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농사일은 뒷전, 보여주기식 건설에만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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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최근의 북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기만적인 '강성대국' 부풀리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 북한 군부대들에서 지휘관에 덤벼들어 구타하고 탈영하는 병사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 농사일은 뒷전, 보여주기식 건설에만 치중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에 진입한다, 이렇게 공언한 2012년까지 불과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면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주민들의 먹는 문제만큼은 원만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네, 북한에서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이라는 의미는 한마디로 배급제를 복원한다는 의미입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배급제가 파괴 된지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방법론조차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내년, 2012년은 북한 당국이 ‘강성대국’에 진입하는 해라고 못 박은만큼 어떤 식으로든 먹는 문제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할 것 입니다. 그런데 당장 ‘강성대국’ 진입이 코앞인 지금까지도 북한의 식량난은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우 : 네, 올해 초부터 북한 당국이 세계 여러 나라에 식량 원조 좀 해 달라, 이렇게 부탁을 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나라가 많지 않죠?

문성휘 : 네, 지난기간 북한 당국이 인도적 지원물자를 군용으로 전용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요. 과거 북한 당국의 도를 넘은 거짓말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먹는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비료문제만 해도 그런 사례를 잘 보여주는데요. 북한 당국이 지난해 흥남비료공장과 남흥청년화학공장에서 ‘주체비료’가 폭포처럼 쏟아진다며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길이 열렸다고 얼마나 선전했습니까?

그러니 이제 와서 어디에다 대고 비료구걸조차 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된 겁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춘동 농장의 경우 지난 7일에야 ‘도 농촌자재 공급소’를 통해 비료가 들어왔다는데요. 농장 매 작업반들에 1.5톤씩 공급했다고 합니다.

춘동 농장의 경우 한개 작업반에 4개의 분조씩 있고 1개 분조가 대략 9~12정보의 밭을 가꾸고 있다는데요. 한개 작업반에 비료가 겨우 1.5톤이 들어왔으면 이것을 4개 분조에 나누어 놓았을 때 한 평 당 13.5그램의 비료가 차례지는 것으로 계산이 나옵니다.

박성우 : 정말 얼마 안 되는 량이 군요?

문성휘 : 네, 13.5그램은 농작물 한포기에 주는 비료 량인데요. 감자로 계산해도 한 평이면 132포기 심어집니다. 132포기에 13.5그램의 비료를 준다는 건 이건 결국 농사를 안 짓겠다, 농사는 안중에도 없다, 이런 말이나 같은 거죠.

박성우 : 자체 비료생산 능력은 한계에 달했지, 게다가 외국에서 사오자 해도 외화 자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그렇다면 할 말이 없겠는데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평양시 10만 세대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을 비롯해 수많은 물자들을 중국에서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에 절실한 비료는 사들일 생각도 하지 않는 다는 겁니다.

인민들의 실질적인 생활향상보다는 당장 외부에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데 급급한 형편인데요. 인민들의 먹는 문제는 쏙 빼 놓은 채 살림집 건설이요, 과수농장이요 하면서 기만적인 ‘강성대국’ 부풀리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네, 아무리 살림집을 많이 건설하고 발전소를 지어놓았다고 자랑을 하면 뭐합니까? 먹을 것이 없어 주민들이 굶주린다면 무슨 ‘강성대국’이 되겠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2. 병사들에게 매 맞는 군관들 늘어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6월 7일이었던가요? 문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 최근 북한에서 병사들이 군 지휘관들을 구타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문성휘 : 네, 최근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속에서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어떤 한 부대가 겨울철에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어느 인민군 한 개 분대가 산에 올랐다는 겁니다.

그런데 체격이 우람차고 포악스럽게 생긴 하사관(두줄)이 나무 막대를 지팡이 삼아 짚고 떡 서서 지킨다는 거예요. 그 밑에서 분대장(석줄)과 병사들이 낫을 가지고 나무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 올 땐 분대장이 커다란 나무 짐을 지고 하사관은 빈 몸에 나무막대를 짚고 천천히 내려온다는 겁니다.

박성우 :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분대장이면 분대 지휘관이고 그 밑에 하사관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하급자인 하사관은 놀고 분대장이 나무를 한다는 거죠?

문성휘 : 간단히 말하면 분대장이 하사관을 못 이기니깐, 분대장이 힘으로 하사관을 이길 수가 없으니 하사관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거예요.

박성우 : 아니, 그런데 그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군대는 명령에 복종하는 집단이 아닌가요? 아무리 힘이 세도 분대장의 명령에 하사관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 군대가 아닙니까?

문성휘 : 그건 대한민국 군대에서나 하는 소리이고 요새 북한에선요. 조금만 잘못하면 군관들이 병사들한테 매를 맞기가 일쑤라고 합니다.

박성우 : 아, 그렇습니까?

문성휘 : 네,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 6월 2일에도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 노동자구에서 국경경비대 소대장이 병사들에게 집단구타당한 사건이 있었다는데요. 이 소대장은 경비근무에 나간 일부 대원들이 근무 장소를 이탈해 낮잠을 잔 문제로 소대 병사들에게 집단 처벌을 가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낮잠을 잔 문제로 집단처벌을 했다, 완전히 부당하다고 얘기하긴 어렵지 않은가요?

문성휘 :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북한 군인들의 실정에서 보면요? 국경경비대 병사들의 경우 낮에는 낮대로 부업농사나 주변 협동농장들에 ‘군민일치’라고 해 가지고 농촌지원을 하고 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또 근무에 나가야 합니다.

박성우 : 아, 피곤하겠군요?

문성휘 : 네, 피곤하다는 게 말로 표현할 정도가 못 된다는 겁니다.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경비근무도 잘 서겠는데 휴식을 못하다 나니 병사들은 근무시간이 돌아오기만 기다린다는 겁니다. 정작 근무 장소에만 나가면 총을 벗어 팽개치고 잠부터 잔다는 거죠.

박성우 : 피곤하니깐?…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지휘관들을 구타한 병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문성휘 : 대개는 군관들이 병사들한테 매를 맞으면 창피해서 상관들에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탈영병들이 많은 원인 중의 하나가 단순한 배고픔만이 아닌 군 내부에서의 가혹행위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병사들이 지휘관들로부터 구타를 당했다든가, 아니면 지휘관들의 잘못된 행위에 참지 못하고 그들을 구타한 병사들은 대부분 부대를 탈영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에 ‘생활제대’라는 것이 있습니다. 군에서 생활을 잘 못한 병사들에 대해 강제로 제대시키는 처벌인데요. ‘생활제대’를 받으면요? 그 사람은 아예 사회에서 매장되는 겁니다.

박성우 : 당원도 못 되고 완전히 매장된다는 거죠?

문성휘 : 네, 어떤 사회적 직책도 가질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생활제대’도 처음에 ‘고난의 행군’ 시기까지만 해도 한번 부대를 탈영하면 무조건 생활제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하도 탈영병들이 많다보니 여섯 번 이상 탈영한 병사들에 대해서 생활제대를 적용한다, 그런 거죠.

박성우 : 그만큼 탈영병들이 많다는 얘기인데 이런 군대를 가지고 ‘선군정치’를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