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이른바 ‘2호 창고’에 비축한 전시예비물자 식량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면서 북한의 장마당이 큰 불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의 군인들이 담배공급을 받지 못해 길거리에서 꽁초를 줍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1. 소식통들, 장마당 불황은 식량공급 때문.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당국이 ‘2호 창고’에 비축했던 전시예비용 식량을 주민들에게 배급하고 있다, 이런 언론보도들이 최근에 가끔씩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렇게 전시예비용 식량까지 털어서 배급으로 준다는 거, 현재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반응이 어떤지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이미 보도를 했듯이 북한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2호 창고’에 보관되었던 전시예비용 식량을 주민들에게 배급으로 주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이러한 배급이 6월까지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한 달분 식량 전량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공무원, 북한말로 사무원이죠.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름치씩 공급하고 일반 주민들에 대해서는 열흘 분씩만 공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차등을 주는군요. 일반주민들에 대해선 열흘 분이다, 이렇게 해도 전시물자를 나누어 준다는 거 이건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하기 좀 어려웠던 일 아닌가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17년 동안 거의 매일이다시피 인민들의 식의주문제를 떠들었어도 결국 주민들에게 몇 달 간의 배급조차도 풀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박성우 : 그렇습니다. 김정일이 17년 동안 하지 못 한 일을 아들인 김정은이 집권 1년 만에 사실상 해냈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데요. 그러면 주민들은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문성휘 : 네, 단순히 배급을 받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보다 훨씬 낫다는 칭찬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이런 문제를 대하는 간부들이나 지식인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성우 :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문성휘 : 우선 지방간부들 속에서는 ‘2호 창고’에 있는 전시예비식량을 배급으로 주는데 대해 “아버지가 힘들게 쌓아놓은 곡간을 아들이 한순간에 다 털어 낸다” 이런 비난이 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어 군 간부들조차도 ‘2호 창고’가 텅 비게 될 경우 예측 못할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를 놓고 불만이 높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그런가하면 지식인들은 얼마간의 식량공급이라도 이루어지는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최근 장마당이 얼어붙은 원인이 쌀값 하락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래요? 식량이 풀리니 쌀값이 하락한다, 이건 이해가 되고요. 그런데 쌀값이 하락하면 남는 돈으로 다른 걸 사먹을 게 아닙니까? 그럼 장마당이 더 활성화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아, 여기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면 식량이라고 하면 곧 쌀입니다. 또 그리고 쌀이라고 하는 의미는 북한에서 단순히 남한의 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박성우 : 옥수수까지 합치는 거죠?
문성휘 : 네, 강냉이에 조라든지, 수수, 이런 먹을 수 있는 식량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식량의 매출이 전체 장마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식량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식량판매를 통해서 흐르던 돈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다는 거죠.
박성우 : 아,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빨리 회전이 돼야 하는데 식량판매가 저조해 지면서 돈이 빨리 회전을 못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기존에 6천 2백 원까지 올랐던 쌀값이 배급을 준 후로부터는 5천 5백원 정도로 하락을 했고요. 쌀을 사먹는 사람들도 상당히 줄면서 장마당에서 장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이런 아우성이 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꼭 쌀만 있으면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장마당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더욱이 이러한 불편은 중산층, 그러니까 북한의 중간급 간부들이나 돈 꽤나 있다는 사람들일수록 더 높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편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또 다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학생들이나 지식인들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이게 식량공급을 해도 문제가 되고 안 해도 문제가 된다, 이런 말이 되는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식량뿐만 아니라 공업품(생필품)을 비롯해 ‘식의주’ 문제 전반이 균형적으로 해결돼야 하겠는데 그렇지 못하다나니 식량공급이 오히려 또 다른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저는 이런 걱정도 됩니다. 북한의 지도부가 ‘2호 창고’의 식량을 다 털어먹고 나면 해마다 겪게 되는 큰물피해와 같은 자연재해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이것도 우려가 됩니다.
2. 북한군인들, 담배공급 안 돼 꽁초주이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해보죠. 북한의 군인들이 담배공급을 받지 못해서 길거리에서 꽁초를 줍고 있다,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이런 이야기 해주었는데요. 최근 북한의 담배생산량이나 종류, 이게 크게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군인들에게는 담배공급이 잘 안 되는 거죠?
문성휘 : 네, 북한의 하급군관(장교)들이나 일반군인들에게 공급되는 담배는 두 가지라고 합니다. 하급군관들에게는 ‘붉은별’, 그리고 일반 군인들에게는 ‘백승’이라는 담배인데요. 이들 담배들은 모두 회령담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담배공급량은 군부대 직급에 따라 다른데요. 일반 병사들은 한달에 ‘백승’ 10곽, 분대장들에 한해서는 ‘백승’ 15곽이고 중대장, 소대장들에게는 ‘붉은별’ 20곽씩 공급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급수가 높아질수록 담배를 많이 피우는 모양이죠?
문성휘 :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외화벌이를 하는 기관들과는 달리 군인들의 담배를 생산하는 ‘회령담배공장’엔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담배생산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생산되어 군인들에게 공급되는 담배는 중간에서 모두 빼돌려져 장마당에서 팔린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들에서 군관용으로 생산된 ‘붉은별’은 한곽에 북한 돈 천원, 그리고 ‘백승’은 한곽에 북한 돈 600원을 하는데 담배종류에선 가장 값이 눅(싸)다고 합니다. 비록 값은 비싸지 않지만 군인한명에게 공급되는 ‘백승’담배 열곽만 떼어먹어도 5천원이라는 돈을 손에 쥘 수 있고요. 한 개 소대에 공급되는 담배를 모두 떼어먹을 경우 그 돈이 적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현재 북한의 일반보병부대들은 소대장들조차도 담배공급을 못 받고 있는 상태라고 하고요. 소대장들은 휴가를 받거나 기타 일로 하여 외부에 나갔다 들어오는 대원들을 통해 담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또 분대장들과 하사관(상급군인)들의 경우는 더욱 한심하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담배를 구할 길이 없으니 대원들을 시켜 장마당 주변이라든지 공공장소들에서 담배꽁초를 주어오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병사들 역시 담배꽁초를 주어서 피워야 하는데 얼마전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담장을 넘어 양강도당위원회 건물에 침입하던 한 군인이 건물을 지키던 보안원들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사결과 주변 8총국 군인인 이 병사는 담배꽁초를 줍기 위해 도당 건물에 침입했다고 하는데요. 도당이나 시당과 같이 간부들이 많은 건물에는 비교적 피울만한 담배꽁초가 많아서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꽁초나마 좀 길거나 고급이거나 그렇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분대장이나 하사관들은 이렇게 대원들이 주어 온 담배꽁초들을 털어서 다시 신문종이에 말아서 피운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 북한군 병사들 속에서 “내가 피우는 꽁초는 장마당 꽁초, 분대장 동지가 피우는 꽁초는 변소간 꽁초”라는 이런 노래까지 널리 퍼져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변소간에서 주어왔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분대장이나 하사관들이 하도 담배꽁초를 주어오라고 하니 병사들은 일부러 변소간에서 주민들이 피우다 버린 꽁초들을 주어다 바친다는 것이죠.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담배꽁초에 대한 노래까지 있을 정도면 얼마나 공급 상황이 좋지 않은지 짐작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