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비료 부족과 가뭄에 올해 농사 '암울'

25일 북한 남포에서 한 농부가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보고 있다.
25일 북한 남포에서 한 농부가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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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은 “심각한 비료 난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올해 농사에 대해 비관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요즘 북한 농사철이죠? 식량사정 여전한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어려운가요?

문성휘 : 네, 지금은 일단 산나물도 돋고, 그러니까 대량적인 아사사태까지는 나지 않고 있는데요. 그래도 식량난은 여전합니다. 북한이 ‘강성대국’ 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지금 당장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 못하면 스스로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결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한 여러 외부 언론에 의해 알려진 것처럼 올해 북한의 곡창지대라고 하던 황해남북도에서도 많은 아사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식량난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형편이 아주 침체된 상태입니다.

박성우 : 네, 어떤 예를 들 수 있습니까?

문성휘 : 최근 대북소식통들을 통해 전해진 것처럼 북한당국은 내각 철도성에 올해 6월까지 철도를 정상화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철도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라는 건데요. 이렇게 북한에서 기본 운송수단으로 경제의 동맥이라고 불리는 철도까지 다 멎어선 상황이니까 다른 경제부문은 더 말할 여지도 없습니다.

특히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내년 식량문제도 해결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운송 분야에서도 우선적으로 철도에 전력을 공급해가면서 정상화를 해보고 싶은데 잘 안되고 있다는 말이고요. 자, 그렇다면 요즘이 농사철이기도 하고 궁금한 게 협동농장들에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가, 이게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습니까? 상황이 어떻다고 하나요?

문성휘 : 네, 북한이 불과 2년 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석탄 가스화 공정이 성공해 “비료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이렇게 자랑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이 되는 2012년까지 연간 100만 톤의 비료생산 공정을 갖추게 된다고 선전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흥남비료공장’의 석탄가스화 공정도 완성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존의 생산능력까지 합쳐 ‘흥남비료공장’에서만 130만 톤의 비료를 생산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그럼 ‘남흥청년화학기업소’에서 생산되는 비료 100만 톤에 ‘흥남비료공장’에서 생산되는 비료 130만 톤까지 합치면 비료 230만 톤을 생산한다는 건데 그 정도면 북한의 비료문제는 넉넉히 풀리는 건가요?

문성휘 : 넉넉히 풀린다는 정도가 아니죠. ‘남흥청년화학기업소’에서 생산되는 것은 요소비료입니다. 흥남에서 생산되는 비료는 질소비료이고요.

여기에 북한이 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참석하에 16년만에 ‘순천비날론공장’ 조업식을 가지고 재가동을 선포하지 않았습니까? 또 ‘순천비날론공장’ 카바이드 생산 공정이 완공돼 여기에서도 연간 30만톤 이상의 복합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거기다 각 도마다 건설된 ‘카리비료 공장’들까지 만가동 시키면 여기에서도 카리비료 6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2012년 4월 15일 전으로 비료 320만톤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큰 소릴 친 건데요.

그런데 정작 2012년이 되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까지 지난 지금의 북한 현실이 어떻습니까? 비료 320만톤은 고사하고 아직까지 협동농장들에 비료 1그램도 공급된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무역부문 일꾼들과 외교부문일꾼들까지 총동원돼서 국제사회에 비료를 구걸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박성우 : 자, 그런데 북한이 장담한대로 비료 320만톤까지는 못 나온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그 절반정도, 예를 들면 150~160만톤 이 정도는 나와야 되는 것 아닙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이 숱한 돈을 들여 비료생산 공정들까지 갖추어 놓았는데 지금까지 비료를 전혀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그게 이해가 안 가는 겁니다. 왜 그런거죠?

문성휘 : 네, 그게 바로 북한식 사업방법이라는 건데 아무런 경제적 타산 없이 무턱대고 먼저 공장부터 지어놓고 일판부터 벌려 놓는 그런 습관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남흥청년화학기업소’에서 한해에 요소비료 100만톤을 생산하려면 석탄가스화에 필요한 무연탄이 최소한 천만톤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오, 그래요? 그러면 ‘흥남비료공장’에서 필요한 것까지 다 합치면 북한의 한해 석탄생산량을 초과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그렇죠. 비료생산에만 평균 2천만톤 이상의 석탄이 필요하다는 건데 지금 북한이 석탄수출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북창화력, 평양화력, 청진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지금까지 북한의 주요 전력원천은 화력발전소들로부터 나옵니다. 이 세 개의 발전소들을 정상으로 가동하자고 해도 한해에 약 150만톤의 석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2004년 북한의 석탄 총생산량은 2천2백80만톤, 그 중 중국에 수출하는 무연탄과 갈탄이 보통 600만톤 정도인데 지난해부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석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겠군요?

문성휘 : 네, 그런 상황이죠. 제대로 된 경제타산도 없이 무리하게 자금과 자재들을 낭비하면서 비료공장들부터 먼저 지으면서 이런 일들이 생겼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비료가 없는데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최근에 보도한 것처럼 주요곡창지대들에서 가뭄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비나 눈이 오지 않아 농사일에 쓸 물마저 없어 수력발전소들을 돌리지 못하는 형편이고요.

그럭저럭 저수지의 물로 벼농사는 짓는다고 해도 북한 식량 생산에서 큰 몫을 맡고 있는 강냉이나 메주콩과 같은 농사는 가뭄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은 비료공급을 못하고 있는 조건에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군인들까지 농촌동원에 내 몰고 있고 이들을 통해 대체비료인 ‘흑보산비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흑보산비료’ 생산을 시작했다고 해도 두달 동안 발효를 시키면 7월달에나 가야 사용하게 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농사철 지난 다음에 비료가 나온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런데 비료는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벌써 파종이 끝난 메주콩이나 강냉이 할 것 없이 싹이 돋기 때문에 내륙지대는 지금 애벌비료를 주어야 하고 북부고산지대도 6월 4일 이전까지 애벌비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애벌비료를 주지 못하는데다 가뭄까지 겹치니 “올해농사는 벌써 다 망한 거나 같다” 이런 주민들의 탄식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그 탄식소리를 듣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다리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