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국가경제발전 차원에서 지금의 전시예비물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외래종 식물인 '쥐못이'의 번식 때문에 북한의 협동농장들이 해마다 수많은 농경지를 잃고 있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1. 북, 전시예비물자 축소 예고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먼저 이것부터 좀 여쭈어보죠. 6월 9일에 북한의 요청으로 판문점에서 남북당국자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렸습니다. 개성공업지구까지 폐쇄하면서 정세를 긴장시키던 북한이 갑자기 이렇게 남한에 회담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북한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이미 한국의 언론들도 지적했듯이 북한이 갑자기 남한에 회담을 요청한 것은 경제문제 때문이라고 북한의 현지 소식통들도 말했습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이 이웃국가인 중국으로부터도 냉대를 받으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9일부터 10일 사이에 있은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제기해 남한을 통한 외화벌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속내를 파헤치려면 최근 북한의 내부 환경을 좀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김정은 정권이 경제문제로 하여 몹시 다급한 처지에 몰렸다, 이렇게 판단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우선은 숱한 자금을 들여 희천발전소를 건설했음에도 북한의 전력난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희천발전소가 총체적인 실패라는 이야기들이 북한 내부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가하면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가 소원해 지면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 도처에 벌려 놓았던 체육시설, 유희오락시설들도 건설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다 농업부문에 필요한 비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흥남비료연합기업소들에서 석탄분해공법에 의한 비료생산을 시작하면서 석탄을 원료로 하는 북창화력발전소도 제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석탄을 가지고 비료를 만들다 나니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을 못하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뿐만 아니라 석탄을 원료로 하는 다른 공장기업소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고요. 석탄에서 얻어지는 메타놀과 아세틸렌을 사용하는 순천제약공장을 비롯해 의약품 생산시설들도 생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온갖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번 남북한 실무접촉과 관련해서도 북한 주민들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김정은 정권의 시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이렇게 총체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북한 주민들은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김정은 정권의 노력들을 많이 칭찬하고 있다는데요. 올해 들어 북한이 전시예비물자 식량까지 풀어 주민들에게 얼마간이라도 배급을 주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은 김정일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는 거죠.
최근에는 북한이 전시예비물자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고 앞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시예비물자를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전시예비물자를 대폭 줄인다고 했는데 전시예비물자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식량 말고도 다른 게 많이 있나보죠?
문성휘 : 네, 북한은 식량은 '2호 창고', 기타 나머지 전시물자들은 '4호 창고'에 보관하고 관리를 해왔는데요. 식량을 제외하고도 전시예비물자는 휘발유와 의약품을 비롯해 각종 다이야(타이어)와 자동차 부속,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박성우 : 말 그대로 전쟁이 터졌을 때 필요한 물자들이 다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다나니 전시에 동원될 인원들이 쓸 여러 가지 피복류와 신발, 지어 빨래비누, 또 전시 공장기업소들에 필요한 각종 전동기와 공작기계를 비롯해 경제부문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자들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과거 '6.25 전쟁' 경험에 비추어 전시예비물자들을 3년분으로 저축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저축물자들을 3년분에서 3개월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3년에서 3개월분으로 줄인다, 이게 가능한가요? 자세히 얘기를 해주시죠.
문성휘 : 네, 북한은 6월 초부터 '4호 창고'에 대한 검열을 실시했는데요. 이러한 검열은 전시예비물자 축소를 위한 예비적인 검열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검열성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거고요.
또 북한의 간부들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시예비물자를 줄이고 경제부문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전시예비물자를 3달분만 저축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다만 전시예비물자들을 줄인다는 계획은 확고하지만 지금은 검토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이러한 물자들을 경제부문에 돌리게 될지, 이건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전시예비물자가 경제부문으로 돌려지게 되면 북한 경제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생기를 띠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2. 외래종 식물의 확산으로 농경지들 피해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협동농장들이 외래종 식물의 번식 때문에 해마다 많은 농지를 잃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요. 도대체 어떤 외래종 식물이기에 농경지를 못 쓰게 되는 일까지 생긴다는 겁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의 농경지들을 황폐화 시키고 있는 외래종 식물의 이름은 '쥐못이(쥐모시)'로 알려졌습니다. 해마다 협동농장들에는 '쥐못이'를 박멸하자는 내용의 선동 자료들이 계속 내려오고 있지만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과 농기계들로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쥐못이' 이게 풀 이름이라고 했는데 언제 북한에 들어오게 된 겁니까?
문성휘 : '쥐못이' 풀은 1960년대 소련이 북한에 귀리를 식량으로 지원하면서 거기에 묻어 들어왔다고 합니다. 말 사료인 귀리는 밀을 대용하는 식량으로 북한에서 많이 이용됐는데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은 귀리를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그 귀리종자 속에 묻어들어 온 '쥐못이'가 무서운 속도로 번식을 해서 오늘날 북한의 전반적인 농경지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건데요.
우선 '쥐못이'는 일반 잔디류에 속하는 식물이고요. 뿌리와 씨앗으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번식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합니다. 또 뿌리가 땅속 40센치 이상 박혀있기 때문에 사람의 힘만으로는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하고요.
뜨락또르(트랙터) 같은 기계수단을 통해 땅속 40센치 이상을 다 갈아엎고 그 속에서 사람이 '쥐못이' 풀줄기들을 일일이 걸러내야 한다는데요. 북한은 기름이 없어 뜨락또르를 가동하지 못하고 부림소(황소)를 이용해 밭을 갑니다. 그런데 부림소의 힘으로는 땅속 40센치를 갈아엎지 못한다는 거죠.
특히 아직까지 '쥐못이'를 죽이는 살초제(제초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애를 먹고 있다고 하고요. 이렇게 빠른 속도로 번식한 '쥐못이' 풀들이 단단한 잔디밭을 만들면서 농작물을 심을 형편이 못되게 땅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올해 조사한 바로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매 협동농장들에서 많게는 5정보, 적게는 3정보 이상의 밭들이 완전히 버려졌다고 하고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밭들이 버려질지 모른다고 합니다.
박성우 : 먹는 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움이 많은 북한이 외래종 식물 때문에 농경지를 잃고 있다는 건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