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의 착취와 억압을 견디다 못해 가족들과 함께 깊은 산속으로 은거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 북한 당국이 불법적으로 아편을 재배하는 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편 밭을 없애기 위해 주변 군부대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주민부담 커져 생활난 과중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 당국의 강제적인 동원과 온갖 ‘사회적 부담(세외부담)’을 피해 산속으로 은거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이런 내용의 보도를 했는데요. 강제동원과 사회적 부담이 어느 정도이기에 주민들이 차라리 깊은 산속에 숨어서 살겠다, 이렇게 나선 겁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이 과거 70년대와 80년대 ‘70일 전투’요, ‘100일전투’요 하면서 한계를 초월한 ‘속도전’바람몰이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2009년에도 후계자 김정은을 내세우기 위한 일환으로 ‘150일 전투’를 벌렸는데요. 당시 주민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각종 동원과 생산 작업에 내 몰렸는데 “지금이 그때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라고 하는 것이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양강도 혜산시 혜화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7월 4일부터 10일까지 한 주 동안 직장과 인민반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알려왔는데요. 그야말로 바늘 꽂을 틈조차도 없는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우선 아침 5시 15분이면 인민반 동원 종이 울린다는 겁니다. 이렇게 종이 울리면 5시 30분까지 매 가정들에서 한명씩 인민반 동원에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7월 4일부터 6일까지는 3일간에 걸쳐 공동변소 작업을 했다는데요. 또 7일부터 9일까지는 쓰레기장 오물 퍼내기와 압록강 유보도 풀 뽑기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공동변소에 차고 넘치는 오물을 실어낼 차가 없으니 인민반별로 공동변소 주변에 웅덩이를 파고 그곳에 오물을 퍼내 묻었다가 유기질 비료로 쓰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새벽 인민반 동원으로 해결한다는 거죠.
6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인민반 동원’을 하고 아침밥을 먹고는 8시까지 직장에 출근한다는 겁니다. 남한은 아침 출근시간이 오전 9시인데 북한은 아침 8시가 출근시간이거든요.
박성우 : 남한보다 한 시간 빠르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출근을 해서 10분 동안 사무실이나 휴게실 청소를 하고 8시 10분부터 8시 30분까지 직장별로 모여 아침 독보로 간단한 선동 자료들을 읽어주는데 주로 장마철 대책, 위생사업, 농촌지원에 대한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8시 30분부터 직장별로 모여서 혜산광산 살림집 건설장에 동원을 나간다는데요. 대부분의 기업소들이 일거리가 없으니까 이렇게 각종 동원으로 하루를 때운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동원은 직접적인 생산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일을 해도 월급이 차례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무보수 노동을 한다는 거죠. 퇴근시간은 하루 동원과제에 따라 빠르면 저녁 5시, 늦으면 저녁 8시까지 일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여기에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저녁 9시부터 30분 동안 인민반 회의가 있었는데 월요일에는 ‘유해선전물’, 그러니까 관상을 보는 법이라든지, 또 불순하고 퇴폐적인 중국잡지들이 유통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적발되면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이었고 수요일인 6일에는 김일성 서거 16돌과 관련해 김일성 우상화 선전물들을 더 잘 관리하자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직장에 출근해서 혜산광산 살림집 건설에 지원을 나가는데 가두 여성들도 역시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새로 건설하고 있는 중소형 발전소인 ‘강구발전소’ 건설장에 지원을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동원이 가을걷이가 시작되기 전인 8월 말까지 계속 된다고 하니깐요.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다는 거죠.
특히 이 한주동안에 직장과 인민반, 또 각 조직별로 2중 3중의 사회적 과제들을 내주어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인민반들에서는 매 가정세대 당 평양시 건설자들에게 보낼 장갑 2켤레씩 의무적으로 바치게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청년동맹원들은 매 개인당 ‘백두선군청년발전소’ 건설장에 보낼 장갑 1켤레, 그리고 초급단체 별로 칫솔, 치약, 세숫비누, 세수수건을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요. 여맹원들도 초급단체 별로 강구발전소 건설자들에게 보낼 장갑, 치약, 세숫비누, 된장, 그리고 산나물을 모았다는 겁니다. 또 당원들은 혜산청년광산 살림집 건설에 지원할 장갑과 마대를 의무적으로 바치도록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각종 동원에 사회적 과제가 너무도 많으니까 주민들은 견디다 못해 아예 자식들까지 다 데리고 인적이 전혀 없는 산속에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깊은 산속에 세 네 가구씩 모여 사는 새로운 동네가 생긴 곳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아예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을 가서 살고 있다는 거군요? 얼마나 살기 힘들면 인간사회를 등지고 산속에 들어가 살겠습니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됩니다.
2. 아편 밭 초토화에 군인들까지 동원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에 불법적인 아편 재배를 강도 높게 단속한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어떻게 불법적으로 아편재배를 할 수 있는지 이것부터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북한에서 마약, 특히 아편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중의 하나가 일반약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나 감기가 와도 병원에 약이 없는데다 농촌주민들의 경우에는 멀리 읍에 있는 장마당까지 가서 약을 사와야 되거든요. 또 농촌주민들은 약을 사자고 해도 돈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많이 유통되는 얼음, 그러니까 같은 마약 종류인 필로폰이죠? 이런 것을 사려고 해도 많은 돈이 듭니다. 그런데 아편의 경우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몰래 아편을 심으면 되니깐요.
북한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마약중독자들도 아편 100포기 정도만 심으면 1년 동안 쓸 수 있는 량의 마약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돈이 없어도 노동력만 있으면 거저 얻을 수 있고 또 이를 내다 팔면 많은 돈까지 벌수 있으니깐 해마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아편을 심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 그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편을 재배하자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이걸 어떻게 몰래 심는 겁니까?
문성휘 : 네, 보통 가정집에서 약재로 심는 경우엔 얼마 안 심으니깐 개인들마다 뙈기밭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예하면 옥수수 밭 가운데 한 두 포기씩 보이지 않게 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 아, 밭을 일일이 다 검열할 수 없으니까 한 두 포기씩 보이지 않게 분산해 심는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아편을 심는 사람들은 아예 인적 없는 산속에 들어가서 재배한다는 겁니다.
올 봄에 북한에서 많은 산불이 나지 않았습니까?
박성우 : 네, 산림이 불타는 장면이 위성사진에까지 포착돼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죠.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은 그렇게 일어난 산불의 원인이 불법 아편 재배자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아편 밭을 일구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른다, 이런 건가요?
문성휘 : 네, 아편 밭을 몰래 일구다가 불을 냈다고 추정하는 거죠. 북한 당국은 이런 아편 밭이 주로 함경북도 연사군, 양강도 백암군과 보천군, 대홍단군일대에 자리 잡은 무인평야인 ‘백두삼천리벌’에 집중돼 있고 양강도 풍서군, 함경남도 낭림군을 비롯한 ‘개마고원’ 일대에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전업적인 아편 재배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각 지역 산림보호원들과 주변 군부대들까지 동원해 ‘백두삼천리벌’과 ‘개마고원’일대에 대한 집중적인 수색작전을 벌렸다고 합니다.
또 30평 이상의 아편 밭을 경작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선포했다는데요. 이런 조취에도 불구하고 불법 아편 재배자들을 색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까 아편을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요즘 한국에서 굉장히 많이 보도되는 북한문제가 마약문제입니다. 마약이 굉장히 만연해 있다, 이런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이게 그런데 문 기자의 말을 듣고 보면 그 발단이 기초적인 의약품이 없어 마약에 의지하게 되고 그것이 또 마약중독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문성휘 : 네, 그렇죠.
박성우 : 북한의 현실, 정말 안타까운 얘기군요.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