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온갖 통제와 시달림에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김정일 시대가 훨씬 나았다'는 식으로 현 김정은 체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 회령 돼지목장에서 매일 어른 배급량의 두 배 가량의 통 강냉이를 사료로 쓰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 북 주민들, ‘김정일 시대가 훨씬 나았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김정은 정권이 출발한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고모부인 장성택이 실제 권력자다, 또는 김정은이 군부를 아직까지 장악하지 못했다. 이런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지 않습니까? 김정은의 권력승계과정을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을 앞두고 진행된 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박성우 :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문성휘 :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주민들도 그래, 지식인들이나 중간 급 간부들이 하는 말이 모두 일치한데요. 한마디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에게서 제일 중요한 것이 첫 인상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행동하나, 말 한마디까지도 김일성 주석을 흉내 내면서 인상관리에 세심한 관심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얻는 데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소식통들에 따르면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나서 후계자 김정은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몹시 높았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이고 외국에 유학까지 했다고 하니까 개혁개방을 할 것이다. 앞으로 개혁개방이 있을 것이고 또 우리도 중국 못지않게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는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에 대해 북한의 한 소식통이 뭐라고 했냐 하면요. “둘째 며느리를 맞아봐야 첫 며느리의 정을 안다” 이런 북한 속담을 얘기했습니다.
박성우 : 아, 이런 뜻입니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김정은의 정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보다 더 못한 것 같다. 이런 뜻이죠?
문성휘 : 네, 그렇죠. 북한 내부소식통들이 전하는 김정은 통치 넉 달은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한국사회에도 많이 알려졌지만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김정은 폭력정치가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박성우 : 폭력정치요?
문성휘 : 네, 주민들은 지역별로 마련된 조문장에 하루 두 번씩 강제로 동원돼 추모모임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김 위원장의 장례가 끝나고 2012년을 맞은 주민들은 ‘새해 첫 전투’에 동원돼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까지 주변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실어 날라야 했고요.
물론 이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부터 계속 해 오던 일이지만 올해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김 위원장 유훈관철’이라는 구실로 거름생산과제를 예년의 두 배나 높게 잡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70돌 생일인 2월 16일을 앞두고는 노래모임과 이야기 모임을 비롯해 주민들이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각종 행사에 동원돼야 했고요. 행사가 끝나고 나서는 새로운 지도자인 김정은 위대성 학습으로 밤낮이 따로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3월 5일이죠? 인천의 모 부대에서 김정일 부자를 비난하는 구호와 사진이 게시된 것을 구실로 북한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무차별적인 성전을 선포하는가 하면,
박성우 : 남한을 상대로 그렇게 했죠?
문성휘 : 네, 그렇죠. 또 15만 명의 주민들을 동원해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군민대회를 열고 한국의 지도자들에 대해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을 퍼부었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은 3월 한 달 동안 내내 매일같이 적위대 비상소집, 민방위훈련을 반복하면서 전쟁분위기를 고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4월에 들어서서는 김일성 주석 생일 100돌 행사에 어른들은 물론이고 소학교 학생들까지 모두 동원돼야 했고요.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 행사가 끝난 지금은 잘 알려진 것처럼 또다시 ‘최고사령부 특별행동소조’의 통보라는 것을 언론을 통해 전하면서 남북 간의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매일 같이 적위대 비상소집에 나와야 하고 앞으로 5월 6일 경부터 시작되는 모내기 동원, 이 농촌동원에도 적위대복 차림, 한마디로 군복차림으로 동원한다는 겁니다. 이 기간에 대피훈련이라는 것도 조직해 주민들에게 전쟁열을 고취할 것으로 이미 다 포치가 된 상태이고요.
이렇게 김정은이 최고 통수권자로 등장하고 나서 어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는 겁니다.
박성우 : 농사도 지어야 되고, 군대 훈련도 해야 되고 그렇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은 “오히려 김정일 시대가 더 좋았다”, 그리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둘째 며느리를 맞아 봐야 첫째 며느리 좋은 줄 안다” 이런 말을 서슴없이 주고받는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김정일 살아있을 때 이런 말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고 있다, 또 해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김정일 정권을 비난하는 성명이 나오고 그랬었는데요. 그런 정권이 오히려 더 좋았다라는 것이 요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하니 참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 회령시 주민들, 돼지사료로 강냉이 사용하는 행태에 비난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강냉이를 돼지사료로 이용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 하셨는데요? 북한에서는 강냉이가 부족해서 사람도 잘 먹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습니까?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 네, 회령 돼지목장은 함경북도 회령시 오봉리에 2010년 6월부터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청진시 주둔 9군단 군인들이 동원돼 지난해 국경절인 9월 9일에 준공식을 가졌는데요.
여기에는 후계자 김정은이 보내 준 4마리의 우량종 종자돼지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내 준 700여 마리의 돼지들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 돼지들을 키우는데 드는 사료인데요. 주민들도 먹을 것이 없는데 돼지 사료를 누가 댑니까?
그런데 ‘회령돼지목장’에서 키우는 돼지들은 모두 김정일, 김정은이 보내준 선물돼지들이니까 이 돼지들을 제대로 못 키우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는 거죠.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이 돼지들을 키우기 위해 내각 수매량정성에서 직접 통 강냉이를 사료로 내려 보내는데 처음엔 한 마리당 하루 통 강냉이 800그램씩 책정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돼지들이 많이 컸고 또 하루 800그램만 가지고는 돼지를 키우기 어렵다, 이런 문제가 제기돼서요. 회령시에서 돼지 한 마리 당 강냉이 1.2kg은 있어야 된다. 그렇게 제기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도 그렇게 대줄 량이 없으니까 사료 량을 100그램 더 늘려 900그램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강냉이를 먹이면서 이렇게 꼭 돼지를 길러야 하는 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 북한에서?
문성휘 : 그런 건 없죠. ‘회령돼지 목장’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와 가죽들을 군부대들에 보낸다는 건데 솔직히 인민군대가 지금 돼지고기를 못 먹어 영양실조에 걸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박성우 : 네, 그렇죠. 계산을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700마리의 돼지한테 하루에 900그램씩 사료가 든다고 하셨죠? 하루에 그렇다면 소비되는 강냉이가 630kg이죠? 그리고 북한주민들의 하루 배급량이 450그램이라니까 이걸 나누면 어떻게 됩니까?
문성휘 : 1400명이 되죠.
박성우 : 아, 꽤 되는군요. 그러면 1400명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량을 돼지한테 주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회령시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겁니다. “사람도 못 먹는 강냉이를 돼지에게 먹인다는 것이 말이 되냐?” 이런 반발이죠.
박성우 : 그렇군요. 물론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돼지고기도 있어야 되겠죠. 그렇지만 올해 이렇게 식량난으로 굶어죽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이런 보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먹어야 할 식량을 돼지에게 사료로 주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그리고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참 의문시 되는 상황입니다. 자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