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최근 양강도에서 연이어 일어난 군인들의 살인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북한 군부의 최고 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리명수 인민보안부장이 현지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당국이 장마당까지 제한해가면서 주민들의 농촌지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협동농장들과 지원자들이 서로 버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 북 당국, 강력범죄 해결위해 양강도에 최룡해, 이명수 파견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서해상에서 나포한 중국어선과 어민들을 지난 21일에 모두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8일에 소속이 확인되지 않은 북한무장고속정 한척이 서해상에서 조업을 하고 있던 중국어선 3척과 배에 타고 있던 어부 29명을 나포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었죠? 자, 이 같은 일이 왜 일어났는지, 북한 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일단 이번 중국어선 나포행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북-중 공동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을 나포한 행위도 불법이지만 중국 당국이 교섭에 나설 때까지 북한 당국자들은 배가 몇 척이나, 어떻게 구속되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더 키우고 있고요. 더욱이 납치범들이 위성전화까지 사용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중국인민폐 270만 위안을 요구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박성우 : 네, 그렇게 보도가 됐었죠.
문성휘 : 네, 명백한 것은 유일관리 체계인 북한에서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어떤 납치행위도 있을 수가 없는데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또 정말 김정은의 지시가 없이 그런 납치행위가 일어났다면 북한 군부 중 일부는 김정은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주는거 아닙니까?
현재 북한 주민들은 이런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사건 말고도 북한 내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건데요. 사태 수습에 나선 북한 당국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북한 내부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습니까?
문성휘 : 이미 탈북자 단체들을 통해 한국의 언론들에도 알려졌지만 인민군 창립절을 하루 앞둔 4월 24일에는 양강도 삼지연군 리명수 노동자구 청봉밀영 보위대 초소에서 총격전이 일어났습니다.
지난해에 인민보안부 초모로 입대한 두 명의 초소원(경찰)이 같은 초소원들끼리의 차별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동보총(소총)으로 다른 초소원들을 모두 사살하고 도주하다 체포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북한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청봉초소에는 모두 11명의 초소원들이 있었는데 사건당일 개인적인 용무로 초소를 떠나있던 두 명의 대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합니다.
또 5월 3일에는 혜산시 보안서 감찰과 책임지도원이 그의 사위인 시 경무부(헌병) 경무관과 함께 혜산시 청년동맹 학생부 교양지도원을 타살한 사건이 일어났고요. 5월 8일경에는 함경북도 청진역 주변과 가까운 포항구역에서 생계를 위해 매춘행위에 나섰던 두 명의 젊은 여성들이 군인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을 더욱 당황케 하는 건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범죄, 살인사건들과 마약범죄의 절반이상에 군인들과 사법기관 간부들이 개입돼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이런 측면이 이번에 중국 어선을 북한이 나포한 사건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최근 양강도 삼지연에서 일어난 총기살인사건만 해도요. 한때 무장한 살인범들이 중국으로 도주했을 것에 대비해 중국 공안 수천명과 인민해방군 부대들까지 동원돼 수색작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러한 사건들 모두가 김정은이 직접 파견한 국방위원회 검열대의 검열 와중에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아, 검열 와중에 일어났다? 오, 그렇군요. 김정일 시대까지만 해도 검열이 나왔다 그러면 거의 모든 범죄행위가 꼬리를 감추었다면서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검열도 아랑곳없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 다급해 난 북한 당국이 연이어 고위 간부들을 사건지역들에 파견하면서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5월 16일에는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 최룡해와 인민보안부장 리명수가 직접 양강도에 파견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군인들이나 사법기관 간부들이 저질렀다는 살인행위, 또 여러 범죄행위가 원한에 의한 것이거나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 낙후한 통치체계에 의한 모순으로부터 야기된 사건들이어서 사태수습을 한다고 해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거죠. 전반적인 통치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삼지연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든지, 시 보안서 간부가 저지른 살인행위와 같은 사건들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뭐 이건 북한만이 아니겠죠. 어느 사회나 부패가 만연하고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국가의 통치구조에 모순이 있다는 뜻이 되겠죠.
2. 지원자들 배급도 못 풀면서 노력공수는 당국이 챙겨
박성우 : 자,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이 봄철 농촌동원 기간을 40일로 정했다. 굉장히 긴 기간이다, 라고 문 기자가 얼마 전에 얘기하셨는데요. 농촌동원 기간이 왜 이렇게 길어진 겁니까?
문성휘 : 네, 그만큼 농사일이 바쁘다, 다급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존에는 봄철 농촌동원이라 하면 보통 열흘, 길어야 보름 정도였습니다.
박성우 : 아, 그런데 지금은 40일이군요?
문성휘 : 네, 올해도 전반적인 봄철 농촌동원 기간을 40일로 정했다고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동원되는 날짜는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성우 : 아, 그럼 많게 40일이 되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실례로 함경북도의 경우 늦서리에 대비해 이제야 한창 감자나 옥수수, 메주콩을 심는다고 하는데요. 아직 모내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계자 김정은이 올해 먹는 문제를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면서 환경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도시 주민들과 대학생들까지 농촌지원에 내몰고 있는 형편인데요. 북한 당국이 농촌지원을 가라고 불같은 독촉을 내리지만 해당 협동농장들이나 지원자들은 서로가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런데 협동농장의 입장에서 보면 은요. 지원을 받는 게 더 좋은 게 아닙니까? 왜 싫다고 하는 거죠?
문성휘 : 우선은 협동농장도 그래, 지원자들도 모두 식량문제에서 걸린다는 겁니다. 협동농장에서는 ‘우린 지원자들을 먹일 식량이 없으니 동원을 오겠으면 자체로 먹을 것을 가지고 오라’ 이런 입장이고요. 지원자들 역시 ‘집에서도 죽물을 우려먹는데 농촌동원에 가지고 갈 식량이 어데 있냐?’ 이렇게 반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협동농장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거죠. 협동농장들이 지원을 받는 거, 이거 공짜가 아닙니다. 매 지원자에 한해서 어른은 하루 1.2공수(10시간 만가동), 고등중학교 학생들의 경우 하루 0.8공수(8시간 노동)라는 노력공수를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합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지원자들이 일한 것만큼 당국이 거두어 간다 이건가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박성우 : 그런데 그렇게 거두어 간 노력공수는 지원자들의 몫이 아닙니까? 그럼 지원자들에겐 어떤 혜택이 있습니까?
문성휘 :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게 1980년대에 만들어 진 법인데 농촌동원기간에 지원자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또 식용유와 반찬거리, 그리고 적당량의 육류 같은 것도 공급하는 것으로 계산해 이렇게 만든 건데요. 지금은 북한 당국이 지원자들에게 아무 것도 공급해 주지 못하니 당연히 이런 법도 폐지돼야 된다는 거죠.
박성우 : 그런데 지원자들에게 공급도 못하면서 노력공수는 북한 당국이 그대로 다 거두어 간다. 이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가을에 군량미까지 거두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데 이렇게 지원자들 때문에 떼이는 노력공수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농사를 못 지으면 못 지었지, 지원자들은 못 받겠다는 것이 협동농장 간부들의 솔직한 심정이죠. 그러니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박성우 : 네, 식량난이 닥치면 먼저 농민들부터 죽어나간다. 이런 말 참 이상하게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다 그럴만한 원인이 있었다. 이렇게 보입니다. 이것 또한 북한의 낙후한 통치구조 때문에 비롯된 모순이 아닌가 싶고요. 북한도 이제는 이런 낙후한 통치 구조를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인민의 이익을 위한 시책들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