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김정은은 융통성 없는 인간

김정은의 책상 오른편에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으로 추정되는 컴퓨터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김정은의 책상 오른편에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으로 추정되는 컴퓨터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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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의 상당수 고위간부들이 개성공업지구의 운영 중단 문제를 놓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융통성 없는 지도자'라며 심각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간부들, 김정은은 융통성 없는 인간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개성공업지구, 한국에선 개성공단이라고 하는데요.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입니다. 이런 개성공업지구의 운영이 중단된 지 벌써 두 달 반이 지났는데요. 남한이나 북한이나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 내부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 네, 지난 4월 9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으면서 개성공업지구가 사실상 폐쇄됐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북한의 고위층 자제들과 친분이 깊다는 복수의 대학생 소식통들이 전해온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를 놓고 북한 고위간부층에서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건데요. 일부 간부들이 자신의 지인들과 가족들 앞에서 차마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난들을 쏟아 낸 정황이 대학생 소식통들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종합적으로 그들의 말을 풀이하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정말 융통성이 없다, 지금이 어디 배짱놀음을 할 때이냐?" 이런 불만들입니다.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될 것에 대한 간부들의 우려도 있지만 보다는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앞으로 북한이 계획했던 일들이 있는데 이게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건 무슨 말씀이죠? 개성공업지구를 놓고 북한이 계획했던 일이 있었다, 어떤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거죠?

문성휘 : 네, 북한은 올해 개성공업지구나 그 주변에 전망성이 있는 자신들의 기업들을 일부 시범적으로 입주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규모의 방직공장과 신발공장, 그리고 체육기자재 공장, 압력 밥가마(압력밥솥) 공장을 입주시킬 계획이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이렇게 중소규모의 기업들을 개성공업지구나 그 주변에 배치하려는 목적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이러한 기업들이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중소기업들과 합영(합자)의 방법으로 입주한다는 그런 조건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의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들도 북한식으로 말하면 모두 합영기업이 아닌가요?

문성휘 : 네, 물론 합영기업이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개성공업지구는 남한의 중소기업들이 입주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생산품도 전부 남한 기업들이 판매권을 가졌고요.

그런데 북한이 이러한 합영 방식의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시범적으로 입주하는 북한 기업들은 남한 기업과 경영도 함께 하고, 지어 남한 노동자들과 북한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북한은 자본주의 기업경영방식, 생산기술, 특히는 합영기업들을 통해 나오는 생산물을 북한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북한이 남한 기업과 시범적이고 완전한 합영기업을 노리게 된 데는 또 다른 목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북한의 기업들은 설령 생산능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자재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고, 또 자재문제가 풀린다 해도 전력문제로 하여 제품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런 난제가 있다고 합니다.

개성공업지구나 그 주변에 입주해서 남한 기업들과 완전 합영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면 이러한 전기 문제나 자재 문제는 남한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박성우 : 네, 북한이 정말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계획을 실현하는 게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문성휘 : 네, 남한의 전기와 자재를 가지고 생산기술과 기업운영방식까지 배워가면서 제품을 만들고, 또 그 생산제품을 자신들이 판매할 권리까지 가지면 북한의 기업에겐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였죠.

박성우 : 그런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면서 왜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업지구의 노동자들을 모두 철수 시킨 거죠?

문성휘 : 그게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건데 북한은 과거에도 개성공업지구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면서 일방적으로 일부 노동자들을 철수시킨 사례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또 노동자들을 출근시키는 행태를 되풀이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개성공업지구 노동자들을 군부가 철수시켰냐? 아니면 노동당이 전략적으로 철수시켰냐? 이런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지난 시절처럼 자신들이 노동자들만 출근시키면 개성공업지구는 다시 원상 복구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죠.

박성우 : 예전처럼 노동자만 출근시키면 공단은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쉽게 판단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처음엔 모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하고요. 하지만 정작 지난 4월 9일, 노동자들을 완전철수 시키고 나서 북한의 고위간부들도 종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합니다.

워낙 정세가 복잡한데다 남한의 언론들이 개성공업지구를 정치문제와 연계시키는 북한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많이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자 북한 고위층에선 개성공업지구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 개성공업지구 노동자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빨리 출근을 시켜야 된다, 이런 목소리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한을 굴복시키는데 자존심을 건 북측 지도부가 승인을 내려주지 않았다는 게 대학생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국가지도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 제1비서가 개성공업지구의 존폐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거죠.

박성우 : 아, 그래서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을 '융통성이 없는 지도자'라고 비난하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지난해 6월 김정은 지도부가 '새경제관리체계'를 내놓으면서 북한의 고위간부들도 경제 발전에 대한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고 합니다. 중국의 기업들이 북한 기업들과의 합영을 꺼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믿을 건 남한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남한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전수받고, 오늘날처럼 남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된 비결을 모두 습득해야 한다, 그 첫 고리가 올해 개성공업지구나 그 주변에 남한과 합영하는 북한기업 몇 개를 입주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 있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그러한 중소기업들을 늘이면서 북한에서도 고속의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이 북한 고위간부들의 꿈이었고, 또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했다는 것이 대학생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박성우 : 그런 목표와 희망이 있었는데 자존심 싸움을 하다가 다 날려버린 거다, 이렇게 해석하면 되겠군요.

문성휘 : 네, 개인적으로는 북한 간부들이 초조하고, 그래서 김정은을 비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김정은 역시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 지도부도 어떻게든 개성공업지구를 살리고 저들이 계획한 대로 북한 기업들을 개성에 시범적으로 입주시키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쓰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아직 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적당한 구실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성우 : 이번 개성공업지구의 운영중단사태가 북한이 노동자들을 다시 출근시킨다고 해서 예전처럼 문제가 바로 풀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시작한 게 개성공단인데, 현재로선 아주 풀기 힘든 숙제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