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 변동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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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의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은 3년째 큰 변동이 없으며 최근에는 중국으로부터 원유보다는 원유가공 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올해 들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이 이런 보도를 자주 내놓고 있는데요.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했다면 북한은 지금쯤 심각한 원유난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북한의 원유사정이 어떤지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게 좀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중 원유무역과 관련한 내용은 지난 6월에도 저희들이 이 시간을 통해 다룬 적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언론들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을 중단했다' 이런 보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했으니까 현재 북한은 심각한 원유난을 겪지 않을까? 이런 언론의 판단이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러나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보도내용들과 좀 다릅니다.

박성우: 보도내용과 다르다면 북한의 원유사정이 그다지 악화되지 않았다는 거죠?

문성휘: 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환율이나 식량가격을 비롯해 물가 변동이 매우 심했습니다. 최근에야 조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2년부터 중국의 원유공급이 중단됐다고 하는 올해까지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휘발유나 디젤유의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들에서는 모든 물가의 기준은 중국인민폐인데요.

김정은이 갓 집권한 2012년 7월, 국경연선 도시들인 북한의 함경북도 회령시, 양강도 혜산시, 자강도 만포시 장마당들에서 휘발유는 kg 당 중국인민폐로 11원 정도였습니다. 당시 디젤유 가격은 kg 당 중국인민폐로 7원 정도였고요.

박성우: 2012년에요?

문성휘: 네, 그런데 한해가 지난 2013년 7월에도 앞서 말한 국경연선 3개 도시들에서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올해 역시 국경연선 3개 도시들에서 휘발유는 kg 당 인민폐로 눅(싸)게는 10원, 비싸게는 11원 정도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디젤유도 kg 당 중국인민폐 7원부터 8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북한 국경지역에 위치한 중국 변방도시들에서의 원유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14일 현재 북•중 변방도시인 연길시의 가격은 kg으로 환산하면 휘발유는 9원50전, 디젤유는 7원30전 정도가 됩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과 비교할 때 1위안 정도도 못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진짜 별 차이가 안 나네요. 그러면 이게 좀 이상한 게 애초에 휘발유나 디젤유는 중국에서 사오는 거니까 당연히 가격에서 좀 차이가 많이 나야 하는 게 아닙니까?

문성휘: 네, 당연히 그래야 옳은 거죠. 그러나 북한은 해마다 중국에서 무상원조, 혹은 장기차관으로 50만톤 정도의 원유를 제공받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은 해마다 돈을 받고 50만톤 정도의 원유를 북한에 팔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서 돈을 받고 파는 원유도 소매가격이 아닌 도매가격입니다. 이렇게 도매가격으로 원유를 들여오기 때문에 실제 북한 장마당들에서 팔리는 휘발유나 디젤유의 가격은 크게 값을 낮출 수가 있다는 거죠. 중국 도시들과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 중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자꾸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당연히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휘발유나 디젤유의 가격, 올라야 정상이 아닌가요?

문성휘: 네, 겉으로 볼 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많이 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는 보도는 공식적인 통계에만 의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들이 지난 6월에도 한번 언급을 했지만 북한은 중국 료녕성 단동시를 통해 평안북도 피현군 '봉화화학공장'으로 연결 된 송유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함경북도 선봉항에서 승리화학공장으로 연결된 송유관이 있는데요.

이렇게 송유관을 통해 '봉화화학공장'과 '승리화학공장'에 공급되는 원유는 휘발유와 디젤유로 정제되고 각종 화학제품들로 가공이 되는데요. 이런 송유관들의 경우 공급을 중단하면 원유가 굳어지면서 다시 사용을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중국 당국에서 량을 줄일 수는 있어도 공급을 중단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유수출이 계속 줄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사정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가 북한 당국의 요구에 의해 원유수출을 계속 줄이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네, 북한이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중국에서 받는 원유를 다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때문에 중국에 지속적으로 원유가공품들, 한마디로 휘발유와 디젤유, 그리고 경공업원료자재들을 계속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왜 그렇습니까? 북한도 원유가공공장을 가지고 있고 원유를 수입해 자체로 휘발유와 디젤유도 뽑고 또 경공업 원자재들도 직접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문성휘: 정작 그게 더 큰 이득일 것 같지만 현재 북한의 사정으로선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은 승리화학과 봉화화학, 그리고 남흥청년화학을 통해 약 700만톤의 원유를 정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승리화학공장'의 경우 1975년 구소련의 기술지원을 받아 건설된 것입니다. 봉화화학공장 역시 1970년대에 중국의 지원을 받아 완공된 낡은 설비들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유정제공장들은 설비들이 낡고 기술적으로 낙후해 전력소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특히 기계설비들이 옛날 것이다 보니 원유가공기술이 높지 않아 정작 원유를 들여와도 휘발유와 디젤유, 그리고 다른 화학제품 원료들을 충분히 걸러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이걸 또 다르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북한이 원유를 들여다 정제를 하는데도 많은 품이 들지만 여기에서 가공된 원유가공제품들, 그러니까 휘발유나 디젤유, 염화비닐이나 섬유원료들을 필요한 경공업공장과 원유공급소들에 옮기자면 또 상당한 노력과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계산을 하면 차라리 중국에서 원유보다 다 가공된 원유제품들을 소비단위들까지 직접 옮기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런 사정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원유공급을 줄이고 원유가공제품을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이게 중국의 세관통계에 기록으로 남을 게 아닙니까?

문성휘: 그렇죠. 기록에 남아야 하는 게 정상이죠. 그러나 중국의 세관 통계에 문제가 좀 있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2009년의 경우 중국 세관통계에서 넉 달 치의 원유통계가 아예 누락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이런 것입니다. 북한은 원유의 경우 휘발성이 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송유관 외에도 중국에서 철도를 통해 열차로 많이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휘발유와 디젤유는 휘발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신 북한은 각 국경지역들에 있는 세관들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드럼통에 포장된 휘발유와 디젤유를 대량으로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데요. 이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여오는 휘발유와 디젤유는 중국세관 통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추측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문 기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만들어 내는 통계의 경우 참 불투명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북•중간의 원유관련 통계만큼 불투명한 통계도 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