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가뭄으로 인해 강냉이를 비롯한 밭농사에서 많은 피해를 보았지만 논농사는 잘 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요즘 북한의 농사상황, 어떤지 궁금합니다. 말씀 좀 해 주시죠.
문성휘: 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5월 중순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는데 6월에 들어서면서 비가 적당히 내렸다고 합니다. 최근에도 많지는 않지만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박성우: 오, 남한도 마찬가지이니까 농사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고요. 그럼 북한의 가뭄은 이젠 다 해소가 된 거겠네요?
문성휘: 네, 양강도도 그래, 함경북도 지역도 최근 비가 많이 내리면서 가뭄은 거의 해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뭄이 해소되고 있음에도 농사형편은 지역별로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고산지대의 경우 가뭄으로 초기 농사에 많은 손실을 입었는데 지금은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아주 심하다고 합니다. 낮고 밤의 온도차가 심하면 농작물이 '부디'진다고 하는데요. '부디'라는 말은 농작물의 잎이 꼬이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북한 말입니다.
소식통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 양강도와 자강도, 함경북도, 강원도를 비롯한 고산지대 협동농장들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고요. 지금의 농사형편만으로는 고산지대 협동농장들은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가을까지 시간이 많은 만큼 이제부터라도 날씨가 잘 맞춰주고 또 농작물 비배(肥培)관리를 잘 하면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산지대 농사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고산지대는 그렇다 치고, 기본 알곡생산지, 그러니까 북한의 내륙지대 농사상황도 궁금한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휘: 현재 북한의 내륙지대 농사형편을 보면 밭작물, 그러니까 강냉이와 메주콩, 밀, 감자와 같은 농작물은 생육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까 말씀 드렸듯이 초기 농사철에 극심한 가뭄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논 작물, 이게 벼농사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벼농사는 가뭄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공업용 전기까지 농촌에 투입해 양수장들을 최대한 가동시켜 논에 물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또 아무리 가물었다고 해도 벼농사에 필요한 물은 충분했다고 합니다. 벼농사는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황해북도와 황해남도를 중심으로 이젠 10년 넘게 진행돼 온 '자연흐름식물길공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자연흐름식물길공사'라고 하셨죠. 이건 어떤 겁니까?
문성휘: 네, '자연흐름식물길공사'는 고지대에서 바다로 향해 흐르는 물길을 돌려 논밭가운데를 가로지르도록 인공적인 물길을 조성하는 공사인데요. 이게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시기 처음으로 발기하고 진행해 온 공사라고 하는데요.
기존 같으면 논에 물을 대려면 수많은 양수기들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니 우선 전기가 많이 들었는데 '자연흐름식물길공사'가 진행되면서 양수장들이 필요 없게 돼 많은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고요.
다음으로는 물길을 여러 갈래로 분산시켜 해마다 장마철이면 북한이 입어야 했던 큰물피해도 상당히 줄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논밭에 풍족하게 물을 댈 수도 있어 올해 벼의 생육상태는 아주 좋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밭농사 형편이 좋지 않아 일반 주민들이 식량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강냉이와 메주콩 농사는 다른 해에 비해 수확량이 줄지 않겠냐는 게 소식통들의 추측이었는데요. 최근엔 가뭄이 많이 해소되면서 밭작물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가뭄이 많이 해소되었다, 그래도 농사가 잘되려면 비료가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이 비료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다고 합니까?
문성휘: 네, 소식통들에 따르면 올해 북한은 외화벌이 사업소들이나 무역회사들을 통해 제각각 중국에서 비료도 많이 사들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석탄가스화공정을 통해 요소비료를 적지 않게 생산했다고 하고요. '2.8 비날론 연합기업소'를 통해 질소비료도 많이 생산했다고 합니다.
또 4월 초부터 부분적이긴 하지만 '흥남비료공장'도 가동을 하고 있다고 하고요. 이렇게 자체로 생산한 비료도 있으니 비료문제는 크게 걱정될 게 없을 것 같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이것도 다행이군요.
문성휘: 네, 특히 올해의 경우 농촌에 모든 역량을 투입할 데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가 연일 내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간부강연회를 통해 "올해 농사에서 대풍을 거둠으로서 인민들이 노동당 만세를 부르게 하라" 이런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가 간부들에게 하달됐다고 합니다.
이게 다른 말로 해석하면 '올해 농사가 잘 되게끔 최대한의 노력을 해라' 이런 뜻 아니겠습니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이런 지시가 내리면서 최근에 원료, 자재가 없어 생산을 못하고 있는 도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을 모두 농촌현지에 내보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술병종을 제외한 일반 군인들도 모두 농사일에 동원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거리가 없는 도시 노동자들은 협동농장에 나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농장 '선전실'과 '영화관', 학교건물과 유치원, 탁아소, 지어 현지 농민들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농사일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농촌지원에 동원되는 기간은 김매기가 완전히 끝나는 7월 20일까지라고 합니다.
박성우: 그래요. 7월 20일까지면 아직도 한달 넘게 남아있지 않아요?
문성휘: 네, 그렇죠. 아직도 한달 넘게 농사일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렇게 인원들을 많이 동원하면서 김매기도 기존보다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한해에 세벌까지 김매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게 도시 노동자들을 동원해 김매기를 여섯벌을 하라는 지시가 내렸다고 하고요.
그만큼 농사에 집중하라는 건데 지난 기간 북한의 협동농장들을 보면 도로 옆에 위치해 눈에 띄는 구간만 깨끗하지, 도로에서 떨어져 간부들이나 검열성원들이 제대로 볼 수 없는 곳은 김매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풀밭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구석의 논밭들까지 정말 깨끗하다고 할 정도로 김매기를 잘 하고 있다는 거고요. 비료문제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농사를 지을 때 초벌로 질소비료, 두벌 때에는 복합비료,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요소비료, 이렇게 한해에 세 번을 줍니다.
하지만 올해는 초벌로 질소비료를 준데 이어 농작물이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최근에 또 두벌로 또 질소비료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7월 중순 경에 복합비료를 주고 8월 중순에 열매를 잘 맺게 해주는 요소비료를 줄 걸로 예견하고 있다고 농업부분에서 일하는 소식통들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농사를 짓는 일손도 풍부하고 비료사정도 좋으니까 이게 가능한 일일 텐데요. 달리 말하자면 북한이 농사에 그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 제1비서가 출판보도 부분에 "농업성과와 관련한 보도는 줄이라", 이렇게 지시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해되지 않습니다. 농사 성과가 좋은 편이고, 좋을 걸로 예상이 되는데 왜 보도를 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건 어떻게 받아들이면 됩니까?
문성휘: 네, 북한은 해마다 국제사회와 다른 나라들로부터 식량지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농사가 잘 됐다고 자꾸 선전을 하면 외국으로부터 식량지원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겠나?" 이렇게 농업부분에서 일하는 소식통들이 분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농사는 장담을 못합니다. 초기부터 가뭄으로 많은 손실을 보았는데 아직 장마철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북한으로서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지만 장마철 큰물피해로 농사를 망치게 되거나 아니면 다른 자연재해로 농사가 안되면 지금까지의 선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어쨌거나 북한의 농사가 올해도 좀 잘 돼서요. 주민들이 배를 곯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문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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