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놀고먹던 꿀꿀이'라는 북한의 아동영화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놀고먹던 꿀꿀이'는 빨치산 시절 김일성 주석이 아동단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라고 교육했지만 아직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는 정확한 자료는 없습니다.
1980년대까지 '놀고먹던 꿀꿀이'는 북한의 '계급교양' 자료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던 시기부터 '놀고먹던 꿀꿀이'는 더 이상 계급교양의 주제로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북한의 자라나는 새 세대들은 물론 지금한창 사회생활과 군사복무 과정에 있는 북한의 젊은이들은 '놀고먹던 꿀꿀이'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평생 일은 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으로 유명했던 꿀꿀이(돼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먹고 잠만 자고 하다나니 배가 남산만큼 나왔는데 집안의 장독을 넘어뜨리는가 하면 호박을 따 먹겠다고 덤비다 주인집 지붕까지 다 허물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주인이 마을에서 큰 잔치를 차린다는 소리에 꿀꿀이는 또 먹을 것이 차례지게 됐다며 행복한 꿈을 꿉니다. 그런데 주인은 집안에서 기르던 짐승들 중 놀고먹고 아무 쓸모가 없는 꿀꿀이를 잡아 잔치를 베풀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뚝뚝 떨구었지만 꿀꿀이의 운명은 달리 될 수 없었습니다. 네, 김정일 시대도 그랬지만 김정은 시대 역시 다시는 '놀고먹던 꿀꿀이'를 계급교양 자료로 활용할 일은 없을 것 이라 생각하며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명한 속담 중엔 "저 혼자 춤추고 꽹과리를 두드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은 어떻게 돌아가든 저만의 기분에 들떠 소란을 피우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비아냥거리는 속담이라 하겠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북한의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을 노동당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다고 하는데 위원장이면 어떻고 제1위원장이면 뭐가 어떻게 달라진다는 겁니까?
그러나 노동당 7차대회에 초라한 성적을 매기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노동당 7차대회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기는 북한 인민들도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있으니 말입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이미 보도를 했지만 북한은 알려진 대로 15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추대 경축 군중대회를 요란하게 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중대회들에서 '만리마를 탄 속도'라는 새로운 표어도 등장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만리마를 탄 속도'라는 의미에 대해 "이젠 하도 주어다 붙일 구호가 없으니 '만리마'라는 새로운 속도까지 내 놓은 것 같다"며 "천리마면 어떻고 만리마면 달라질 것이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말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속도전'이라는 구호를 내놓은 뒤 속도전에 관련된 수많은 구호들을 만들어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에서 집권한 이후에도 '희천속도', '마식령속도', '새로운 평양속도'를 비롯해 속도전의 구호는 해마다 바뀌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 한번씩 속도전이라는 구호를 외칠 때마다 인민대중의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 역시 외치는 구호의 횟수와 강도만큼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북한) 인민들은 '속도전이 나라를 망쳤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등극한 후 '속도전'이라는 구호를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경제는 비교적 균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선 자강도의 한 소식통도 공감을 표했습니다.
자강도의 소식통은 북한의 경제가 기형화되면서 붕괴로 치닫기 시작한 시기를 1980년대 중반으로 꼽으며 "김정일이 평양시 통일거리를 조성하고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열면서 지나치게 자금을 탕진해 경제가 붕괴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소식통들이 이렇게 '만리마를 탄 속도', '속도전'이라는 말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집권한 후 '마식령 속도'를 외치며 나라의 가는 곳마다 체육관과 롤러스케이트장, 물놀이장을 짓도록 했다"며 "우리 인민들이 체육관이 없고 물놀이장이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평양속도'를 외치며 노동당창건 70돌을 경제적인 성과로 맞자며 인민들을 들볶았지만 눈에 띄게 인민생활이 달라진 건 아무도 없다며 올해 역시 '70일 전투'를 벌렸지만 인민들의 고달픔만 배가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7차 당대회 이후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또다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지 모를 속도전 바람"이라며 "벌써부터 만리마를 탄 속도니, 새로운 속도전이니 하는 구호들이 요란하게 쏟아지고 있어 인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청년동맹 7차대회를 앞두고 '100일 전투'가 있을 것이라는 입소문이 인민들 속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김정은이 아직 젊어서 그런지 인민들의 고달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는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양강도의 경우 이번 노동당 7차대회를 장식할 주요 대상건설과 목표들이 집중되었던 지역이라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와 '백두산관광철도' 공사가 모두 7차 당대회 이전에 완공될 것을 목표로 양강도에서 진행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차당대회를 앞두고 완공됐다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는 김정일 시대 양강도에 건설한 '삼수발전소'처럼 완전히 실패작이라는 사실을 이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노동당 7차대회 이전으로 끝낸다던 '백두산관광철도' 공사는 아직 철길 자갈다지기 작업을 진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청년동맹 7차대회가 있을 8월 달까지 완공할 수 있겠는지도 의문이라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완공하겠다던 이런 굵직한 공사 외에도 각 도소재지들마다 '미래관' 건설과 '율동영과관' 건설, 문화공원 조성사업 등이 여전히 진행중이라 할일이 태산인데 여기에 속도전 바람까지 일면 인민들이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습니다.
이런 내용과 함께 소식통들은 북한에 문화시설이나 공장기업소가 없어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무턱대고 새로운 건설을 벌려놓는 김정은 정권의 무모함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습니다.
'속도전' 식으로 새로운 문화시설이나 살림집, 공장기업소들을 짓는 것보다 이미 지어진 문화시설, 공장기업소들을 효과적으로 가동시켜 생산을 정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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