 네트워크, 한마디로 '평양선'이 자연적으로 생겨나게 된 원인은 2005년경부터 북한대학생들 속에서 디지털 카메라, 한국말로 '디카'가 유행되기 시작하면서라고 합니다.

박성우 : '디카', 한국에선 필수품으로 여겨지는데요. 이게 대학생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은 지금도 북-중 세관들을 통해 공식적으로 DVD(비디오)나 디지털 카메라를 반입할 수 없습니다. 엄격한 금지품목이라고 하고요. 지금은 밀수를 통해 이러한 DVD나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들어오지만 2005년도 경만 하여도 디지털 카메라는 세관을 무사통과할 수 있는 고위간부들이나 가지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국으로 드나들며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 오는 간부들의 자식들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많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해요.

박성우 : 그렇군요. '김일성종합대학'이 아무래도 북한 최고의 대학이니 그렇겠죠.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당시 디지털 카메라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먼저 유행했고요. 지방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그런 힘 있는 간부의 자식들로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구매했다고 합니다.

당시 힘 있는 간부의 자식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장사도 많이 했는데 지방출신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자신들의 친구나 알고 있는 지방대학생들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를 사려는 사람들을 물색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이 북한에서 디지털 카메라 유행의 첫 문을 열었다는 거고요. 북한최초로 확산된 mp3나 mp4와 같은 디지털 기기들도 역시 '김일성 종합대학'이 근원지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와 같이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요구하는 지방대학생들을 위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공공전화나 집전화를 이용한 거래공간이 형성되었다고 하고요.

이러한 거래공간, 그러니까 '평양선'이 나중에는 평양과 지방을 잇는 대학생들만의 소통공간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 대학생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처음에는 거래를 하기 위해서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러한 거래공간이 소통공간으로 발전했다, 지금도 소통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네, 지금은 거래공간과 소통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 맡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같은 때도 중고노트북이 아닌 최신형 노트북을 장마당보다 값이 눅게(싸게) 사려면 이러한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는 거지요.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대북제재 결의내용이나 김정은 정권의 전쟁소동을 비롯해 예민한 정치문제도 빠르게 내용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생 네트워크의 단적인 실례가 있는데요. 2010년 9월, 44년만에 노동당대표자회가 열렸는데 당시 대학생 네트워크를 통해 당대표자회가 오전 중에, 그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때문에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이 회의 전에 벌써 소문으로 다 돌았습니다.

국경연선에 있는 지방 대학생소식통들을 통해 당시 그러한 내용이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도 전해진 바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럼 '평양선'만 통하면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 심지어 평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낱낱이 다 알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겁니까?

문성휘 :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평양선'은 소통의 공간으로 사실이 많이 부풀려지는데다 대학생 자신들만의 견해나 억측까지 덧씌워지면서 함부로 인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박성우 : 아, 자기 생각이 더해져 전달이 된다. 그런 문제점도 있겠군요.

문성휘 : 네, 최근 김정은 정권의 지나친 군사적 대치상태와 관련해서도 '평양선'으로는 "이 모든 막후에 장성택이 있다, 실제로 여기까지 정세를 이끌어 온 건 장성택이다" 이런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가 쏟아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박성우 : 어떤 개인적인 판단이 사실인양 부풀려지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대학생들의 동향, 그들의 의식관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할 수 있으나 정확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나 특히 확인 가능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만 합니다. 아직은 완전한 형태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기들만의 소통공간이 있다, 이 점은 상당히 이채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