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건설현장에서 조감도 모두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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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지속되는 생활고로 인해 북한 내부의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북한당국이 노동당창건 70돌까지 완성해 내겠다고 공언한 살림집 건설 현장에 설치되어 있는 '전망도(조감도)'를 최근 모두 떼어 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최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국회정보위를 통해 "올해 들어서만 김정은 정권이 고위급 간부 15명을 처형했다"고 밝혔습니다. 간부층에 대한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주민들의 생활상은 어떤지 궁급합니다.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김정은 체제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라는 한마디로 말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에서 지속되고 있는 식량파동을 놓고 봐도 그런데요. 지난해 가뭄을 겪으며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북한의 쌀 장사꾼들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그건 왜 그런가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 제일 잘되는 장사가 쌀장사라고 하던데요.

문성휘: 네, 정상적인 경우라면 쌀 장사꾼들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북한의 농사는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가뭄으로 인해 올해 쌀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유언비어도 크게 번졌었고요.

농사가 제대로 안됐다는 소식에 쌀 장사꾼들은 저마다 가을철에 비싼 쌀을 마구 사들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쌀값이 제일 폭등하는 시기인 3월에 북한 장마당들에서 일제히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3월 중순경에 이미 북한 장마당에서 입쌀의 값은 kg당 중국인민폐 3원20전, 북한 돈 4천원으로 내렸는데요. 지난해 가을 북한의 쌀 장사꾼들은 쌀값이 오를 경우를 대비해 최하 중국인민폐 4원, 북한 돈 5천2백원에 쌀을 대량으로 사들여 보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중석: 지난해 가을에 북한 돈 5천2백원으로 넘겨받은 쌀이 올해 3월에는 북한 돈으로 4천원까지 내려갔다면 쌀 장사꾼들이 kg 당 북한 돈으로 1천2백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식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나니 쌀 장사꾼들이 미처 이런 사태에 대처할 여유가 없었다는 건데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북한에는 "러시아가 50만톤의 식량을 원조한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확산돼 쌀값 하락을 부추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4월 15일을 전환점으로 kg 당 중국인민폐 3원 20전이던 쌀값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5월 4일 양강도 혜산장마당에서의 쌀값은 4원70전으로 폭등했다고 합니다. 이게 북한 돈으로는 kg 당 6천2백원이라는 얘기인데요.

반면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강냉이의 경우 입쌀과 함께 kg 당 북한 돈 2천원까지 올랐다가 5월 4일 북한 돈 1천5백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식량가격이 오르자 장마당에 강냉이가 몰리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소식통들은 실상을 설명했습니다.

강냉이 가격이 하락한 이면에는 최근 북한이 간부들에게 입쌀이 아닌 강냉이를 배급으로 준 원인도 있다고 합니다. 생활이 넉넉한 간부들은 배급으로 탄 강냉이를 장마당 장사꾼들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거죠.

현재 배급을 받고 있는 주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량사정을 미리 전망할 방법이 없으니 쌀을 사놓아야 될지 그냥 배급을 믿고 있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는 겁니다.

오중석: 그래도 아직 끼니를 건너뛰거나 아사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보아도 되는 건가요?

문성휘: 네, 물론 아사자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끼니를 건너는 가정들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정도 김정은 시대의 어려운 한 단면인데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장마당을 한 번도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다 장사를 하도록 허용을 하니 오히려 되는 장사가 하나도 없다는 거죠. 거기다 지금이 한창 농사철인데도 가뭄으로 인해 수력발전소들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열차운행마저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열차도 제대로 안 뛰니 돈 많은 장사꾼들은 운임비를 주고 자동차를 대여해 통이 크게 장사를 하는 반면 때대끼(하루벌이) 장사로 사는 사람들은 점점 생활이 쪼들려 끼니도 건너뛰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중석: 한마디로 끼니를 건너뛰는 가정들이 있을 만큼 북한에서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이군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김정은 정권이 장마당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뙈기밭을 이용한 북한 개인들의 식량생산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장사를 독점하면서 그 틈에서 소규모 장사꾼들은 모두 밀려났다는 거죠.

밀려난 중소계층은 어쩔 수 없이 뙈기밭 농사에 의지하게 됐는데 이게 개인들의 식량생산을 늘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아직 뙈기밭도 없고 이렇다 할 장사도 없는 사람들은 끼니를 많이 건너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매주 지역별로 '주민폭로회'라는 열고 있어 사회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하다고 합니다.

오중석: '주민폭로회'라는 게 얼마 전 문 기자가 이 시간에서 언급한 '인민재판'을 말하는 거죠? 잘못을 범한 사람들을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망신을 주고, 처벌하는 형식의 재판을 '주민폭로회'라고 한다면서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식량수급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극심한 빈부격차, 매관매직과 뇌물행위로 사회가 병들고 있는데 '주민폭로회'와 같은 공포정치로 주민들의 동요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 지금 북한의 현실에 대한 소식통들의 진단입니다.

그런데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북한 당국이 처한 상황도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식량 재고가 바닥을 치면서 북한 당국은 식량배급 대상을 점점 줄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북한이 올해 노동당창건 70돌을 경축하기 위해 도시마다 살림집과 공공건물 건설을 요란하게 벌려 놓았는데요.

이런 건설장들에서 최근 들어 '전망도'가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망도'는 한국에서 '조감도'를 뜻하는 말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의 현실이 점점 어두운 쪽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 같군요. 그런데 살림집이나 공공건물을 짓는 건설 현장들에서 '전망도'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요?

문성휘: 건설장들에서 '전망도'를 떼어내라는 지시는 북한 내각에서 각 도당, 도 인민위원회 비서급 간부들에게 비밀리에 내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시를 내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소식통들은 자재와 노력부족, 자금난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건설을 축소해서 일찍 마무리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노동당창건 70돌까지 계획했던 건설을 완성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아예 건설규모를 대폭 줄여 조기에 끝내버린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예컨대 함경북도 청진시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배경으로 도로 양쪽에 12층짜리 백화점과 아파트 수십 동을 건설하고 있는데요. 이미 건설을 시작할 때 내 건 '전망도'는 아파트의 모양새나 층수도 정확히 나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거나 건설자재가 모자랄 경우 12층짜리 건물을 7층이나 5층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주민들을 속여 넘기면서 건설을 완공했다고 어물쩍 넘겨버릴 속셈이 아니냐고 소식통들은 추측했습니다. 또 이런 현상은 북한의 전반적인 건설현장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식량난도 그렇고 북한 내부 분위기도 침체돼 있는데 노동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겠다고 큰소리치던 건설마저 부실하게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