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경심, 어떻게 영웅 됐나 봤더니…

북한 평양시 인민보안국 교통지휘대 지구대 대원 리경심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고 있다.
북한 평양시 인민보안국 교통지휘대 지구대 대원 리경심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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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20세 초반나이의 리경심이라는 여성이 어떻게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뒷이야기가 북한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언론들이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보위"했다면서 평양시 교통지휘대 지구대 대원 리경심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한 소식을 최근에 연일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그가 어떤 정황에서 어떻게 혁명의 수뇌부를 보위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혹이 많이 일었었는데요. 그런데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이 그와 관련된 사연들을 전해왔다면서요?

문성휘 : 네, 북한 언론매체들이 아리송한 보도를 내놓고 또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그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내놓으면서 좀 혼란이 있었죠. 일부에서는 교통사고로 위장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되었었는데요.

하지만 최근 북한의 간부들과 평양시 주민들을 통해서 리경심에게 공화국 영웅칭호까지 수여된 사연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문성휘 : 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이 여러 경로를 보내 온 내용들을 보면 대체로 이야기가 한 가지로 모아지고 있는데요. 일단은 이번 사건이 김정은에 대한 암살음모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합니다.

리경심이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보위했다는 사건은 올해 3월 초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소식통들이 보내온 내용을 가지고 사건을 다시 유추해보면 이렇습니다. 당시 중앙당 청사로 이어지는 사거리에서 근무를 서던 리경심은 곧 행사 차들이 지나간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물론 주변도로들은 모두 차단된 상태였고요. 그런데 당시 도로주변 거리가 4시간 동안이나 정전상태였다고 합니다. 주변에 정전으로 멈추어 선 궤도전차가 있었다고 하고요.

박성우 : 전기로 가는 차인데 전기가 안 오니까 못 움직이고 있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김정은이 지나가는 지역이나 주변에는 항상 전기를 공급한다는 거죠.

이날도 행사차량이 지나가기 전에 리경심이 근무를 맡고 있던 사거리 주변에 갑자기 전기가 공급되었다고 합니다. 전기가 오면서 주변에 멎어있던 궤도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죠.

바로 그 순간에 김정은이 탄 행사차량들이 궤도전차가 보이지 않는 옆 도로로 달려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자칫 차량들이 서로가 부딪칠 수 있는 그런 위험에 처했다고 합니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은 리경심은 즉시로 궤도전차를 향해 정지신호를 보내며 달렸고 전차가 오는 궤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정지신호를 받은 궤도전차도 급제동을 했는데 궤도 복판에 뛰어든 리경심을 불과 1~2m를 사이에 두고 겨우 멈춰 섰다는 거죠.

무언가 이상 징후를 발견한 김정은의 차량 행렬들은 급가속으로 그 지점을 모두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이후 노동당 행정부와 조직지도부, 그리고 평양시 교통지휘대가 즉시 현장에 나와 사건조사에 착수했다는 거죠.

조사결과 고의로 의심될 만한 상황은 없었고 다만 정전으로 인해 멎어섰던 궤도전차가 전기가 오니 급히 움직였다는 거였습니다. 궤도전차 조종사도 교통지휘대원인 리경심의 신호를 받고 급제동을 했다는 것도 확인이 되었으니 누구를 의심할만한 정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서 김정은이 "그 동무에게 감사하다는 나의 인사를 전하라" 이렇게 간단히 말을 하고 끝을 맺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별다른 일 없이 사건이 마무리 되는 듯 했는데 그로부터 시간이 한달도 더 지났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맞으며 북한의 각 중앙기관들마다 표창과 훈장 추천 사업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표창명단에는 인민보안부가 올린 리경심의 표창추천서도 있었는데 인민보안부는 달리는 궤도전차를 막아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보위했고 높이 추켜세우면서 그 공로로 리경심에게 '김정일 청년영예상'을 수여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추천서를 올렸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일 청년영예상'은 청년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표창입니다. 북한의 최고훈장인 국기훈장 1급과 맞먹는 표창이고요. 그런데 이러한 추천서를 본 김정은이 왜 고작 '청년영예상'이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보다 높은 것으로 다시 추천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 인민보안부가 다시 추천한 것이 공화국 영웅칭호였다고 하고요.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았으니 당연히 화선입당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화선입당'이라는 게 북한에서도 매우 드물다면서요?

문성휘 : 네, 화선입당은 후보당원 기간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당원으로 입당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가끔씩 화선입당이 있었는데 대체로 보면 화재사고로 불길 속에 휩싸인 건물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꺼내온다든지 이런 사람들에게 화선입당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공화국영웅칭호나 노력영웅칭호를 받은 주민들이 아직 노동당에 입당하지 못한 상태일 때에는 자연히 화선입당이 따라 옵니다.

박성우 : 당원이어야 하니까 그런 거겠죠?

문성휘 : 네, 그렇죠. 이번 리경심의 화선입당도 공화국영웅칭호에 따라 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김정은 제1비서가 공화국영웅칭호를 받은 리경심에게 평양시에서 가장 좋은 집을 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던데 이와 관련해서는 더 전해진 이야기가 없는가요?

문성휘 : 네, 더 특별한 것은 없고요. 리경심은 워낙 부모님들과 함께 평양시 만경대구역의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평양시 교통지휘대 현지 지구대까지 출근을 하려면 버스와 지철(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데 거의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고 하고요.

이러한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출근거리가 멀어 힘들겠다고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리경심의 출근환경을 지적하자 그의 지시를 집행하는 간부들이 리경심에게 평양시 만수대구역 창전거리에 새로 지은 집을 배정했다는 거죠.

거기에다 영웅칭호를 받고 지금은 교통지휘대 본부에서 중위에서 갑자기 소좌의 별을 달고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말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속된말로 팔자를 고쳤다는 말, 이럴 때 써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왜 이러한 내용을 지금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이것도 궁금합니다.

문성휘 : 한마디로 그런 얘기를 꺼내자면 북한 당국으로선 창피한 거죠. 희천발전소까지 완공됐다며 평양시 전기문제가 다 풀린 것처럼 떠들었는데 결국 정전 때문에 이러한 사고가 일어났고 잘못하면 이러한 사고로 국가지도자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뻔 했다, 이렇게 설명을 하기엔 너무 망신스러운 거죠.

박성우 : 네, 그렇겠군요. 설명이 없으니까 교통사고로 위장한 김정은의 암살시도다, 이런 말까지 나돌지 않았습니까? 또 이런 추정을 한국 언론들도 보도하기도 했죠. 그런데 과거에도 북한에선 이렇게 의문의 교통사고로 고위간부들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많지 않았던가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6.25 전쟁당시 판문점 북한대표부 대표로 활약했던 남일 장군을 비롯해 군벌주의자로 알려져 숙청당한 김창봉,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서서도 인민무력부장 오진우, 자강도당 책임비서였던 연형묵, 그리고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의문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박성우 : 네, 의문의 교통사고로 고위간부들이 많이 사망한 북한이기 때문에 한국 언론의 관심도 김정은의 암살설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