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미사일 시험 발사 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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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러시아의 전승기념 70돌 경축행사와 맞춰 진행된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발사시험에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러시아의 전승기념 70돌 행사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불참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었는데요. 북한주민들은 김정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지의 반응에 대해서 알려진 게 좀 있는지요?

문성휘: 네, 5월 9일 모스크바 크레물리(크렘린) 광장에서 진행된 전승 70돌 기념행사에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당초 러시아 당국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4월 3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가 돌연 기자들 앞에서 이번 행사에 김정은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북한이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이 같은 결정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의 외교담당자들은 이번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한다고 '자신들은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라고 강력히 부인함으로서 러시아 당국을 난감하게 만들었는데요. 북한 주민들속에도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있는가요?

문성휘: 네, 북한 당국은 그러한 내용들을 절대로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급속히 가까워졌던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어떤 이상이 생기지 않았냐 하는 의문은 이미 한 달 전부터 현지 주민들속에서 제기되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이 벌써 한 달 전부터 러시아와의 관계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채고 있었다는 예기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심했다는 거죠?

문성휘: 네, 올해 3월까지 북한 전역에는 러시아산 콩기름이 대량으로 유통됐다고 합니다. 당시 북한에서 콩 기름 가격은 kg 당 중국산은 34.5위안이었고 러시아산은 33.5위안으로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이렇게 값이 낮게 거래된 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러시아에서 무상원조로 보내 준 콩기름을 인민군대와 각 지역 고아원, 중등학원들에 보내주었는데 그게 군인들과 고아원생들에게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모두 장마당에 빼내 팔렸다는 거죠.

오중석: 그러니까 북한의 고위간부들이 러시아산 콩기름을 빼돌려서 돈벌이를 했다는 얘기인가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돈 벌이를 했다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콩기름이 4월 초부터 갑자기 장마당에서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러시아가 식용유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좋지 않게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소문들이 많이 돌았다고 합니다.

오중석: 무상원조라는 게 워낙 량이 제한돼 있는데다 그것이 중단된 것을 두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무슨 이상이 있다고 예상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요?

문성휘: 네, 물론입니다. 하지만 외부와의 모든 정보가 단절된 북한 주민들은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는 거죠.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올해 러시아가 북한에 지원한 밀은 장마당에서 kg 당 북한 돈 2천 5백원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흰 밀이 아니고 검은 밀이라고 합니다. 가루를 내도 검은색이기 돌기 때문에 상업망들에서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은 러시아가 식량원조를 하기로 했을 때 상업망들이나 곡산(穀産)공장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흰 밀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식량원조로 검은 밀을 들여보냈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문 기자도 알고 있겠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검은 빵을 주식으로 먹고 있지 않습니까? 러시아에서는 워낙 검은 밀(통밀)을 많이 심다보니 검은 밀을 보낸 건데 원조를 받는 입장의 북한이 검은 밀, 흰 밀을 탓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다는 거죠. 여기에 북한 주민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들 몇 가지 의혹들을 북한 당국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4월초부터 지금까지 간부들을 통해 러시아에서 앞으로 식량 50만톤, 원유 50만톤을 무상원조로 들어온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네, 그러니까 그냥 유언비어가 아니라 간부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주민들한테 한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당국의 지시 없이 간부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겁니까?

문성휘: 북한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간부들도 상부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소문들을 사실로 알고 퍼뜨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과 원유를 무상으로 제공할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간부들은 이런 분위기로 주민들을 계속 달래고 있다는 거죠.

올해 장마당에서 식량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원인 중의 하나가 앞으로 러시아의 원조로 식량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북한 현지 소식통들마저 앞으로 러시아가 식량을 원조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오중석: 네, 그렇군요.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이나 원유를 무상으로 원조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어디에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식량파동을 달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의 식량원조라는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문성휘: 네, 저도 그렇게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지휘한 미사일 발사시험이 있지 않습니까? 국경연선 지역의 북한주민들은 이를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미사일 시험이 그나마 호의적인 러시아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건데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의 국경연선 주민들은 어떤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몰래 당국이 고정해 놓은 텔레비죤(TV) 통로(채널)를 해체하고 중국 텔레비죤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번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북한의 열병식만 보아왔던 국경연선 주민들은 러시아 전승기념일 열병식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러시아 열병식을 보기 위해 몰래 중국 텔레비죤 방송을 많이 시청했다는 거죠.

문제는 러시아가 전승 70돌 열병식을 하는 시점에 김정은 제1비서가 미사일 발사시험을 직접 지휘했고 북한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는 거죠. 주민들은 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에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이 지금 당장 기댈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뿐인데 어떤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했다는 것으로 북한주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문성휘: 네, 북한 주민들 역시 김정은이 러시아를 위협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국경지역 주민들의 경우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의 전승기념 행사에 맞춰 세계 여러 나라들의 여론을 혼란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겠냐, 이런 의심은 한다는 거죠.

더욱이 북한의 언론들이 5월 9일 러시아 전승기념행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주 언급했던 만큼 간부들도 이번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시험 시점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왜 하필 지금이냐, 북한 간부들이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오중석: 네, 과거에도 북한은 특별한 기념일이나 시점에 맞춰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도발해 왔는데 이번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시험도 그와 비슷한 성격의 도발로 북한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문성휘: 네, 한마디로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악화돼있는 북•중관계도 불안한데 이제 러시아와의 관계마저 뒤틀리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북한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속에서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외부와의 연계가 완전히 막힌 채 고립의 길을 가고 있는 북한당국,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북한주민들의 불안이 어떻게 형성되고 증폭되는지 이해가 됩니다. 러시아의 전승기념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한 북한의 저의는 무엇인지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