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다양화, 다종화 된 대외활동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이 압록강 주변 정리사업의 일환으로 국경연선에 있는 낡은 주택들의 기와 교체를 강요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 김정은, 다양화 다종화 된 대외활동 강조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지난 5월 22일, 문 기자가 쓴 보도를 보면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더욱 다변화되고 다양화된 우리식의 대외활동으로 적들의 반공화국 제재책동을 단호히 짓부시라"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외화벌이 방법을 다양화하라는 말로 이해가 되는데요. 좀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문성휘 : 네, 그렇지 않아도 저도 그 내용에 대해 좀 구체적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그러한 지시문이 지난 3월 8일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실제 지시는 3월 초에 내려진 걸로 판단이 되고요. 아직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을 향해 이러한 지시가 내렸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당시 북한이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를 최대로 긴장시켰을 때였고요. 그러한 시점에 나온 지시이기 때문에 그저 스쳐 지나가기에는 상당한 무게가 있다는 거죠. 일단은 당시의 지시가 일반 간부들이나 일반 무역일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럼 북한의 고위간부들에게만 전달되는 비밀지시였는가 보죠?
문성휘 : 고위간부들에만 전달된 비밀지시는 아니고요. 일단 소식통들은 비공개 지시라고 말했습니다. 비공개 지시라면 지정된 간부급, 그리고 해당 간부들에게만 전달됐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실례를 든다면 도당 비서급 간부들이나 도 무역국 국장, 초급당비서, 이런 정도의 간부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전달된 지시라는 겁니다.
소식통들은 이러한 지시가 북한의 무역부분이나 외교부분을 비롯한 대외활동 전반에 해당하는 지시라고 하면서도 우선은 중국과 주변 나라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성우 : 뭘 가지고 그렇게 판단을 하는 거죠? 판단의 근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 네, 여기에 대해 소식통들은 지시문의 전반적인 내용을 언급했는데요. 지시문 전달은 특별한 제목이 없이 김정은의 '최근 방침'이라고만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시문에서 "무엇보다 무역사업의 폭을 넓혀 일반적인 공장기업소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개인들도 국가무역활동에 적극 참가시켜야 한다" 이렇게 지적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 무역의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해 있고 더욱이 개인들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연계는 거의 차단됐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지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또 '대외관계의 다종화 다양화'라고 했는데 최근 북한내부 소식통들은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가 중국에 마약을 밀수출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많이 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지시문이 과거 김정일 시대 북한이 외화 벌이를 위해 자행한 불법행위, 이를테면 마약이라든지, 가짜담배, 이런 행위들을 다시 부추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우려를 했습니다.
특히 지시문에서는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을 잘 활용해 사회주의 경제를 크게 도약시켜야 한다" 이런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말은 그럴듯해 보이는데 정보통신 기술로 사회주의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해 북한 해커들이 다른 나라의 기술을 불법적으로 해킹해도 된다는 의미인가요?
문성휘 : 네, 저도 조금은 그런 내용인 것 같아서 좀 관심을 두긴 했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여기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소식통들은 "정보기술 일꾼들과 경제기술 일꾼들이 서로가 잘 소통을 해야 한다. 정보기술 일꾼들은 세계적인 기술지식들을 제때에 파악해 경제기술일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지시했다고 하고요.
뿐만 아니라 "특색 있는 외국의 상품정보들을 제때에 경제기술 일꾼들에게 제공해 경제기술 일꾼들이 인민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들을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지적했다고 합니다.
약간의 문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발언들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지시 내용을 보면 수단과 방법을 다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내용이고요. 단순한 극복만이 아니라 인민생활을 크게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 네, 정리를 하면 중국을 상대로 다종화, 다양화된 외화벌이를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인데요. 북한 정권의 다급함을 엿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기왕이면 국제사회의 우려를 좀 털어냈으면 좋겠고요. 불법 활동이 아니라 세계라는 무대에 나와 정정당당하게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좋지 않냐?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2. 국경연선 주민들에 기와 교체 강요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연선에 있는 낡은 주택에서 기와 교체를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요. 낡은 주택의 기와 교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강요하고 있다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을 좀 이야기해주시죠?
문성휘 : 네, 요새 공장기업소들에 일감이 없으니 국경연선을 접한 도시들마다 '압록강 주변 정리사업'이라는 걸 요란하게 벌려 놓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한마디로 중국이 마주보이는 거리와 살림집들, 마을을 깨끗하게 다시 정리한다는 취지인데요. 그래서 낡은 외벽이나 울타리에 회칠을 하고 굴뚝도 일정한 높이로 제한해 보기 좋게 한다는 겁니다.
특히 집집마다 서로 다르고 낡은 지붕의 기와들을 통일적으로, 꼭 같은 기와로 모두 교체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북한에선 기와가 생산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모두 중국기와로 교체를 하라는 의미로 주민들은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양강도의 장마당들에서 중국산 기와 한 장에 중국 인민폐로 12위안을 한다고 합니다. 소식통들의 말로는 보통 23평 크기의 살림집에 중국산 기와가 100장정도 든다고 합니다.
박성우 : 계산을 좀 해보죠. 100장 정도면 한 장에 인민폐 12원이라고 했으니까 중국인민폐로 1천200위안(한화 20만원)이라는 거네요?
문성휘 : 네, 1천200위안이라는 거죠. 면적이 작은 살림집들도 보통 중국산 기와 50장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그 정도라 해도 중국인민폐 600원입니다. 지금 현재 북한 장마당들에서 중국산 입쌀 1지대, 이게 25kg인데요. 25kg에 중국인민폐 100위안이라고 합니다. 결국 작은 살림집이라고 해도 계산을 해보면 기와를 다 덮는데 중국산 입쌀 150kg을 살 돈이 든다는 거죠.
박성우 : 북한에서 입쌀 150kg이면 대단한 량이겠는데요. 주민들이 당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을 할 수가 있습니까?
문성휘 : 소식통들도 이게 도무지 수용 못할 조치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도 '언제까지 하라'고 계속 다그치고 있지만 결국은 제 딴에 물러나고 말 것이라는 겁니다. 돈 있는 몇몇 집들은 가능하겠지만 돈 없는 주민들은 할 수는 없다는 거고요.
애당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주민들에게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거고요. 하지만 매일 동사무소들에서 나와 검열을 하며 주민들을 못 살게 들볶는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성화를 더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소식통들도 몹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박성우 : 그럴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도저히 수용하지 못할 과제를 내주고 강제로 집행하도록 강요한다, 중앙에서 그런 지시를 내리면 아래단위 간부들도 어쩔 수 없이 주민들에게 강요를 하게 되겠죠. 이런 현실이 되풀이 되고 있는 북한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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