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생산계획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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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당국이 지난 3월부터 공장기업소들에 대한 국가생산 계획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새경제관리체계에 돌입했다는 주장이 현지 소식통들로부터 제기됐습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가 당원들과 간부들 속에서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따라 배울 데 대해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북, 국가생산계획 사실상 포기 .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 북한 내각 사무국 김기철 부부장과의 대담을 전했습니다. 작년부터 북한의 일부 공장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 새경제관리체계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이런 내용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그동안 북한에서 새경제관리체계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는데 대해서는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해 적지 않은 언론들에 보도했던 내용이죠. 다만 북한이 새경제관리체계를 모든 공장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날짜가 언제인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요.

실제 북한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새경제관리체계를 전면 시행한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장마당에서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들이 크게 뛰어오르며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았습니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불안감을 어떻게 잠재우면서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하겠는지를 놓고 상당히 고민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이러한 고민을 적잖게 털어내고 올해 3월부터 새경제관리체계를 전면 시행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새경제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걸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건가요?

문성휘 : 그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도 새경제관리체계 시행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올해 2월 말부터 그동안 형식상이나마 각 공장기업소들에 내려 보내던 월별, 분기별 국가생산계획을 일체 내려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실례로 2013년 ‘3월 생산계획’은 그 전달인 2월 25일까지 각 공장기업소들에 내려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지방공장기업소들에 이러한 생산계획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는 거죠.

대신 북한 당국은 2월 말에 각 공장기업소 초급일꾼회의를 열어 자립적인 생산경영으로 공장기업소들마다 스스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릴 데 대해 강조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스스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라는 건 결국 공장기업소들의 자본주의적인 생산경영을 승인했는 건가요?

문성휘 : 네, 북한이 겉으로는 “사회주의 생산체계를 유지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은 사실상 공장기업소들의 독자적인 생산계획 수립, 그러니까 자본주의적 생산경영을 승인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렇다면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요.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 내부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거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합니까?

문성휘 : 그와 관련해 당시 북한 내부에서도 일부 새경제관리체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는 소식들이 나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장마당이 출렁이는 조짐을 보였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2월 28일, 전국에 ‘전시동원태세’를 발령하고 또 이후에 ‘1호전투태세’까지 거론하면서 핵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에 주민들속에서 새경제관리체계라는 의미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러면 북한이 새경제관리체계의 전면적인 시행을 앞두고 정세를 의도적으로 긴장시켰다, 그런 의미인가요?

문성휘 : 개인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내외 정세를 긴장시키면서 새경제관리체계 시행이 사회전반에 주는 충격을 어느 정도 희석시키는데 일조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새경제관리체계가 이미 시행중이라는 건데요. 그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있습니까?

문성휘 : 변화는 없습니다. 과거 2002년에 북한이 ‘7월 1일 경제개선조치’를 전면 시행했을 때와 꼭 같다는 게 소식통들이 강조하는 건데요. 새경제관리체계가 시행됐든 안 됐든 공장기업소들은 지금 생산을 못하고 있는 건 꼭 같다고 합니다.

박성우 : 자립적인 생산경영으로 공장기업소들마다 스스로 운영을 한다면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문성휘 : 네, 과거 2002년 경제개선조치도 그래서 실패한 것이라는 거죠. 공장기업소들에 독자적인 생산권을 주었지만 정작 원료와 전기, 자금, 이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 않으니까 공장기업소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문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도 과거와 같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건가요?

문성휘 : 네, 아직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북한내부 소식통들은 새경제관리체계가 이미 시행됐다며 앞으로 공장기업소들이 생산을 시작해 국정가격이라는 것이 모두 없어지게 되면 궁극적으로 장마당에서 개인들의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을 했습니다. 다만 새경제관리체계가 시행됐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북한이 올해 3월부터 국가생산계획을 내리지 않고 있다, 사실상 새경제관리체계를 시작한 걸로 보인다, 이런 건데요. 아직 당국의 공식적인 확인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노동당 중앙위, 리제강 따라 배우기 지시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해보죠.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 2010년 6월 교통사고로 사망했죠? 그런데 노동당 중앙위가 당원들과 간부들에게 ‘리제강 따라 배우기 운동’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이미 사망한 리제강 제1부부장을 왜 지금에 와서 따라 배우자고 하는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사실상 북한에서 리제강 제1부부장이라고 하면 솔직히 노동당원들도 거의 모릅니다. 북한의 사회특성 상 김일성, 김정일, 이런 인물들을 특별히 내세우지, 리제강 제1부부장, 이런 사람들은 거의나 이름이 없거든요.

그런데 노동당 중앙위가 갑자기 사망한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따라 배우자, 이런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대해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김정은이 리제강을 회고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리제강이 어떤 충신이기에 김정은이 그렇게 회고를 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아직까지 김정은이 어떤 장소에서 왜 리제강의 이름을 거론했는지는 딱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해방 후 수령님(김일성)께서 강재 1만 톤만 있으면 나라가 허리를 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우리 당에 리제강과 같이 충성심이 높은 당원 1만 명만 있으면 나라가 허리를 펴겠다”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리제강은 1973년에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을 거쳐 1982년 10월에 김정일 서기실 서기를 지낸 인물입니다. 2001년 7월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되었고요. 북한에서 보기 드물게 아무런 과오도 없이 일생을 마감한 간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소식통들의 얘기로 미루어 중요 간부회의에서 리제강을 회고했고 그에 따라 노동당 중앙위가 ‘리제강 따라 배우기 운동’을 호소하고 나섰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노동당 중앙위는 리제강 따라 배우기를 위한 선전 자료에서 “리제강은 한 치의 사심이나 의심도 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받들었고 김정일의 지시 관철에서 자그마한 실수나 동요도 없었다” 이런 내용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실제로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리제강에 대해 로봇과 같은 인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리제강이 “맹목적인 충신, 감정이 없는 기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김정은이 이러한 리제강을 회고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가 복잡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박성우 :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맹목적인 충신이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오는데요. 북한의 간부들과 당원들이 모두 리제강 같은 맹목적인 충신이 되기를 김정은 지도부가 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