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시범적인 개혁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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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8월부터 일부 공장과 기업소들을 상대로 시범적인 개혁관리 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북한이 50년 만에 처음인 가뭄을 겪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의 농사작황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는 현지 주민들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먼저 현안부터 좀 살펴보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에 보도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인민무력부 총참모장 리영호를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돌 행사에도 참가해 건재함을 과시하던 리영호 총참모장인데요. 이렇게 갑자기 모든 직무에서 해임을 했다라는 게 참 눈에 뜨입니다. 문 기자, 이런 보도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까?

문성휘 : 네, 총참모장 리영호로 말하면 지난해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 이후 김정은과 동급인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아 온 인물입니다. 일단 리영호는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부각된 인물입니다.

포병전문가이고 평양방어사령부 사령관을 거친 인물이고요. 만경대 혁명학원과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을 졸업했고 장성택과 동창이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장성택의 측근은 아니고 오히려 김정은의 직접적인 측근으로 분류돼 오던 인물입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리영호가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에서 후계자 김정은을 직접 지도한 인물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많이 돌았습니다.

때문에 이번 리영호 사건은 김정은을 보좌하는 양대 세력, 장성택과 리영호의 권력 투쟁에서 최룡해나 김정각을 비롯한 장성택을 보호하는 세력들에 의해 견제세력인 리영호가 제거된 것이다. 이런 분석도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박성우 : 자, 그렇다면 장성택의 세력이 점차 북한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네, 김정일이 사망하기 이전에 벌써 장성택과 각을 세워 온 인물들이 권력의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구체적으로 국가보위부 부부장 류경이라든가,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그리고 김정일 사망 후에는 우동측 국가보위부장이 해임됐습니다.

박성우 : 오, 그럼 문 기자 논리대로 라면 주상성, 우동측 이런 사람들이 모두가 장성택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죠?

문성휘 : 네, 그렇죠. 물론 딱히 장성택 견제세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난해 홍석형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을 비롯해 적지 않은 간부들이 숙청되면서 장성택의 힘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되겠죠. 하지만 장성택,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일부 인물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자, 그럼 오늘 준비하신 소식 이야기 해 주시죠.

1. 북, 시범적인 개혁체제 돌입

문성휘 : 네, 북한이 요새 몹시 소란스럽습니다. 환율이 급격히 뛰어오르며 쌀값도 크게 요동치고 한마디로 화폐개혁 이후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은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박성우 : 네, 그게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 때문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주민들이 환영하지 않고 있는 거죠?

문성휘 : 네, 그게요. 이미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보도를 했지만 북한 당국은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가 절대로 개혁개방이 아니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용면에 있어서 김정일 시대에 실패한 2002년의 '새 경제관리 체계'를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거죠. 물론 일부 내용들을 수정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2002년 새 경제관리 체계나 화폐개혁 이후의 조치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그때를 경험했던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물가도 치솟았고 그런 기억이 여전히 생생할 게 아닙니까? 그런데 새 경제관리 체계를 도입하는 시기와 관련해서도 좀 엇갈린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행한다는 거죠?

문성휘 : 우선은 우리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이 전해온데 의하면 공업부분에서 경공업 공장들을 시범적으로 선택해 각 도마다 3~4개 정도씩 운영해 본다는 건데요. 이건 당장 8월 초부터입니다. 예컨대 양강도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혜산신발공장과 혜산화장품공장, 혜산편직공장을 선택적으로 운영한다는 소식입니다.

이렇게 시범적인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시행은 2013년 초부터 들어간다는 거고요. 농업부분에서는 지난 2002년과 화폐개혁 이후 현금분배, 현물분배 경험이 있으니까 그걸 분조도급제의 형식으로 만들어서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10월부터 시행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러니까 농업부분은 시험적인 단계가 없이 10월부터 시행을 한다. 하는거고 공업부분은 오는 8월부터 시험단계를 거쳐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그거군요? 자,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문성휘 : 북한의 대학생들이나 지식인들이 걱정하는 게 바로 그 점입니다. 중국의 경우 먼저 공업 부문부터 완전히 해체해 노동자들이 마음대로 생산을 주도하도록 했습니다. 대신 농업부분은 제한적이고 점차적인 방법으로 개혁을 해서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로 인한 충격을 줄여나갔는데 북한은 남의 발전을 보고 깊은 연구나 자신들의 환경을 무시한 채 단번에 큰일을 치겠다고 덤벼들고 있으니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습니다. 중국도 사실 개혁개방을 할 때 굉장히 심사숙고하지 않았습니까? 1978년 처음 선전(심천)특구에서 개혁개방을 시행한 경험을 토대로 1984년에야 전국으로 확대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를 1992년경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지 않습니까? 결과를 기대하자면 10년 넘게 걸려야 한다는 건데 중국 전래를 놓고 보면 북한이 좀 많이 서둔다. 이런 느낌이 듭니다. 자, 문 기자 다음은 어떤 소식입니까?

2. 농업부분 피해 크지 않아

문성휘 : 네, 북한도 요즘 장마철을 맞아 분주한데요. 지금까지는 50년 만에 처음인 가뭄이다. 비가 오지 않아 농사를 다 망친다며 요란했는데 북한 주민들은 최근 장마로 인해 농업부분에서 바쁜 고비는 넘겼다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양강도나 함경북도, 함경남도는 가뭄피해를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하고요. 비가 적당히 내리고 날씨도 따뜻해 농사작황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강원도 지방이 심한 가뭄을 겪었다고 하는데 말라죽은 농작물은 극히 적다는 평가입니다. 오히려 장마철에 입는 피해에 비교하면 가뭄에 의한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긴데요. 장마철 때문인지 7월 20일까지 연장될 것으로 알려졌던 농촌동원도 7월 10일까지 끝내고 현장에 동원됐던 군인들이나 노동자들도 모두 철수했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동안 물주기에 동원됐던 군인들과 노동자들이 모두 철수했다. 이젠 농장원들 자체로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문성휘 :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통탄하는 것이 위에 있는 간부들이 아래사정을 전혀 모른다는 거예요. 실례로 황해도 지방 같은 건 그동안 심한 가뭄으로 풀이 많이 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비가 본격적으로 내렸으니 이제부터 논밭이나 콩밭에 풀이 많이 돋는다는 겁니다.

또 비가 많이 와서 김매기도 어렵고요. 그런데 비가 조금 내렸다고 그동안 밀린 김매기는 다 팽개친 채 농촌동원을 중단했으니 농민들의 힘만으로 김매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박성우 : 네, 그렇군요. 자, 그런데 북한은 농사작황 얘기할 때 꼭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비가와도 걱정이고 안와도 걱정이다. 그나저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 북한이 도입한다고 하니 이런 바람이 있습니다. 농민들이 정말 자기 땅의 주인이 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는 제도, 그런 세상이 북한에도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